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의 이틀 밤
딸기향 베네치아

 

 

 

시오노 나나미의 <살로메 유모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원래는 읽다만 <로마인 이야기>를 끝까지 보려고 했지만 워낙 스펙타클한데다 길기도 길고 다양한 캐릭터의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등장으로 심심할 틈 전혀 안 주는 이 책도 어쩔 수 없는 인문서이다보니, 한 눈 안 팔고 들입다 끝까지 팔 수는 없었다. 20대 초반에 읽으려던 것보다 확실히 편해지고 이해의 폭도 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읽는대로 꿀꺽꿀꺽 소화가 잘 되는 건 아니었다.

 

 

 

 

 

 

 

 

 

 

 

 

 

 

 

좀 쉬어간다. 시오노 나나미가 신화와 역사의 여러 인물들을 불러와 재해석한다. 사실은 단테, 베키오, 피렌체, 베아트리체 키워드에 나는 반응한다. 나머지 인물들 오디세우스, 살로메, 성 프란체스코, 알렉산드로스 대왕, 네로 황제도 흥미롭다. 책의 특징은 이 인물들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베아트리체의 그늘에 가려진 단테의 '아내'를 불러오는 식이다. 작가가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하기 10년 전인 1983년에 씌어졌다. 살로메, 단테, 알렉산드로스, 네로, 칼리귤라를 좋아하는데 다른 인물들로 화살을 돌리다니 아쉬운 면도 있다.

 

회화의 소재로도 가장 많이 쓰이고, 영화의 소재로도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이들을 삶을 되짚으면서 그들의 삶과 업적을 유추하고, 배울 점은 취하고 실패를 되밟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물론 이것이 오로지 역사가 아니라 모든 역사가 그렇듯 어느 정도의 고증과 작가의 상상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므로 감안해서 봐야 한다.

 

틴토 브라스의 [칼리귤라(1980)]를 볼 때 사실 왕이 궁 안에서 온갖 여자들을 불러모아 난잡한 성교를 벌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의 목을 단숨에 베는 장면에선 이상하게도 눈살이 찌푸려지지는 않았다. 로마시대에 그보다 더한 일들이 있었음을 증명해주는 건 원형경기장(콜로세움)인데 로마에 일주일 머물며 나는 그곳에 매일 갔다. 겉으로도 구멍이 뿅뿅 뚫렸지만 꽤 높아서 한층한층 구경하려면 비스듬하고도 폭이 높은 계단을 기다시피 올라가야 했는데 크면서 고소공포증이 생긴 내 공포조차 꼭대기층까지 가서 내려다봐야겠다는 굳건한 결심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3층보다 2층 테라스가 더 낫다는 에펠탑도 굳이 3층까지 올라갈 요금을 내고 엘리베이터를 탔고,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에 상세히 묘사되는 성 슈테판 성당의 꼭대기까지, 피렌체 두오모의 꼭대기까지 올라 덜덜 떨면서도 밖을 내다봤다. 무엇에 대한 호기심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 순간들이 많았다. 요즘은 아니다.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봐야 하늘은 여전히 머리 위에 있고 발 밑에는 여전히 건물 아니면 사람이 지나가지 않겠는가.

 

칼리귤라가 유명한 건 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폭정 때문이지만 당시 로마황제 누구는 안 그랬겠는가. 칼리귤라의 아버지 티베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AD 12~41년으로 기록되어 있는 칼리귤라의 삶은 뭐 논할 만한 것이 못된다. 흔하디 흔하게 알려진 것이 여동생과의 근친, 매음굴을 만들 정도로 문란했던 성생활, 티베리우스를 음해한 후 오른 왕이므로 늘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 채 불안과 원망에 시달렸다는 것, 내가 본 영화가 무삭제 버전이었는지 아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충분히 잔인한 살인 등이 그의 짧은 삶의 요약 전부다.

 

네로는 AD 37.12.15~68.6.9의 삶 중 54년에서 68년까지 14년을 재위한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다. 주로 정신이상자의 광기나 폭군의 이미지로 남아 오랫동안 귀감 아닌 귀감이 되지만 그는 예술을 지원했고 기독교를 박해했다. 세네카와 성 바울, 성 베드로 등이 이때 죽었다. 종교 지식이 없으니 예수와 예수의 열두 제자에 대한 것을 알지 못하지만 예술과 종교인 베드로의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얘기해야지. 요즘 이 책을 띄엄띄엄 읽고 있다.

