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역사 소설에서는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판타지 소설에는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독특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여행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 등에서도 그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세계가 있다. 이렇게 소설은 현실과 다른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르거나 복잡한 세계관으로 소설에 몰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기에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읽으면서 때로는 백지에 소설의 세계관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그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런 소설의 세계를 그림으로 잘 표현한 자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정말 그런 그림들이 실려 있는 책을 만났다. 이런 소설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린 책이 있다. 바로 [소설&지도]라는 책이다. 이 책은 유명한 고전 19편의 배경이 되는 세계를 멋진 지도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지도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배경이 되는 지도이다. 어린 시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읽고 그 독창적인 세계관과 배경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지도를 보니 당시의 경험이 새롭게 떠오른다. 소설 속에서 오디세우스가 방황했던 세계란 한눈에 펼쳐지는 느낌이다.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와 10년 동안 전쟁을 치른 트로이, 오디세우스를 유혹에 빠지게 한 오기기가, 노래로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을 유혹한 세이런, 부하들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이 폴리페모스까지 환상의 세계가 멋진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대니얼 디포의 [로빈스 크로스]의 배경이 되는 무인도도 아주 멋지게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단순히 지명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설에서 로빈스 크로스가 겪었을 외로움과 절망, 배고품,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가장 관심을 끈 지도는 프레더릭 더글러스가 쓴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는 책의 배경이 되는 지도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노예로 이곳저곳을 팔려 다녔고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책을 쓰게 되었다. 지도에는 그가 태어났던 곳과 그가 팔려 다녔던 곳, 그리고 그가 노예해방 운동을 했던 곳들이 기록되어 있다. 지도를 통해 그의 일생이 보이는 것이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도 매우 인상 깊게 읽은 책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피쿼드 호의 구조가 아주 잘 그려져 있다. 또한 피쿼드 호가 쫓는 모비딕이란 고래의 이미지도 그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여행]의 배경이 되는 미시시피강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책이고, 만화나 영화로도 자주 접했던 원작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미시시피강은 단순히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의 배경이 되는 남북전쟁 전의 남부의 상황을 표현해 내는 이미지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이 부분을 언급한다.

 

"소설 속 비유와 인물이 대단히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까닭에 가끔은 미시시피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깜박 잊을 정도다. 강은 늘 변화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항상 스스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강(강을 다니는 배에서 도선사로 일한 적이 있기에 미시시피는 정말로 그 강이었다)은 옛날 옛적부터 전해져온 상징이 아니라 뭔가 미국적인 것에 가깝다." (P 73)

 

이 책에서는 내가 아직 읽지 않는 소설들에 대한 지도가 더 많이 등장하지만, 지도를 보면서 읽지 않은 소설들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 역시 소설을 읽으며 내가 읽은 소설을 하나의 이미지나 지도로 그려 보면 어떻까 하는 마음까지도 들 정도로 소설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린 지도로 가득 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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