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건축가 - 두란노 30주년 개정판
로렌스 크랩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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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된다. '외로워서!' '사랑이 필요해서!' 무언가 자신 안에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고, 그것이 결혼을 하면 상대로 인해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결혼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기대는 곧 실망감으로 바뀐다. 심지어 3-40년의 결혼생활을 하고 황혼이혼을 하는 커플도 마지막에 하는 말이 상대방이 나를 몰라 준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내 안에 무엇을 채울지 상대방이 모른다는 것이다. 감정의 일방통행에 의해서 오랜 기간 철저하게 마음이 짓밟힌 후에 어쩔 수 없이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상대방 탓이기만 할까.

 

[결혼 건축가]라는 책은 결혼에 대한 고전적인 책이다. 저자인 래리 크랩은 기독교 상담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학자이자 저술가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결혼 전인 20여 년 전에 읽은 책이다. 그 사이에 몇 번을 다시 읽고 최근에 또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동안 내가 결혼에 대해서 놓치고 있는 것이 많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결혼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친밀감'이라고 표현한다. 친밀감이란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내가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나도 상대를 받아들이는 감정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친밀한 관계를 원합니다. 우리는 다 누군가와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밀해지고 싶은 강한 욕망에는 아무런 변명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죄도 아니고 이기적인 것도 아닙니다. 사회적 출세나 지식의 습득 같은 만족을 더 중시하여 거기에만 매달림으로 이 친밀함의 욕구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초월이라는 미명하에 관계의 갈망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음식 없이 살 수 있다고 우기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의 관계 욕구는 현실이며 하나님이 주셨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P 28)

 

 

저자는 친밀감의 대표적인 감정으로 크게 안전감(securrity)과 중요 간(significance)을 이야기한다. 안전감이란 내가 진정 사랑받고 있으며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반면 중요감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계속 중요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남녀 구별 없이 추구하는 감정이지만, 비교적 안전감은 여성 쪽에서 중요감은 남성 쪽에서 주로 추구한다. 문제는 이것이 사람에게서 온전히 채워질 수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에게 이 감정을 채워달라고 요구한다. 결국 상대도 채워지지 않은 감정을 자신에게만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꼴이 된다. 저자는 이것을 '파산한 사업가들이 다시 동업하려고 서로를 의존하는 상태'(P 37)라고 말한다. 또는 황소와 쇠파리의 관계에 비유하며 상대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관계라고 말한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상대를 착취하기로 서약하는 과정을 거쳐 맺어지는 이런 결혼 -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결혼이 이런 기초 위에 건설되고 있다 - 은 '황소와 쇠파리'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배고픈 쇠파리가 먹을 것을 찾아 황소 몸에 달라붙듯 이런 부부는 자기한테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상대에게 달라붙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결혼 관계에 황소는 없고 두 마리의 쇠파리만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P 46)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만 의지하라고 말하는 것 역시 너무나 피상적인 해결책이다. 저자는 이런 감정적인 파산의 상태에 있는 부부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서로의 친밀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기도 한데, 크게 세 부분으로 이 과정을 제시한다. 영적인 연합과 감정적인 연합, 그리고 육체적인 연합이다. 서로를 이용하려는 관계에서 진정으로 자신을 상대에게 내어 주고, 또한 상대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친밀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결혼이란 단순히 외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친밀감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하나님의 계획은 부부가 영적 연합에 그치지 않고 관계의 연합, 즉 정신적인 연합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연합은 상대방의 인격적 필요를 깊이 채워 주는 독특한 도구로서 부부간의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간단히 말해 영적 연합의 기초가 인격적 필요의 충족을 주님께 의지하는 데 있다면 정신적 연합의 기초는 상대방의 인격적 필요를 채우려 서로 기꺼이 섬기는 상호 헌신의 관계에 있습니다. - 중략 - 남편도 아내도 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부분 이면에 숨은 상대의 정신적 필요를 몰랐고, 그 필요를 깊이 채워 줄 수 있는 놀라운 잠재력과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P 72)

 

어떤 책은 젊은 날에 읽을 때는 부분적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이가 들어서야 조금씩 더 깊게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젊은 날에 읽고 내가 결혼에 대해서 전부 이해를 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내가 결혼의 과정에서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책의 원리를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결혼 생활에서는 어느새 상대를 통해 내 필요를 채우기에만 급급해 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둔 예배 부부를 비롯해 결혼 생활을 하는 많은 부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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