 

 

 

 

 

 

 

 

 

 

 

 

 

 

 

그러니까 예수에 대한 거 다 보고나면 그때는 이 책에 대해서.

 

 

알렉산드리아 대왕의 별칭은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가 등장하는 한 편의 격정멜로이자 영화 같은 소설 한 편을 매우 좋아했는데 샨 사의 <알렉산더의 연인>이다. 역사나 신화 속 인물들의 일대기나 사랑을 다룬 팩션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지금 본다면 약간 유치할 정도로 감정과잉일 이 소설이 그땐 참 좋았다. 출정나간 왕을 불안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왕비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그의 씨앗이 제 몸안에 남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불안을 극복하며 강해지려는 왕비는 같은 여자였다. BC 356~BC 323년, 그는 무려 서른 셋에 죽었는데 전장에서 전사한 건 아닌 것 같다. 살아있을 때 그가 점령한 도시들은 가히 국가를 이룰 정도였으며 대제국을 건설했고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킨 헬레니즘 문화의 창시자로 업적을 떨쳤다. 이건 기원전 인물인데 신나게 쓰다보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실수를 범했다.  

 

 

 

 

 

 

 

 

 

 

 

 

 

 

 

감상적인 샨 사의 문장은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아름답다. 프랑스어로 씌여진 원서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내용보다 문체에 치중하는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문학적으로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불어로 소설을 쓰는 중국의 여류작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중국과 공산주의, 문화혁명에 대한 시선이 좀 달라졌었다. 대학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중국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에도 움직이지 않던 마음이 나중에는 연결되어 발로됐다. 역시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구경도 못하는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보는 것이 훨씬 나은 법이다.

 

단테 얘기를 하고 싶다. 그를 떠올리면 늘 아스라이 바스러지던 새벽 햇살 아래 베키오 다리가 떠오를 뿐이지만, 거기를 지나며 아래를 자꾸 기웃거리던 호기심 많은 친구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오를 뿐이지만, 작은 도시의 영광보다는 느끼지 못한 지옥의 끔찍한 고통만이 짐작될 뿐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단테는 아주 흥미롭다. 시오노 나나미가 베아트리체에게 가린 단테의 아내를 불러낼 만큼. 단테는 지옥에 빠진 인류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자신부터 구해내야 했는데, 아홉살 우연한 명문귀족 파티장에 따라갔다가 반한 그녀를 10대 후반 즈음 또다시 스쳐가듯 한 번 보고는 평생을 관통하는 순결한 감정인 사랑을 발견했는데 그 첫사랑은 결국 세속적 의미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베아트리체가 스물 넷의 나이에 요절하자, 그녀에게 다가가는 마음으로 시를 썼고, <새로운 인생>이라는 책이 되었다. 내가 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한국시가 아니라 외국 산문시, 그것도 릴케나 단테, 보들레르 같은 시대의 뜻이 함께 담긴 시를 먼저 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단테의 베아트리체는 실제인물설과 가상인물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게 정석이겠지만 단테가 마음으로만 그리는 여인 베아트리체를 평생에 걸쳐 다가가야 할 고귀한 여성으로 상징화 시킨 것만 해도 숭고한 정신이 얼만큼 그를 지배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단테의 <신곡>과 로뎅의 [지옥문]과 괴테의 <파우스트> 그리고 스캇 펙 박사의 <거짓의 사람들>은 엄태웅, 신민아, 주지훈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마왕>에 나온다. 인간 본성의 선과 악 중 악에 보다 가깝게 접근한 채 파고들려던 드라마.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 결국 복수극이 되고 말았지만 당시 이 구절에 취해 굉장히 오래 <신곡>과 [지옥문] 사이를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신곡>읽기는 원문으로도 해석편으로도 너무 어렵기만 하지만.

 

고통의 도시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영원한 고통으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영혼을 상실한 인간들에게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단테, <신곡-지옥편> 중에서 

 

 

 

 

 

 

 

 

 

 

 

 

 

 

 

 

 

EBS에서 했던 [로마제국의 탄생과 몰락]이라는 다큐는 총 6부작이다.

