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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세상이 만든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수는 항상 옳고 소수는 항상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수는 항상 핍박을 받고...
그 핍박으로 다수가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악착같이 다수 속에 들어가고자 몸부림을 친다.
내가 소수에 속해있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이다.
언제, 누가 나를 공격하고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도 변명 한 마디 못하고 매장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항상 다수가 진리라고 말한다.
이 책은 독특한 SF적인 배경으로 다수와 소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다수가 옳고, 소수가 그른 시각...
그래서 소수를 짓밟아야 다수가 잘 살 수 있다는 시각...
이 시각이 한 순간에 뒤집히는 충격을 반전의 재료로 삼은 소설이다.
이 책은 1980년대 브릴리언스라는 새로운 종족이 탄생한 것을 배경으로 한다.
굳이 새로운 종족이라고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영화 엑스맨을 떠올리면 된다.
소설의 초반부 역시 엑스맨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엑스맨들은 비현실적인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 책의 블릴리언스는 남들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 된 영화이지만 브루스윌리스가 주연한 머큐리라는 영화의 자폐증 소년을 떠올리면 된다.
이 영화에서는 정보기관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암호프로그램을 만들지만 자폐증 소년이 아주 간단하게 해독해 버린다.
남들과 다르게 코드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브릴리언스도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모든 것을 패턴으로 읽는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그래서 이들은 수학이나 IT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낸다.
또한 이것을 이용해서 주식시장의 흐름을 읽거나 신기술을 개발해 벼락부자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처럼 사람의 눈동자나 근육의 움직임을 읽고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리더'라고 한다.
이런 브릴리언스는 전체 인구의 1프로를 유지한다.
그리고 나머지 99프로는 1프로에게 위기감을 느낀다.
몇 몇 1프로들이 범죄를 저지르자...
99프로는 1프로의 사람들을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여기고 탄압하기 시작한다.
이제 사람들은 1프로의 브릴리언스가 되기를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증오하고 그들을 99프로에 속하게 만드려 한다.
1프로 중에서도 자신이 99프로에 속하려 하거나 99프로가 맞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인공 쿠퍼이다.
쿠퍼는 초장기 브릴리언스였다.
그의 재능은 상대방의 눈동자나 근육의 움직임을 패턴화해서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재능으로 군대에서 전투기술을 익힌다.
어떤 커다란 덩치와 싸워도 상대방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기에 상대를 쉽게 때려 눕힌다.
(이 재능은 참 매력적이다.^^)
그는 브릴리언스 범죄자를 다루는 정보기관인 DAR에 속해 있고, 그 곳에서도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기관의 수장인 드루 피터스는 자신의 부하들은 '믿는 자'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쿠퍼는 이런 피터스가 신임하는 최측근이다.
쿠퍼스는 브릴리언스와 보통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꿈꾸며 블릴리언스를 사냥한다.
이런 신념은 자신의 자녀들을 향한 사랑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의 아들은 보통 사람이었고, 딸은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지만 확신적으로 자신과 같은 재능을 가진 1급 블릴리언스였다.
그는 소수의 브릴리언스가 범죄와 테러를 저지르기에 다수가 소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핵심에는 브릴리언스 테러리스트 존 스미스가 있다.
그는 존 스미스를 추적하다가 1000여명이 사망하는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 폭파사건을 목격한다.
그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존스미스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증권거래소 폭파범의 누명을 쓰고...
존 스미스의 부하가 되기 위해 잠입을 한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리더인 섀넌을 만난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그는 그녀와 존스미스를 통해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믿던 다수의 진실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SF소설과 스릴러 소설을 통털어 최고의 소설이다.
배경, 인물묘사, 구성, 그리고 반전까지...
무엇보다도 흥미 위주의 소설 흐름 속에 담겨져 있는 메시지까지...
마커스 세이키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데 이 책을 읽은 후 그의 다른 소설들이 더 읽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주인공인 쿠퍼가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주눅이 든 딸 케이튼에게 말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제 너도 컸으니까, 아빠가 몇 가지 이야기를 해 줄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전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몰라, 알겠니?" 케이트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떡이자, 쿠퍼가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전부 다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 어떤 사람들은 키가 크고 어떤 사람들은 작아, 누구는
금발이고 누구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그리고 이 모든 차이는 올거나 그르거나, 좋거나 나쁜 게 아니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몇몇 부분에서 아주 뛰어나단다. 음악을 이해하거나, 큰 숫자를 암삼하거나, 다른 사람이 슬퍼거나 화났을 때 말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지.
누구나 조금씩 그런 능력이 있지만, 어떤 사라들은 그걸 아주 잘해. 아빠처럼. 그리고 아빠 생각에는 너도 그런 것 같구나."
"그럼 그건 좋은 거야?"
"그건 좋거나 나쁜 게 아냐, 그저 우리의 일부일 뿐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그렇잖아"
"그런 사람들오 있어, 많지는 않지."
"그럼 난 병신이야?"
"뭐? 아냐,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니?"
- 중략 -
"잘 들어, 이건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거나 머리가 좋은 것과 다를 바 없어, 그저 네 일부란다. 그게 누군지를 결정하진 않아, 너 자신이
정하는 것이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한 번에 한 가짔끼 정하는 거야,"
딸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남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아빠는...
나중에 이 딸을 위해서 모든 것으 포기하고 죽음 속으로 들어간다.
딸이 다르게 살지 않게 하기 위해...
딸이 다른 사람에게 놀림을 당하며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읽으며 쿠퍼의 부성애가 참 애뜻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