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양육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
내 아이를 도덕적으로 양육한다는 것...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이런 양육법이 낯설고, 심지어 거부감까지 준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적이라는 말이 존경이나 부러움의 이미지가 아니라,
옹졸하고, 원리원칙만 강조하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내 자녀가 자라서 그런 이미지를 가지는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은연 중에 도덕적으로 살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있다.
실제로 지금도 방송이나 신문 기사에서는 도덕적으로 살다가 손해를 본 이야기가 나온다.
구한말 전재산을 팔아서 독립운동을 한 자손들이 가난하게 살고...
단체나 회사의 비리를 고발한 사람이 왕따가 되어 그 곳을 떠나는 뉴스들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우리 자녀가 그렇게 적당히 세상을 잘 사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비겁한 생각이고,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을 파괴하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은연 중에 우리 자녀들을 이런 비겁하고, 인격과 가치관이 파괴된 사람으로 키우고 있다.
단순한 규칙이 아이를 도덕적으로 자라게 만든다.
이 책은 아이를 도덕적으로 양육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강압적이고 고리타분한 양육방법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이 옳다고 가치관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인생의 문제들을 결정하고, 그것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을 부모가 도와주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아이를 도덕적으로 키우기 위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확실한 규칙이다.
이 책의 앞 장의 소개글에서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매우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을 은연 중에 비판한다.
모호한 도덕적 딜레마의 나열이 우리의 도덕관념을 더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이들이 도덕적으로 자란다는 것은 그 아이가 자라면서 확고한 도덕적 규칙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예로 든다.
한 실험자가 대상자들을 모은 후 수학적 문제를 풀면 10달러씩을 주기로 약속했다.
문제를 푼 과정이나 선택형 답안지는 없다.
그냥 자신이 문제를 풀고 몇 문제를 풀었는지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풀 수 있는 문제 갯수는 평균 3.1개였다.
그러나 거짓으로 적은 사람들이 풀었다고 적은 갯수는 평균 4.1개였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풀기 전에 사전조사로 기독교의 십계명을 적어 보게 시켰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십계명을 적은 사람들은 대부분은 정직하게 문제를 풀었다.
심지어는 10개의 십계명 중 단 한 개만이라도 적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이것을 종교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자신이 어떤 도덕적 규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호한 상황 속에서도 정직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가정에서 상황이나 환경, 부모의 기분에 따라 바뀌는 규범이 아닌 확고한 규범을 가르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규범의 기준으로 다섯 가지 가치관을 제시한다.
정직, 책임감, 공정성, 존중, 동정심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의 기준대로 결정했는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다섯가지 검사방법도 제시한다.
법적 검사, 규정검사, 악취검사, 신문1면검사, 엄마검사등이다.
내가 한 행동이나, 자녀에게 가르친 방식이 도덕적인지 비도덕적인지 모호하다면 이 검사에 나의 행동을 대입해 보면된다.
예를 들어 신문1면검사의 경우 나의 행동이 내일 신문 1면에 나왔을 때 거리낌이 있는가,없는가를 통해 도덕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도덕훈련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가정 문화에서 부터...
이 책은 도덕을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치는 규칙같은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의 교육과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한국의 교육은 부모가 아이에게 도덕을 가르치는 것으로 본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자라서 도덕이라는 개념을 생각하면 숨이 막히고,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이를 도덕적으로 키운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와 이야기함으로서 도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도덕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도덕을 일종의 문화로 본다.
우리 가정에서 행동하는 방식이나 사회에서 행동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내가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그 방식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방적인 주입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결국 아이를 도덕적으로 키운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옳은 행동이 무엇인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이를 책임감 있게 키우는 법
이 책에서는 아이를 도덕적으로 키우는 것을 두 가지 관점에서 본다.
하나는 아이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대응력이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원칙을 제시하는 요구사항이다.
전자만 강조하면 방임형부모가 되고...
후자만 강조하면 권위주의적인 부모가 된다.
이상적인 부모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강한 권위 있는 유형이다.
이아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만 큰 틀에서의 규칙은 지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규칙이 일관성있어야 책임감 있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이를 가장 잘 이해하게 하는 예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와있는 이반의 어머니 아만다의 이야기이다.
아만다는 학대받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이혼을 하고 혼자 넉넉치 못한 상황에서 아들 이반을 키웠다.
우리 상황에서는 전형적으로 마마보이 아들이나 무책임한 아들로 양육될 수밖에 없는 가정이다.
그렇지만 아만다는 자신의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아들에게 나름대로 규칙을 제시하고 그 규칙대로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자 일을 하면서 자동차를 구입하기를 원했다.
아만다는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매 달 100달러씩 값는 조건으로 500달러를 빌려줘 차를 사게 했다.
그 달에 차값을 값지 못하면 100달라를 값을 때까지 차를 타지 못하는 조건이었다.
이반은 처음에는 그 조건을 잘 지켰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생기자 그 여자친구와 일주일동안 무단 외박을 하고...
직장도 관두었다.
당연히 빌린 돈도 값지 않고, 새로운 직장을 다닐 생각도 안 했다.
아만다가 차를 타지 못하게 하고, 그 차를 다시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려고 하자...
아이는 학교를 가지 않아 좋업을 못 할 상황이 되었다.
이 경우 대부분의 한국부모들은 그냥 차를 타게 하고 일단 졸업은 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아만다는 단호하게 아이 스스로 학교에 자퇴서를 내던지,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서 차값을 값을지를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아이는 후자를 선택했다.
저자는 만약 이 때 아만다는 순간의 동정심에 의해 원칙을 무너뜨렸다면 아이는 당장 학교를 다녀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지만 그 아이의 장래성은 심각하게 무너진다고 말한다.
즉 아마다가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아이의 장래를 망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어머니들이 얼마나 아만다와 반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얼마나 책임감 없는 아이들이 자라나고...
그 아이들이 커서 얼마나 책임감 없는 부모들이 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도덕적으로 키운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고리타분하고 융통성 없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덕적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하며, 그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진정한 성인으로 키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