 

 

 

 

 

 

 

 

 

 

 

 

 

 

1부-네로황제의 최후

2부-카이사르의 선택

3부-그라쿠스의 민중혁명

4부-유대인 반란

5부-콘스탄티누스 대제

6부-몰락의 시작

 

고도로 압축된 다큐는 이 깊고 넓은 격정적 로마 제국을 상세히 이해하기에 역부족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에서조차 한 번 제대로 펼쳐본 기억이 없다. 친구들이랑 만난 자리에서 책 얘기가 나왔는데 하필 그때 대상이 된 책이 <다빈치코드>라서 댄 브라운의 작품수준은 몰라도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내가 안타까움에 그만 "그 책이 잘 안 읽히는 건 수준이라기 보다는 독서습관"이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던 내 친구가 나는 그 순간엔 좀 미웠다.

 

책은 학창시절부터도 나는 항상 저들보단 많이 읽었고, 내가 어떤 책을 읽든 말한 적이 없고 제목을 말해도 잘 알지 못할 친구들이다. 베스트셀러만 일 년에 다섯 권쯤 읽거나 안 읽거나 하는 친구들과 책 얘기할 게 뭐 있으며, 내 사생활에서 나는 책얘기하며 재잘거릴 친구는 별로 없다. 실제로도 싫어하고 책은 혼자만의 취미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밖에 나가면 나 끌고 클럽에 가는 친구가 훨씬 더 자극적인 법. 그래서 글을 쓰잖아. 내가 읽은 책 얘기, 본 영화 얘기 들려줄라고. 사생활에서 그게 가능했으면 나는 글쓰기 따윈 안했을 것이다.

 

여튼 그 친구는 내가 책 읽는다고 잘난 척하는 걸로 보였던 모양이다. 댄 브라운 읽는다고 잘난 척하는 인격인가, 내가. <로마제국 쇠망사>쯤 되면 몰라도. 그건 20대 초반에 읽고 고고학과 사학, 음모론에 푹 빠졌던 순간을 좀 대변하려다 만난 역대 어이없는 논쟁이었다. 친구도 그냥 던진 말이었겠지만 내 뜻이 곡해된 게 아쉬웠다. 논쟁이라든가 싸움으로 변질되진 않았다. 그게 아니라 그렇다고;; 라고 나는 말했을 뿐이다. 누가 그 책을 읽든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실제로도 나는 내 관심사에 관심이 큰 편이라 책 읽는 대신 그 애는 뭘 다른 걸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내가 그렇게 보였다니 억울한 것도 있었다. 실제로 책 읽는 사람끼리 얘기해도 취향과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보고 읽은 걸 잘난 척하는 용도도 많아서 내 주변에는 책을 들입다 파는 사람이 잘 없는 편이다. 문창과에도 언제나 많은 책과 수준 높은 책을 가까이 하는 친구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보는 것과 읽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쓰는 일은 다 다른 루트로 이뤄진다. 다만 자기 세상에 골몰하고 다른 세계에 관심 갖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긴 했고 그런 게 서로 자극이 됐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여튼 친구가 눈 동그랗게 뜨고 말했듯, 스스로도 이런 책 누가 읽나요, 할 만큼 제목과 페이지와 책가격에서부터 이미 압도되다 못해 압사 당하는, 인문서 좀 읽는다거나 역사서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필독서인 이 책.

 

 

 

 

 

 

 

 

 

 

 

 

 

 

 

드라마로 보고 싶다면 미드 [ROME]이 있지만 이것도 그냥 막 볼 땐 몰랐는데 공부가 필요한 거였다. 일단 시대가 길거나 등장인물이 많으면, 게다가 우리말도 아니다보니 어느 순간 꼬이고 섞이고 될 대로 되라는 순간이 분명 온다. <변신 이야기>나 <그리스 로마 신화>, 철학개론서 읽을 때 주로 체험한 건데 이런 것들의 특징은 반복하지 않으면 어느 한 순간만 기억나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벼락치기 후 시험보고 집에 돌아온 느낌처럼 아스라이 멀어져간다. [ROME]는 시즌 1,2가 끝이고, [스파르타쿠스]처럼 검투사 노예 같은 일정부분 시대를 다루는 게 아니라 몇 백 년을 통째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드라마 종영이 이탈리아에 지어논 세트장 화재로 다시 지을 제작비 문제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당시 많이 아쉬웠다. 어쨌든 로마 공화정 시기를 다루는데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그는 고대 로마의 초대황제다. 팍스 로마나의 실현이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실제로 권력다툼이 난무했던 그때를 두고 평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평화의 의미는 다양하므로), 안토니오스, 브루투스까지 읊어대다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또 클레오파트라다. 어릴 때 내가 제일 좋아하고 또 제일 많이 본 영화. 이집트를 막연함으로 동경하게 했던 영화.

