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는 항상 제도화된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 봤다. 톰소여 와 허클베리핀처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상을 떠나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 보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직 그런 생각을 다 버리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선뜻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물질 때문이다. 과현 현대 사회에서 물질이 없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요즘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도 보험료나 기본적인 공과금은 내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과연 현대 사회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도 든다.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은 저자의 현대 문명과 제도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알고 보니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이 먼저 출간된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물론 쓰이기는 [미국의 송어낚시]가 먼저 쓰였으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해,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이 먼저 출간되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1960년대 미국의 비트 세대의 작가답게 소설에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자연 속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유로운 성관계와 마리화나 같은 소재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주인공인 제시가 빅서에서 온 '리 멜론'이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리 멜론은 꽤 미남이지만, 이빨이 대부분 빠져서 틀니를 끼고 다니는 조금의 괴짜인 사람이다. 일을 하기 싫어서 무위도식을 하고,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 특이한 것은 자신의 증조할아버지가 남북전쟁에서 유명한 '오거스터스 멜론'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오거스터스 멜론이란 인물은 남북 전쟁의 기록이나 역사의 기록에 나오지 않는 이름이다. 소설에서는 과연 그런 인물이 실제 했는지조차 아리송하다.

도시 생활에서 견디지 못한 리 멜론은 결국 고향이 빅서의 산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산다. 그리고 매일같이 제시에게 자신을 찾아오라고 조른다. 결국 제시는 리 멜론의 빅서의 오두막집에서 같이 생활한다. 그러나 그들이 꿈꾸던 전원생활의 실제는 궁핍하기 짝이 없다.

- 그날 저녁 우리 저녁 식사는 별로였다. 고양이도 안 먹는 음식을 어떻게 우리가 먹는단 말인가? 우리는 먹을거리 살 돈도 없었고, 돈이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그럭저럭 살고 있다. 지난 4,5일 동안 우리는 누군가가 먹을 것을 들고 찾아와주기를 기다렸다. 여행자가 되었건, 친구가 되었건, 그러나 사람들을 빅서로 끌어당기는 이상한 힘이 여러 날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 중략- 날마다 전복만 먹었기 때문에, 앞으로 또다시 전복을 먹어야 한다면 나는 아마 죽고 말 것이다. 전복을 한 입만 물어도 내 영혼은 치약처럼 빠져나가서 영원히 우주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P 84)" -

결국 이들은 지나가던 청년을 협박해 6 달러 72센트를 빼앗고, 그것을 가지고 도시로 나간다. 그곳에서 제시는 일레인 이란 여자를 만나고, 리 멜론은 엘리자베스라는 여자를 만나 함께 빅서의 오두막으로 돌아와 생활한다. 거기에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반쯤 미쳐버린 로이 얼이라는 사업가까지 함께 살게 된다.

소설의 내용은 현실적이면서도 또한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다. 마치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몇 달러가 없어서 전전긍긍하지만, 부자인 로이 얼이 백 달러 지폐를 바다에 뿌릴 때면 말리기보다는 오히려 도와준다. 이 장면에서 저자는 물질문명에 대해 비틀어주기식의 비판을 한다.

- 갈매기 한 마리가 우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옷을 입고 리 멜론과 엘리자베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로이 얼이 그들고 함께 있었다. 내가 놀라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들은 모두 파도를 보고 서서 로이 얼의 돈을 태평양에 뿌리고 있었다. 100달러 지폐가 수백 장 그들의 손을 떠나 바다로 던져지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내가 말했다. 여전히 손에서 100달러 지폐를 떨어뜨려 물 위에 떠나니 게 하면서, 리 멜론이 내게로 몸을 돌렸다. "로이 얼이 더는 돈을 원하지 않는대. 그래서 우리가 돈을 버리는 것을 도와주는 거야." "우리도 이 돈을 원하지 않거든."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이 돈이 내게 해 준 일이라고는 나를 여기에 데려다준 것뿐이야" 100달러 지폐가 새처럼 바다에서 날아다니는 동안, 로이 얼이 나서서 말했다. "너도 이 돈을 가질 수는 없어." 그는 파도에게 말했다. "이 돈을 네 고향으로 가지고 가." 파도는 그렇게 했다. (P 212) -

소설에서의 리 멜론과 오거스터스 멜론이라는 남부 장군은 이제는 문명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자연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비록 현실 감각은 없지만, 문명사회를 비웃어 줄 수 있는 배포를 가진 인물이다. 가끔은 아웅다웅하는 세상에서 리 멜론 같은 인물이 그리워지고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