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타임머신이나 시간여행과 관련된 영화나 책들을 좋아했었다.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이제는 꽤 오래된 영화인 [백투 더 퓨처]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괴짜 과학자를 만나 이상한 슈퍼카를 타고 과거와 미래를 여행한다. 여러 시리즈로 만들어졌던 이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엄마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엄마가 자신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엄마가 자신을 좋아해서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으면 자신은 태어날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진다. 영화를 본 후 한참 지나서 시간이 지나서 생각한 것이지만, 결국 영화에서 엄마가 주인공을 낳지 않았다면, 주인공이 과거로 오는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이것을 시간여행의 패러독스라는 이론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은 이 시간여행의 패러독스라는 묘한 찰흙 덩어리는 잘 반죽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함을 깨달았다.

[곰탕]이란 소설은 바로 이런 묘한 소재로 만든 특이한 작품이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할 때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끌렸다. 그럼에도 곰탕을 배우기 위해서 과거로 여행한다는 내용으로 인해 소설이 조금 황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소설을 펼치는 순간, 그런 염려는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저자는 소설가보다는 [헬로우 고스트]나 [슬로우 비디오]라는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작가의 이력답게 소설은 초반부터 짧은 단문으로 화려하고 빠른 이미지 변환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2063년 부산은 몇 번의 쓰나미에 휩쓸려 지금의 부산과는 다른 모양이 되었다. 가장 다른 점은 바다가 멀리 물러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다가 물러간 지점에 사람들은 옹기종기 집을 짓고 모여 산다. 이들을 아랫동네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아랫동네 사람들은 날 때부터 윗동네 사람들과는 차별되어 바닥 인생을 살아간다. 이들은 다시 쓰나미가 몰려와서 죽든지, 윗사람들의 허드렛일을 하다가 죽게 된다. 그중 하나가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 돌아오지 못하는 시간여행은 아랫마을 사람들이 윗마을 사람의 심부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 우환도 마찬가지이다. 우환은 아랫마을 출신으로 아무런 소망 없이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한다. 미래에는 여러 가지 전염병으로 인해 짐승들이 사라지고, 유전자 결합을 해서 만든 쥐와 같은 동물을 먹는다. 식당 주인은 항상 예전에 먹었던 곰탕을 이야기하고, 결국 우환에게 시간여행을 통해 곰탕을 만드는 법을 배워오라고 말한다.

13명이 탄 시간여행 일원 중 우환과 한 소년만이 살아남는다. 소년은 12명의 남자를 죽인 살인자를 죽여 달라는 한 노파의 부탁으로 과거로 왔다는 것밖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소년과 헤어져 우환은 부산에서 꽤 유명한 곰탕집에 취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곰탕집의 사고뭉치 아들 이순희와 그의 여자친구 유강희를 만난다. 문제는 이순희와 유강희의 이름이 자신을 어린 시절에 버린 부모의 이름과 같다는 것이다. 이제 우환은 곰탕을 배우는 것보다 무책임하게 자신을 만들고 버린 두 아이들을 갈라놓는 것에 집중한다. 자신의 저주스러운 인생을 탄생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들과 가까이할수록 그렇게 증오하던 그들과 정이 들어버린다.

이와 함께 소설에서는 과거로 돌아와 자신이 미래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쫓는 경찰들이 존재한다. 소설에는 유머와 감동과 함께 현대사회의 특유의 비정함을 보여준다. 레이저와 순간이동, 비행청소년, 장기밀매, 안면성형 등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소재 등이 등장한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과 [황해]를 섞어 놓은 듯한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특히 1편의 말미에서는 우환과 함께 온 소년이 죽이려고 하는 12명을 살해한 사람의 정체가 발켜지면서 충격적을 준다.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빠른 전개와 스토리가 압권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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