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다시금 이상문학작품집을 읽기 시작했다.

2012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대상이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였다.

오랫만에 다시금 한국문학을 접했기에 처음엔 김영하란 이름이 낯설었다.

그러다가 곰곰히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 내고...

대학교때 읽었던 소설이 생각났다.

창고에 있는 박스를 꺼내어 한참을 뒤진 후에 예전에 읽었던 이 책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비록 책 한 권으로 되어 있지만 중편소설의 분량이여서 금새 읽을 수가 있었다.

 

 

 

거이 10년만에 읽는 책......

안 표지의 김영하 작가의 사진이 지금의 사진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한다.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진 인상이다.

사진뿐만 아니다 소설 역시 예전의 소설은 더 날카롭고, 파괴적이고, 자학적이며, 퇴폐적?이다.

 

 

 

그리고 클림트의 유디트라는 그림이 먼저 들어온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정도 되는 인물을 부르는 명칭이자...

앗수르 장군을 유혹해서 죽인 유대인 민족주의자이다.

 

 

 

그리고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의 죽음이라는 작품

바벨론의 멸망을 앞두고 자신의 후궁들과 애마를 죽이며...

그것을 관조하는 모습...

죽음에 초연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

아마 이 작품의 주인공의 이미지를 여기서 가져왔나 싶다.

 

 

주인공은 죽음을 찬미하는 사람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삶의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

그래서 자살을 원하는 의뢰인을 구하고 그들의 자살을 돕는 방법을 택한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게...

소설은 이 주인공이 자살을 도왔던 여러 사람 중에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명은 유디트라고 부르는 여자이고...

다른 한 명은 미미라고 부르는 행위 예술가이다.

두 여성은 전혀 관계가 없는 사이지만 이 여성들은 모두 C라는 남성과 연관이 되어 있고....

C와 함께 그의 동생 K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비록 자살을 하는 인물은 유디티와 미미이지만 K와 C역시 두 여인과 모든 면에서 비슷하다.

모두들 삶에 소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죽음을 동경하는 사람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엔 많은 거부감을 느꼈다.

10년 전에는 별 생각 없이 읽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어두운 소설이 싫다.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류의 소설을 읽으면 왠지 마음이 무겁고 음침해 진다.

마치 곰팜이 냄새가 가득 찬 방문을 열었을 때의 불쾌감이 느껴진다.

나도 예전과 많이 변했나 보다.

아니면 점점 이런 소설의 배경이 내가 사는 현실과 너무 닮아가기 때문인가 보다.

삶의 소망을 잃어버린 사람들....

죽음을 동경하는 사람들....

사방에 곰팡이 냄새가 나는 현실들....

 

소설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던 점 하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도우면서 너무도 깔끔히 완전 범죄를 추구한다.

자신의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는 것이다.

삶의 애착을 버린 사람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고...

자살을 찬미하지만...

어쩌면 누구보다도 더 현실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리고 그 사람이 작가 김영하가 아닐까?

그냥 혼자만의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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