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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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떤 때는 그런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소설을 읽는 것은 바로 이런 맛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곧 소설을 읽는 새로운 맛을 알게 되고, 다시 그 경험에 매료 된다.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이번 소설은 처음 경험해 보는 씁쓸한 맛이다. 이런 쓸쓸한 맛이 너무 강하기에 읽으면서 당혹스럽고, 속이 쓰린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되면서도, 너무나도 괴로운 경험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포장하고 있는 작가의 글로 인해 속이 후벼지는 느낌이었다.

[팡쓰치의 낙원]이란 소설은 주인공 팡쓰치라는 여성이 리궈화라는 중년의 남성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서 보도된 적이 있지만, 작가인 리이한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부유한 집에서 자라고, 대만의 대학 입학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수재이지만, 어렸을 때의 경험으로 인해 평생 우울증과 자살 시도에 시달렸다. 그녀는 살기 위해서 이 책을 섰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객관화하면서 치유를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이 책이 출간된 후 오히려 사회의 지탄을 받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소설은 부유층들이 사는 아파트에서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 단짝인 팡쓰치와 류이팅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들은 어릴 적 부터 친구로 지내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리이원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의 집에서 그녀가 골라주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 그녀들에게 리궈화라는 남성이 등장한다. 리궈화는 문학 선생으로 입시전쟁이 치열한 대만에서 매우 유명한 학원 강사였다. 그는 두 아이에게 작문 수업을 해 주겠다면 접근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아름다운 팡쓰치였다. 13살때부터 팡쓰치는 리궈화에서 성적으로 유린을 당한다. 결국 팡쓰치는 류이팅과 함께 대학에 진학했지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리궈화가 아닌, 팡쓰치와 그녀에게 책을 읽어준 리이원이라는 여성에게 돌려진다.

이 책의 내용은 가슴 아프고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소설은 문장은 찬란하다. 마치 봄날에 비치는 햇살을 보듯이 아름답고 눈부시다. 그러기에 소설을 읽는 게 더 힘들고 괴롭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팡쓰치를 유린하면서 달콤한 문학적인 말로 자신의 성욕을 포장하는 리궈화의 말들을 읽을 때면 더욱 그런 감정을 느꼈다.

"이건 선생님이 널 사랑하는 방식이야. 알아듣겠니? 날 원망하지 마. 넌 책을 많이 읽었으니 아름다움이란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 것 알거야, 넌 정말 아름다워, 하지만 모든 사람의 것일 수 없으니 내가 가질 수밖에. 넌 내 거야. 넌 선생님을 좋아하고 선생님도 널 좋아애, 우린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따. 이건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이야. (P 90)"

리궈화는 이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을 흠모하는 여학생들을 유린했고, 팡쓰치에게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그녀를 성적으로 이용한다. 소설에는 대만의 입시가 얼마나 치열한지, 그리고 그런 입시에서 그들의 성적을 이끌어주는 선생의 권력이 얼마나 큰지를 이야기한다. 더 힘든 부분은 이런 리궈화의 욕망에 대해 자신에 대한 사랑인지, 폭력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팡쓰치의 마음이다.

"그가 내 사춘기를 찢어버렸지만 나도 내 사춘기를 찌어버릴 수 있어. 그가 한 것처럼 다도 할 수 있어. 내가 나를 버린다면 그는 나를 다시 버릴 수 없을 거야. 어차피 우리가 먼저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했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네게 뭘 하든 상관없잖아. 안 그래? 진실이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일? 진실과 거짓은 상대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세상에 절대적인 거짓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녀는 찢겼고 휘저어 뭉개졌으며 찔려 죽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녀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녀도 선생님을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면 된다. (P 94)"

그러나 사실 이런 팡쓰치의 생각까지도 리궈화의 생각에 조정당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 여자 아이를 육체 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지배한다. 그는 팡쓰치가 자존심이 매우 강한 아이인 것을 알고, 그녀가 자신과의 일을 결코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 심지어는 가장 친한 친구인 류이팅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을 안다. 그리고 계속 현란한 말로 그녀의 마음을 조정한다.

소설은 단지 남성의 폭력뿐만 아니라, 그런 폭력이 가능한 대만의 입시 구조와 입시 구조로 인한 권력, 그리고 남성 중심의 시각 등을 이야기한다. 마치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성공과 물질만을 전부로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절대권력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권력에게 자신의 몸과 생각을 빼앗기는 일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누군가 그녀에게 바른 시각으로 자기 자신과 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했다. 읽는 내내 결코 마음이 편하지 못했고, 읽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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