평판 사회 - 땅콩회항 이후, 기업경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김봉수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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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 우연히도 땅콩회항사건의 주인공이 조연하 대한항공 전부사장인 집행유예로 풀려난 날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라며 흥분들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사건의 실체와 왜 국민들이 그렇게 분노하는지, 그런 분노를 통해 기업에게 어떤 해악이 있는지 보게 되었다.

그리고 기업과 오너들은 왜 이런 식으로 상황을 끌고 갈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과 그 사건으로 미치는 파장을 다섯 명의 전문가들이 분석한 책이다.

읽으면서 가장 놀라운 건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내용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지만, 작은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1장에서는 오너리스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유교문화와 한국의 전통에서 형성된 대기업의 가족 경영체계는 태생적으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오너리스크'라고 한다.

오너의 잘못된 결정이나 실수가 기업에 치명적인 손해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오너리스크는 오너의 실수로 발생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같은 경우도 조현아 부사장이 사건을 일으킨 후 즉각적으로 언론에 사과하고 사건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론에 베포된 것은 오히려 자기변명과 피해자에 대한 모략이었다.

그로 인해 여론이 안 좋아지고, 대한항공 기업과 오너 일가에 커다란 피해가 갔다.

그렇다면 사건이 이렇게 되도록 대항항공 관계자들은 무엇을 했을까?


저자는 가족경영 체제의 기업에서, 특히 유교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학국기업에서 오너의 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이 없다고 말한다.

사람이나 단체는 위기상황이 닥치면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발생한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조현아 부사장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변명을 했고...

밑에 사람들은 자기가 살기 위해 그런 조현아 부사장의 말을 반론없이 따랐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반대의견이 없는 결정은 내려서는 안 된다는 피터드라커의 말을 인용한다.

카톨릭은 전통적으로 성인을 선정할 때 '악마의 대변인'이란 제도를 두었다.

성인으로 선정된 사람의 반대편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역할이다.

반면 독재 국가 일수록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묵살되거나 사형을 당한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인 모순이 한국기업들에게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2장에서는 선거에서의 여론전을 기업에서 도입하는 사례를 들며 기업경영헤서의 여론전략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가상의 정치인의 선거캠프에서 땅콩회항과 비슷한 상황을 발생하는 것을 가정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경우 선거캠프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메뉴얼로 제시한다.

분명하고 빠른 결단으로 사건을 수습하는 메뉴얼을 제시한다.

그리고 기업경영에서도 이런 위기관리 메뉴얼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땅콩회항 사건에서 왜 대항항공이 사태를 그렇게 밖에 만들 수 없었는지를 분석한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저자는 조현아 전부사장과 대항항공의 입장에서 왜 그들이 처음부터 사과하지 못했는지를 분석한다.


첫 번째 이유는 사과에는 강한 멘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사과를 나약한 행위로 본다.

그러나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것은 왠만큼 멘탈이 강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 절대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매우 강하지만 자존감이 낮고,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뇌의 전두엽이 약해지고 감정적인 부분이 강해지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인지부조화의 현상때문이다.

사건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자기 행동을 정당화 시키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직언하기 힘든 구조때문이다.

1장에서 다른 저자가 언급했듯이 한국의 기업문화는 오너의 잘못에 대해 직접적으로 직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네 번째는 설사 직언을 한다해도 그것이 인터셉트 되기 때문이다.

임원이 오너의 잘못을 아래 사람이 지적한다고 해도, 오너에게 잘 보이고 싶은 다른 임원이 나서서 그 직원을 묵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를 들어 땅콩회항의 사건의 경우 한 임원이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도 주위에서 이런 방응이 나왔을 것이다.

"아니 박상무, 부사장님이 뭐를 잘못했다고 사퇴하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당신 우리 회사 사람 만자? 사무장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 도대체 무슨 잘못이지?"

그리고 오너에게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저희가 잘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러면 오너가 누구의 말을 듣겠냐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 현실적이여서 깜짝 놀랐다.

나 역시 계속 조직사회에 있으면서 네 번째와 같은 경우를 너무나 많이 겪어 보고 보아 왔기 때문이다.

결국 직언을 허거나 진실을 말하면 오너에게 찍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두들 그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침묵하면서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업과 오너의 파멸이다.





4장은 땅콩회황 사건 이후의 대한항공의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다.

그리고 기업의 브랜드의 이미지와 그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특히 기업의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등을 제시한다.




5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위기상황이 발생한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 한다.

당시 세월호에 대한 분노와 마이클샌델이나 토마스 피케티와 같은 책들이 인기를 얻으며 불공정에 대한 분노들이 커지고 있었다.

또한 현대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여론이 쉽게 형성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대중의 분노와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환경이 만나 사건이 핵폭발처럼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현대 기업은 이런 여론과 평판에 대해 위기대응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위기대응전략의 개념과 이론들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의 진행과정을 도표와 함께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씁쓸했다.

단순히 땅콩회항이라는 이슈가 된 사건이 씁씁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로 인해서...

그리고 지금도 그런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내 주변의 상황으로 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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