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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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스포츠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등산이다. 한 가지 일에 빠져서 답을 찾지 못할 때 등산을 하게 되면 답을 찾을 때가 있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그 문제가 전부가 아닌, 그 주변의 상황까지 넓게 보이며 의외로 쉽게 답을 찾는 경우가 많이 있다. 등산을 통해 삶을 넓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여러 분야의 독서 중에서 철학서적을 즐겨 읽는다. 철학서적은 다른 책을 3-4권 정도 읽을 시간에 한 권 읽기도 힘들어 독서량은 적은 편이지만, 철학서적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철학을 통해 삶을 조금 더 폭넓고 깊이 있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라는 책도 바로 이런 시각을 철학을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35명의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특정한 분야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제시하고 있고, 저자인 나오에 기오타가가 이것을 한 권으로 엮었다. 다른 철학 서적보다 내용이 쉽고, 또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쉽게 읽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사랑은 자연스러운 감정일까?' '인터넷 정보,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대놓고 성(性)을 화제로 삼아도 될까?' '자유경쟁이란 어떤 경쟁일까?' '우리의 삶은 모두 유전으로 결정될까?'와 같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실질적은 문제들을 질문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챕터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사람들의 대화가 제시되고,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설이 이어지고, 결론적으로 이런 문제를 접근했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소개되는 방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챕터이다. 빅터 플랭클의 [밤과 안개] 책과 그의 대표적인 사상인 '삶의 의미를 찾는 문제'를 언급하는 내용이다. 이 챕터에서 먼저 두 명이 대화를 한다. 지우라는 사람은 인접 국가에서 일어난 쿠데타와 독재, 그로 인해 탄압을 받는 사람들의 고통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는 태주는 듣는 둥 마는 중 하면서 자신의 문제만을 이야기한다. 동아리 농구 대회에서 실수를 했다든지, 리포트를 못 내고 있다는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지우는 너무 이기적이라고 말하지만, 태우는 오로지 자신의 문제에만 집착한다. 인간은 이렇게 이기적인 존재일까? 인간은 이렇게 자신의 고통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 저자는 이런 문제를 통해 고통의 문제에 접근한다. 저자는 빅터 프랭클이 경험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험과 그의 사상을 이야기하며, 인간은 고통에서 삶의 방향을 전환할 때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프랭클은 '삶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삶'은 수동적인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서 우리가 처하는 상황을 올바르게 마주하고 생동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생각했다. 다시 말해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야말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된다고 여겼다." (P 168)

 

저자는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나만의 삶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말로 질문의 방식을 바꾼다. 심지어 삶뿐만 아니라 죽음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다른 챕터들에서도 이런 방법이 이어진다. 어떠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할 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그 질문 자체가 틀려 있음을 이야기한다.

 

쩌면 우리가 스스로나 타인에게 묻고 있는 질문들 중 대부분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답을 찾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질문이 틀렸으니 당연히 답이 없는 것이다. 이 책은 한 가지 생각으로만 묻고 답하려는 편협한 생각에 빠진 사람들을 오랜 기간 철학자들과 사상가들이 고민한 넓고 깊이 있는 질문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질문과 접하고 새로운 답을 얻게 한다.

 

이것이 철학이 주는 유익이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이 삶의 문제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 문제에 눌리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으며, 한 발자국 떨어져서 넓게 본다면 새로운 질문과 답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문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철학은 자기개발서처럼 단순히 지금의 삶에 유익을 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철학을 통해 인생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가 있다. 그러다 보면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을까? 이 책은 철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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