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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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은 그만 강을 건너고 말았네.
강에 빠져 돌아가시니.
이제 그님을 어이하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라는 곡의 가사이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시가 문학이기도 하다. 배운지 오래 되지만, 아직도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의 애절한 감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외에도 황조가나 정읍사, 제망매가, 가시리, 서경별곡 등의 가사들은 그 시를 접했을 당시의 감정과 함께 싯구들이 그대로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이후 이 시를 접한 기억이 없다. 고등학교 때 역시 이 시들을 깊이 있게 접하기 보다는 입시 위주로 시험에 나올 부분들을 암기하기에 바빴던 기억이 난다.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는 교과서에 나오는 수많은 문학작품을 친절하면서도 깊이 있게 해석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고대가요, 향가, 고려가요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교과서에 실린 고전 시들의 배경과 의미를 친철하게 해석해 주고 있다.

먼저 [고대가요 편]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공무도하가와 함께 황조가, 구지가, 정읍사 등에 대한 해설이 등장한다. 공무도하가는 백수광부로 알려진 흰머리의 남자가 강물에 빠져 죽자, 이를 애닯게 여기던 아내가 함께 따가 강물로 들어간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 보던 곽리자고라는 사람이 자신이 본 것을 아내인 여옥에게 전해주자 여옥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공부도하가와 함께 정읍사가 기억에 남는다. 장사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되었다는 아내의 노래는 공무도하가나 황조가 만큼이나 애잔하다.

[향가 편]에서는 서동요, 모죽지랑가, 도솔가, 제망캐가, 찬기파랑가, 안민가, 처용가 등을 해설해 주고 있다. 향가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초까지 주로 지어졌는데, 고대가요에 비해 더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백제의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서동이 지었다는 서동요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선화공부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 서방을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

지금 같으면 인터넷 성희롱으로 고소를 당했겠지만, 당시 이름없는 평민이었던 서동이 흠모하는 선화공주와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 밖에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래도 끝이 좋았으니 모두들 행복했을까?

[고려가요 편]에는 가시리, 청산별곡, 서경별곡, 정과정, 동동 등을 해설하고 있다. 고려가요는 단순했던 고대가요나 향가에 비해 더 문학적으로 성숙한 작품들이 많다. 특히 싯구들이 아름다워서 현대 문학이나 가요 등에도 많이 인용되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해석을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고려말의 무신정권과 거란과 몽고의 침략과 같은 혼란 상황 속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지어진 시가 많았음을 느낀다.

이 중 '가시리'나 '청산별곡'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들이다. 그 중 가시리는 김소월의 시나 가요를 통해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시이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는 버리고 가시리고 나는 위 증즐가 태평성대
날러는 엇디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위 증즐가 태평성대
잡사와 두어리마나는 선하면 아니올세라 나는 위 증즐가 태평성대
설온님 보내옵노니 나는 가시는듯 도셔 오셔서 나는 위 증즐가 태평성대"

애절한 사랑 노래같지만, 이 시는 고려말 혼란한 시기에 지어진 시라고 한다. 묘청의 난에 참가해 출세를 하려는 남편을 붙잡지 못하는 아내의 절박한 마음이 담긴 시이다. 결국 묘청의 난은 실패하고, 남편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청산별곡 역시 현대에 많이 알려진 시이다.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 하는 삶을 그리는 이 시는 사실은 고려말의 혼란 상황에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간절함이 담긴 시라고 한다. 당시 무신정변과 거란이나 몽골의 침입같은 혼란 상황 속에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400여편의 수준 높은 그림과 함께 고전 시들을 해설하고 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는 과거의 추억을,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의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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