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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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코맥 매카시의 소설 '더 로드'를 읽었다.

오래 전 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

원래 이런 류의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한다.

인류가 멸망해가는 절망적인 상황....

그 가운데 몇 몇의 사람들이 함께 뭉쳐서 그런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해 내는 과정...

 

그런데 이 소설을 내가 기대했던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다.

글쎄...... 이 소설을 어떤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읽는 순간부터 작가가 만든 핵전쟁?이후의 암담한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작가는 원래부터 그런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어줍짢은 소망이나 이상을 첨가할 생각도 없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도저히 창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작가가 만든 불탄 세상과 잿빛 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그 세상에서는 도저히 희망을 찾을 수가 없다.

 

 

소설은 겨울이 다가오는 황량한 숲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한 남자의 시각에서 시작된다.

하늘은 온통 잿빛이고 세상은 불탔다.

추위는 다가오고 있고, 그에게는 지켜야 할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은 그가 죽음을 외면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남자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이가 자신의 근거라는 것뿐이었다. 남자는 말했다. 저 아이가 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신은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거야(P9)"

 

그리고 그는 아들과 함께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뭣 좀 물어봐도 돼요? 소년이 물었다.

그럼, 되고 말고.

우린 죽나요?

언제가는 죽지, 지금은 아니지만.

계속 남쪽으로 가나요?

응.

따뜻한 곳으로요?

응.

알았어요.

뭘 알았어?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냥 알았다고요.

자라.

알았어요.

불 끌게 괜찮니?

네. 괜찮아요.

한참 뒤 어둠 속에서, 뭣 좀 물어봐도 돼요?

그럼 되고 말고.

제가 죽으면 어떡하실 거예요?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싶어,

나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요?

응. 너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알았어요. (P15-160"

 

이들이 피해햐 할 것은 단지 추위와 배고픔만이 아니다.

사람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생존한 사람들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사람을 피해 여행을 한다.

가장 무서운 순간 역시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다.

 

도시들을 비어있고.....

사람들은 약탈을 시작하고....

곳곳에는 사람을 먹고 버린 뼈들만이 남아있다.

심지어 먹을 것을 위해 찾아간 어느 건물의 지하에서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잡아먹기 위해서이다.

 

아들은 계속 아버지에게 묻는다.

우리는 착한 사람들이죠?

그럼

우리는 사람을 잡아 먹지 않죠?

그럼

 

 

어린 소년과 함께 걷는 아버지의 걸음은 느리고...

겨울과 눈이 찾아온다.

그들은 추위 속에서 배고픔과 견디며 무조건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두 번의 행운을 발견한다.

한 번의 들판의 어느 집을 뒤지다가 우연히 지하 창고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많은 통조림 음식들과 옷들을 얻는다.

다른 한 번은 난파한 요트를 뒤지다가 먹을 것과 무기를 발견한다.

그들은 이것들을 카트에 싣고 계속 길을 걷는다.

 

그러나 행운은 계속되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는 굶주림과 상처로 인해 병들고 아들을 남겨 두고 죽는다....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점은 재난 이후 세상을 묘사하는 것과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내면에 대한 묘사이다.

오래 전에 읽은 도스트옙스키의 소설들을 읽는 분위기였다.

상황은 어둡고...

마음은 더 어둡다.

남자는 계속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상황은 계속해서 그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빼앗는다.

단지 자신의 아들만이 살아야 할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계속해서 무언가 우리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아무 것도 잡을 것이 없지만 계속 걸어가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끝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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