 

 

 

 

 

 

 

 

 

 

 

 

 

 

 

이후 시대는 흐르고 흘러 5세기 말(476년)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가 게르만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강제퇴위 당하면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다. 이후 동로마 제국은 1000년간 더 번성했는데, 이는 먼 훗날까지 이어진다.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에서 오늘날의 교훈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에 의해 그 이유는 수 백개가 논의되지만 정작 지구상에 일어나는 전쟁은 명분과 얻고자 하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는 싸움이 아닌 지 오래다.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 달라지지도 않았다.

 

이 페이퍼에서 찾을 교훈은 없다. 의도는 아닌데 잡다해졌고, 인문서 원고도 아니니 딱 재미로 볼 만한 게 되었다. 거기다 친구와의 갈등까지, 별로 좋지 않은 페이퍼다. 친구는 친구의 할 말이 있을테고, 당시에는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갔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서 알아지는 즐거움이 좋다면, 그 반대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푹 빠져있는 [로마제국의 탄생과 몰락]이라는 다큐 한 번 볼래? 라고 얘기해줄 친구는 없지만 여전히 술 얘기, 남자 얘기, 쇼핑 얘기, 연예인 얘기, 예능 얘기, 어제 먹은 음식 얘기, 지금은 없지만 아꼈던 강아지 얘기, 추억할 학창시절, 공부를 빙자한 친구가 짝사랑 하던 이웃 고등학교 남자애 몰래 미행한 얘기 등 수십가지는 되고 또 넘잖아. 책이 없으면 못 살겠지만 진짜 못 살지는 책이 없어져봐야 아는 거고, 책 한 자 안 읽는 친구라도 '책'으로만 친구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운동하는 헬스장에서, 술 먹는 술집에서, 취미활동으로 인라인 타면서, 골프치러 필드에 나가면서(응?) 다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책인 것 뿐이지, 좋아하는 유일한 것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그때 나름 당돌한 발언을 내게 날렸던 친구를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살짝 아니다 싶었던 거지 기분이 나빴던 적은 없기 때문에 이게 글로 되지 않는 순간에 우리는 언제나 똑같다. 어제 오늘 내일 만난 사이가 아닌 것이다. 다만 서로 다른 점은 인식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뿐이다. 다시는 책 얘기(그때도 내가 꺼낸 건 아닌데!)를 하지 않겠다는 은연중 강박이 생기겠지, 어쩔 수 없이.

 

그래서 로마 제국의 몰락에서 현대인들은 늘 자극이 되는 교훈을 찾으려 애쓰는 것 아닐까. 실수 반복하지 말자고.

 

아, 오늘 지나면 7월이고, 7월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을 것이다. 7월의 독서계획은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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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향 베네치아
    from 너의 의미 2013-06-27 07:00 
    세상에 단 하나, 혼자 떠나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소도시가 있다면 그건 베네치아다. 산타루치아역으로 통하는, 들어서자마자 짠 비릿내가 훅 끼쳐오는(나는 부산을 떠나본 적 없는 부산사람이라 다른 지방 사람들이 부산역에 내릴 때 그렇더라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하지만 베네치아는 정말로 그랬는데 이건 과장이 아니라 그곳은 기차역 바로 앞이 바다니까 당연한 것이다) 리알토 다리와 바포레토와 곤돌라, 산 마르코 성당과 카사노바의 도시. 마지막으로 물의 도시
 
 
댈러웨이 2012-07-0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댓글 안달려고 그랬는데,,, 일단 기절부터 하고요.

