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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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문든 아주 오래 전에 읽은 고 이병주 작가의 [바람과 구름과 비]라는 대하소설이 생각났다.

[바람과 구름과 비]는 구한말시대 최천중이라는 사람이 무너져가는 나라의 국운을 바꿔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새로운 왕을 세우려는 몸부림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는 풍수나 점술같은 사상이 배경으로 나오며, 그런 배경들이 구한말의 커다란 사건들과 연관성을 가지고 전개된다.

제목인 바람과 구름과 비도 용이 승천하기 위한 조건들을 이야기 한다.

 

 

시대적인 배경 틀리고, 분량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왜 그 소설이 생각이 났을까?

이 소설은 현대사의 대변혁이라는 10.26사건(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9일의 묘'는 대통령의 국장기간인 9일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이야기 한다.

이 소설 역시 현대사의 격변기에 풍수라는 사상을 통해 현대적인 왕인 대통령이 되기 위한 권력 싸움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배경상 사건의 시작은 청화대가 비밀 안가에서 시작될 것 같다.

그러나 소설의 시작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외딴 산속에서 중범과 도학, 해명이라는 세 남자가 도굴을 하고 있다.

길지라고 알려져 있던 묘는 파면 팔수록 물이 흐르는 악지였고...

그들이 도굴하려는 잘린 목대신 매장했다는 황금머리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조금은 으시시한 분위기의 시작은...

불빛을 비치는 추적자들에 의해 긴박하게 전개된다.

도망치는 과정 속에서 중범은 어린 시절 같이 자란 도학을 버리고 온다.

중범은 당대 최고의 풍수사인 황창오의 아들이었고,

도학은 그런 황창오가 거리에서 데려 온 고아였다.

이들은 도굴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도굴에 실패하던 날 저녁, 대통령이 시해당한다.

그리고 도학은 군인들에게 잡혀간다.

그 군인들은 사령관이라는 부르는 상관을 현대판 왕인 대통령으로 세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도학은 그들에게 이끌려 사령관을 왕으로 세우기 위해 묘자리와 집자리를 바준다.

이 과정에서 반대편 사람(육군참모총장?)의 묘 자리를 바주던 중범과 마주치게 된다.

결국 사령관일파에 의해 중범에게 일을 시킨 사람들은 사살되거나 잡혀 들어가고...

중범은 이 모든 일을 사주한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이 모든 일이 국장 기간인 9일동안 급박하게 돌아간다.

그리고 결국 지관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던 중범은 빨갱이로 몰려 죽음을 맞이하고...

또 다른 지관인 도학은 새로운 왕을 만드는 작업에 일등공신이 된다.

물론 그 역시 쓸쓸히 한국 땅을 떠나지만....

 

 

 

이 소설은 권력을 잡고자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그들에게 이용 당하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것을 풍수라는 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군인들에게 이용 당하는 지관인 중범과 도학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풍수가 권력을 만든 것인지...

권력이 풍수를 만든 것인지...

작가는 확실한 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인상적인 것은 도학이 사령관이라는 인물과의 만남을 묘사하는 내용이다. 

작가의 묘사가 마치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 역의 이정제의 등장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출입문 앞에서 김선각은 신신당부를 했다. 그가 문을 두드리자 금방 문이 열렸다. 부관이 나와 일행을 안내했다. 도학은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강력한 악기를 느겼다. 보통의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할 음험하고 탁한 기운이 사무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찍득한 수렁에 발이 빠진 듯 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진땀이 흐르고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부관은 일행을 사령관실로 안내했다. 도학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지옥이더라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P147)"

 

또 소설은 대통령과 영부인이 암살당한 것이 중범의 아버지 황창호가 선친의 묘자리를 잘 못 섰기 때문이라고 묘사한다.

그 묘자리는 왕을 배출하는 묘자리였지만 바위돌 하나가 기운을 막고 있었다.

황창호는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묘자리를 대통령의 선친의 묘자리로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도학은 사령관의 집터를 봐주며 그 곳에 단단한 옹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일부러 사령관에게 그것을 이야기 하지 않고, 훌륭한 집터라고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소설은 그 옹이가 미래에 어떤 작용을 할지 모른다는 암시를 이야기 한다.

그 옹이가 했던 역활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은 전반적으로 거대한 운명론으로 휘감아 흐르고 있다.

인간의 권력욕이나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도 결국은 거대한 운명에 의해 원래 의도했던 대로 흐르게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요사이 내면의 심리나 타인과의 관계 등을 중점으로 하는 소설들과는 달리...

풍수라는 오래되면서도 신선한 주제를 10.26사건이라는 역사성과 연결한 소설이다.

구성면에서 매우 치밀하고...

인물묘사도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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