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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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거리나 마트, 공공장소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독특해서, 어떤 사람은 너무 기분이 나쁘게 행동해서 기억에 남게 된다. 이런 일들을 글이나 그림으로 기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한 작가가 있다. 일본 작가 가마타미와이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자신의 재미있는 경험을 만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그렸다. 사실 만화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글이나 메모들도 많아 마치 한 사람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우선 이 책에는 흔히 가게나 길가에서 만나는 독특한 사람들과 일화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작가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유독 옷 가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아주 우아한 여성 옷 가게 주인이, 갑자기 자기 화장 지우면 남자같이 생겼다고 조금은 말하는 부분은 조금 징그럽기도 하다.

 

 

 또 갑자기 우리 딸과 몸매가 비슷하다면 옷 좀 대신 입어 봐달라는 부분에서는 남성이 나도 비슷한 경험이 많아서 공감이 많이 간다. 젊었을 때는 유독 백화점이나 옷 가게에 가면 어머니 또래 되시는 분들이 우리 아들과 체형이 비슷하다며 한 번 입어 봐달라고 부탁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내가 옷을 입고 있으면 점원에게 저분이 우리 남편과 체형이 비슷하다면 입고 있는 옷 좀 보여달라는 분도 계시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내가 대한민국 표준체형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독특한 행동과 말을 하는 분들과의 만남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빵 가게 진열장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아저씨가 어느 순간 '결심했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빵 터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비록 할아버지는 아닌데, 내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기에 음식의 유혹과 치열한 싸움 중이다. 가장 힘든 부분은 헬스장 밑 건물에 중국집이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허기진 배로 나오면 바로 엄습하는 치명적인 중국집 음식 냄새. 거기에다가 중국집 앞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장면을 맛있게 흡입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보인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 역시 혼자 말고 '결심했어!'라고 외치며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데 이렇게 유쾌한 만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디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저자가 여성이다 보니 흔히 이야기하는 변태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돈을 제시하면서 스타킹을 벗어 달라는 사람, 가게에서 은근히 성희롱을 하는 사람, 특히 일본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는 사회 분위기가 개방적이어서 그런지, 같은 여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해 오는 황당한 경험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여행이나 방송으로만 접하는 일본의 문화나 골목길의 가게, 또는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사진과 글까지 첨부해 가며 저자의 여행과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이렇게 그림과 사진으로 후기를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부담 없이 타인의 재미있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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