아니, 절 보고 책을 먹냐고 하면 안되는거에요 아이님!!!(막 분개한다!!!)

그러니까 6월 한 달은 로마였던 거에요?
눈이 팽팽, 아, 심장 또 뛴다, 한 개도 못 알아 듣겠는데.

아이리시스 2012-07-01 00:25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잘 봐봐요, 검사 당하면 신비주의 사라지는데, 저기서 제가 읽은 책은 맨 위에 한 권 뿐이잖아요. 그나마 한 권은 옛날에 본 거고..제가 본 건 DVD죠! 6개월 내내 본 거ㅋㅋㅋ(분개할 필요 없는 거)

아니요! <로마인 이야기>는 아무리 노력해서 늘일라해도 아직 초반이에요. 근데 댈러웨이님 주무신다면서요?! 저 이거 오늘 쓴 거 아니..오늘은 일단 달성했죠! 세 편 중 한 편!! 근데 그건 다른 블로그에 써요! 퍼오기 귀찮아요. <폴링 인 러브> 봤는데..그것도 오늘 본 거 아님..그니까 저 오늘 하루종일 뭐했게요? 먹었어요. 엄마가 해놓은 음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리시스 2012-07-01 00:27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아까부터 고민중이에요, 소이진님한테는 무슨 노래 선물하지?!
솔직히 선물은 막 했는데 소이진님이 적극적이니까 제가 고민이잖아요!!!

아참, 댈러웨이님 그게..장윤주가..설마..저겠어요?! 저는 생긴 건 그것보다 예뻐요!(자신감)

이진 2012-07-01 01:50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선물에 장윤주 맞았군요. 닮았다, 했는데 장윤주 본인이었네. 저는 그녀가 꽤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아이님은 초절정미녀?! 뭐, 원래 알고있던 사실이지만ㅋㅋㅋ

저는 지금 공부 포기하고 드디어, 드디어 은희경 소설 다 읽었습니다. 백 페이지 가량 남은 걸 두시간 투자해서 완료. 리뷰도 지금 막 쓰고 싶은데 최소한의 양심이... 차마 저를 붙잡네요.

아이리시스 2012-07-01 22:43   좋아요 0 | URL
아..그러면 내가 장윤주 보다 안 예쁜 걸로 하면 되는데 내 생각에 장윤주 보다 내가 예쁜 것 같은데?! 내가 초절정미녀가 아니고 장윤주가 내 눈에는 못 생긴 거...................( '')

리뷰 전에 썼으니까 이번에는 넘어가요! 아, 다른 거 읽은 거예요? 은희경 신작? 은희경은 사실 좋았던 적이 없어가지고 일부러는 안 읽지만 가끔 국내 작가별로 찾아읽을 때 한꺼번에 휘리릭 보긴 해요. 소이진님이 읽은 건 그래도 꼭 책을 입수해가지고 언젠가 읽겠어..불끈!

잡히지 말고 그냥 도망가요, TV 보다가 공부해요! 공부해요! 공부해요! (귀신이 반복한 거임)

cyrus 2012-07-0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 7권까지 구입해서 읽다가 말았어요. 내용이 방대한 것도 있지만 나나미의 역사 서술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 탓인지 지금까지도 작가의 책을 멀리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예 싫어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
그래서 차라리 로마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으면 기번의 책 같은 곳도 좋다고 보는데 이것도 분량이 많은데다
서양중심주의적 입장의 책이다보니 이것만 읽을 수도 없고,, 로마에 관한 모든 책은 다 읽어봐야한다는
결론뿐이네요... ^^;; 그래도 딱딱한 연대기적 서술만 있는 역사책만 읽는 게 아니라 픽션이 가미된 역사도
읽으면 좋을거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2-07-01 22:48   좋아요 0 | URL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걸 원래 좋아하거든요. 온갖 인간군상이 다 들었기 때문에 키워드를 잡고 보기에 따라 딱딱한 역사를 좀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역사서는 항상 그걸 고민해야 돼죠! 그래도 제일 먼저 [로마인 이야기]를 독파하고 싶은 게 시오노 나나미 때문이 아니라 그 책이 제일 만만할 거라고 믿어서인가 봐요. 기번은 얼마나 더...............어렵겠어요................. (이것조차 편견일 수 있지만)

