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 - 2014년 제3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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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다시 이상문학작품집을 다시 구입해서 읽기 시작하면서 두 번째 읽는 작품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책의 느낌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까끌 까끌한 표지, 단편 작품마다 구분되어 있는 검은색 제목들, 읽기 쉽게 된 편집들...

이전 디자인과 확실히 차이가 난다.

2012년 작품집부터 바뀐 편집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든다


 

 

 


2014년 대상 작품은 편혜영의 [몬순]이다.

편혜영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본다.

어쩌면 예전에 몇 편의 단편들을 읽었으나 기억을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 몬순이란 작품을 읽고 난 후 첫 느낌은 당혹감이다.

'이건 뭐지?'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이 소설은 뜬끔없이 태오와 유진이라는 젊은 부부가 갈등 상황을 겪고 있음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단전이라는 어둠의 상황을 맞게 되면서 두 부부의 갈등이 더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소설은 점점 이 두 부부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상황, 아니 주인공 태오의 내면의 상황으로 들어간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간난 아이의 죽음...

그리고 의사에 대한 분노...

다시 그 분노의 대상이 아내로 번지고...

또 다시 우연히 만나 아내의 상사에게 그 분노가 번진다.

그리고 소설은 그 상사와 아내가 불륜의 관계이며, 그들의 만남으로 인해 아내가 아이를 돌보지 못했고, 그로 인해 아이가 죽었다는 암시를 남기며 끝난다.

물론 이것은 태오의 내면의 생각이다.

작가는 이런 태오의 생각이 사실이라든지, 아니면 태오 자신만의 망상이라든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모호하고...

그로 인해 계속해서 소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순수문학의 묘미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요즘에 추리소설들을 많이 읽는데...

추리 소설들은 끝에 답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소설들은 답이 없다.

대신 읽는 독자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뭐지?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이 책에는 편혜영 작가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다른 소설도 올려져있다.

제목은 [저녁의 구애]이다.

작가가 김이라만 부르는 주인공은 은퇴를 하고 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작품에서는 이런 배경도 잘 설명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짐작한 것이다.)

주인공은 기억도 잘 못하는 옛 직장 동료로 부터 예전에 알던 어른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옛 동료에 대한 마음도, 그 어른에 대한 마음도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동료의 부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화원에서 화환을 가지고 먼 지방으로 내려 간다.

이 과정에서 어떤 여인과의 관계가 언급된다.

주인공은 이 여인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끝내려 한다.

지방에 내려 갔으나 그 어른은 아직 임종을 맞이 하지 않고 있고...

주인공은 임종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사고가 날 뻔 한다.

그리고 갑자기 그 여인에게 전화를 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게 전부다...

더 이상 설명도...

뒷 이야기도 없다....

아쉽게도 이 작품에 대한 해설도 없다.

그래서 더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편해영작가는 이 책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자신의 소설의 출발은 학창 시절 때의 한 아르바이트 사건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녀는 당시 친구들과 구청에서 가구 별로 조사한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 정보 속에 그녀의 아버지가 적은 그녀의 가정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친구들은 그것을 보고 그녀를 이해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정보 속에 자신의 삶이 다 드러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단지 외부적인 정보만으로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다시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너무나 쉽게 단정해 버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

어쩌면 그렇게 쉽게 단정해 버릴 수 없는 다른 미묘한 것들이 얽혀 있는 것임을 보여 주려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소설 속의 주인공과 그들의 삶은 타인이 너무 쉽게 단정하기에 좋은 삶이다.

자녀를 잃고 아내를 원망하는 남편...

자신의 은사에 대해 의무감만 가지고 있는 남자...

그러나 그 안에는 우리가 쉽게 단정하지 못하는 삶이 있다.

저자가 그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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