뭐든 한 가지를 오래 연구한 사람에게는 그게 독선적일지라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과 주장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근데 더운데 휘리릭 넘어가는 책이 여튼 더 좋긴 해요. 이건 시원한 곳에서도 어떻게 안되는 계절탓하고 싶은 마음가짐인가 봐요, 시루스님. 내일도 학교에 가겠네요? 새로운 7월이니까 화이팅해요^^

마녀고양이 2012-07-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군 이야기>는 3권 완결 났더군요. 이제 사야할 타이밍이 왔다 생각했어요. ^^

카잔스키의 <최후의 유혹>은 20대 초반에 남친과 서점에 우연히 들렸다가 사달라고 졸랐던 책인데,
음...... 제가 기독교가 아니어서 그다지 큰 감명을 못 느꼈어요. 그 책의 주제가, 작가의 시선이 굉장히
파격적이라는 사실 자체를 저는 전혀 알지 못 했던거죠. 거기다 남친과 깨져서, 그 책은 어디있는지 모르겠네요. ㅋ

이 페이퍼의 주제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할 즈음, 아이리님이 자조하듯 이런 페이퍼는~ 하면서 쓰셔서
혼자 픽 웃었어요. 잘 계시죠? 우리 요즘 너무 뜸하네요, 나만 뜸한건가? 아하하, 반성 중.............
여름 잘 지내요. 나는 좀 더 활기찬 페이퍼를 올리도록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흐미, 엉뚱한 이 말은 머얌? ^^)

아이리시스 2012-07-01 23:18   좋아요 0 | URL
우리의 가까운 마지막은 "얼른 들어가셔서 맛난 저녁 드세요" 였죠!^^
지금 되게 [십자군 이야기] 보고싶은데, 처음 나올 때는 제가 읽을 책이라고 생각을 안했거든요. 뭐 생각은 변하니까요. 딱 사려던 순간 온갖 적립금을 50% 할인된 ebook에 올인했거든요. 그래서 못 사고 저도 이제 타이밍 잡으려고요. 산다고 읽는 건 아니지만................. 일단 안 읽을 책은 안사려고요.

마고님 페이퍼는 군산복합체 같아요.(응?) 뭐..그런 게 있어요. 히히. 전집이 멋지게 나와있어서 연간 한 권씩 평생 보겠네 했는데 저도 비슷한 기분일 것 같기도 해요. 이거 읽기 시작하면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도 펼쳤는데 이 책은 의외로 빨리 넘어가네요. 남친이 사준 <최후의 유혹>이라.. 얼른 찾아보셔요! 김종욱 찾기 비스무리한 영화 한 편 찍을 것 같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7-0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로마제국 쇠망사>는 정말 읽어지는 책이긴 한거예요? ㅎㅎㅎ

저도 실생활에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아요. 물론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 책 이야기는 종종 나누곤 하지만, 정말 내 관심사에 들어와 있는 책에 대해 귀기울여 주고 관심 기울여 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뭐, 그게 당연하다 생각해요.
원래 음식 이야기, 연애 이야기 해도 상대방의 취향이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들어주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모두들 자기 이야기 하느라 바쁘지 다른 사람 이야기 들어주는데는 인색해요. 그건 꼭 책 이야기 뿐만이 아닌 듯.

그나마 전 남편과 이야기가 잘 통하죠.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래도 내가 요즘 관심있게 읽는 책에 대해 관심 가져주는 유일한 사람이랄까. 물론 그렇다고 대화를 나눌 수준까지 되는건 아니지만요.ㅎㅎ
결국 그건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로 귀결되는게 아닐까...모르겠어요. 전 정말 책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이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는 스타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전 아이리시스님을 좋아하는거예요..ㅋㅋ 님의 책들에 관심 많거든요.~

아이리시스 2012-07-02 22:25   좋아요 0 | URL
히히힛, 안 읽어지는 책인 것 같아요, 현맘님. 목차만 봤는데(완역본인 것도 아니래요) 숨막힐 것 같아요. 못 느껴도 좋으니까 그래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이런 책이 개인적으로 몇 권씩 다 있잖아요? 그러려면 서재를 떠나야 할텐데(서재를 둘러보고 알라딘 접속하면 자꾸 다른 책을 기웃거릴테니까요) 그게 더 쉽지가 않겠네요.

현맘님 말씀 완전 동감! 아직 통할 게 많은 친구들과도 그렇다면 각자 가정 꾸리고 그러면 서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기도 할테고..그런데 알라딘에는 어쨌든 책친구가 많잖아요. 나만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그거면 됐어요, 저는. 현맘님도 계시고...(고백은 그만하는 걸로) 책이랑 영화는 마력이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관심있는 사람이 본 걸 얘기해주면 재밌든 없든 상관없이 한 번쯤 보고 싶어지는.. 그런 의미에서 5년 있다가 <로마제국 쇠망사> 읽어요, 현맘님. 하루 30페이지씩ㅋㅋㅋ 학교다닐 때 이거 진짜 많이 써먹었어요. 내일까지 이 영화 보고오기. 아니면 벌금내기!

아이리시스 2012-07-02 22:27   좋아요 0 | URL
그런 남편 있어서 좋겠다, 부럽다, 꺄악!!!(부러워서 지른 비명)

2012-07-02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2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7-0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틴토 브라스의 저런 영화도 있군요. 두루두루 알찬 페이퍼^^
세상엔 진짜 읽고 봐야할 책과 영화가 너무 많아요!!!
로마인 이야기와 로마제국 쇠망사는 집에 두고도 읽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숙제에요.^^

아이리시스 2012-07-02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구입도 일백년은 족히 걸릴 저 책은 어떤가요, 프레이야님? 제가 실물을 못 본 관계로 수준 좀.. 띄엄띄엄 읽으면 제가 마흔 되기 전에는 다 읽을까요? 이건 느낌으로 꼭 대답해주셔야 합니다!(강요!)

저 영화는 예술영화로 분류되고 싶어하는 야설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재밌게 본 기억이 나요^^

프레이야 2012-07-03 08:40   좋아요 0 | URL
틴토 브라스는 자신의 영화를 포로노로 보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리죠.
재미가 있냐 없냐의 차이라고 했던가, 그랬어요. 예술영화로 봐달라는 항변 ㅎㅎ

저 책 실물, 그런대로 괜찮아요.^^ 저도 육십 되기 전에 읽을 수 있을까요? ㅎㅎ

아이리시스 2012-07-03 19:12   좋아요 0 | URL
책방 구경을 1년 끊으면 가능할 거예요! 더불어 극장도 1년 끊는 거죠! 금연!!!

루쉰P 2012-07-0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님 정신차려 보니 7월이네요 ^^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또 읽고 계시네요. 프로필 사진도 바뀌시구요. ㅋ
악몽을 꾸고 온 듯 해요. 뒤 돌아보니 7월에 한 낮의 더위에요. 휴~~
십자군 이야기 저도 살려다가 다른 책이 급해 접었어요. 하지만 저 하루키 책을 샀어요. 이번에 나온 신작이요 ^^
아이리시스님도 사셨죠? 그 서평을 꼭 읽고 싶네요. 오랜 시간 집 비워 죄송해요 ^^

이진 2012-07-02 18:23   좋아요 0 | URL
루쉰님 7월 지났는데, 왜 글로써 컴백안해요! ㅋㅋㅋㅋ

아이리시스 2012-07-02 22:05   좋아요 0 | URL
루쉰님, 안녕.(안녕 인사 뒤로 널 떠나갈 때를 아직도 되뇌이며 울먹이는 널 위해서~) 미안해요, 나가수랑 불후의 명곡 연달아 보고 와가지고...............( '') 노래방 가야 되겠네!(ㅋㅋㅋ)

"아이리시스님 정신차"리라는 건줄 알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정신차리란 말을 '님'자 붙여서 하는 분도 있네, 이러면서 반은 겁먹고 반은 웃겨서(ㅋㅋㅋ) 봤더니 루쉰님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필 누구예요? 일단 시작은 프로필 사진 바꾸는 거군요?!

당연히 안 샀어요, 안 살 거예요, 루쉰님이 읽으시면 그걸 페이퍼나 리뷰로 보죠! (날로 먹기)

아이리시스 2012-07-02 22:06   좋아요 0 | URL
그리고 소이진님, 안녕? (하루라도 인사를 안하면 입안에 가시가........ㅠㅠ)

맥거핀 2012-07-03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이렇게 긴 글은 어찌 쓰는 겁니까?
Rome 시즌1은 저도 봤는데, 2는 봐야지 그러고 있다가 때를 놓쳐 아직까지 못보고 있네요. 이젠 시즌 1의 내용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서, 2를 볼려면 다시 1부터 봐야할 판.
그건 그렇고 틴토 브라스의 <칼리귤라>가 아이리시스님 페이퍼에서 나올 줄은 몰랐네요. 갑자기 제가 봤던 이런저런 야한 영화에 대한 얘기들을 하고 싶군요.(포르노말구요, 그냥 야한 영화. 예를 들어 최근에 구로사와 기요시의 <간다천 음란전쟁>을 봤는데요. 아니 이 양반 언제 이런 영화를 만들었데..싶어서 보면서 한참 웃었네요.)
저는 날씨도 꾸물거리고 나가기 귀찮아서 퍼질러누워 몇 개 영화를 봤어요. 그중 기억나는 건 변영주의 <화차>인데 예상보다 훨씬 막막한(영화수준이 아니라 스토리요) 영화더군요.

아이리시스 2012-07-03 19:10   좋아요 0 | URL
(진심) 맥거핀님 글이 이 글보다 더 긴 거 아닙니까? 저는 편하게 써서 길어진 줄 몰랐어요.(발뺌) 잘 보면 겉핥기 페이퍼예요. 자극만 살짝 주다 말죠. 으히히. 저도 로마에 갈 때 봤나 하여튼 그래가지고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나고, 이름이 많아서 사실은 기억을 거의 못해요, 저도. 드라마가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칼리귤라>는 당시에 참 재밌던데 모르겠네요, 저도 그걸 왜 봤는지..야한 영화를 좋아한 듯(ㅋㅋㅋ) 야한영화 목록 대기 해야합니까?! (맥거핀님이 하시면 제가 듣는 걸로)

그..<화차>는 제가 책을 읽고 영화를 봤더니 그게 지지리도 재미가 없게 느껴져서, 아무리 생각해도 돈 빌려쓰고 안 갚은 지 잘못, 아니 그 분 잘못 같은 거예요. 그게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해도요.(이해심 부족) 급하게 필요한데 300만원 빌리려니까 사금융권에서도 안 빌려주더라고요. 별걸 다 계산하고.. 문자 보면 단번에 줄 것 같아도 막상 심사하고는 안된대요. 이건 제가 아니라 집에서 신용 되게 좋은 엄마께서.. 돈 빌리기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빌려서 그렇게 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제가 별로 냉정한 사람이 아닌데 여튼 좀 그랬어요.

2012-07-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쩔꺼나요.. 전 로마제국에 진짜 관심 하나도 없나봐요. 여깄는 책 중 하나도 읽은 게 없어요~. 심지어 이 페이퍼도 못 읽겠어요. ㅠ 아이님은 굉장히 관심사가 넓고도 깊군요.

아이리시스 2012-07-13 23:03   좋아요 0 | URL
섬님ㅜㅜ 이렇게 솔직하시면 안됩니다..안 읽어도 읽은 척..몰라도 아는 척..그게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방식이잖아요, 히히히히 저는 로마제국에 관심 많지만 이 페이퍼가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걸 너무도 잘 압니다. 그래서 부끄러워요ㅠ
 

 

 

 

스물 세 살에 처음 만난 로맹 가리는 낯설고 벅찼다. 새들이 차례로 페루의 해변에 널부러져 죽어버린 장면이 생생해서 오래도록 가보지 못한 곳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상상에 상상을 거듭했다. 쿠바와 페루는 그즈음 모든 청춘들의 낙원이자 체 게바라의 도시였다. 여행지가 아니라 혁명 자체였다. 한때 그곳을 시로 옮긴 친구가 있었다.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이후 처음 맞는 완벽한 단편이었다. 남아메리카의 여행기를 생명줄처럼 붙잡고 살던 때,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이인화와 류철균만큼 강하게 묶였다. 두 개의 이름을 쓰고 생(生)을 비극적으로 마감한 작가와 처음 만난 단편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 후로 오랫동안 다른 작품을 가까이 할 수 없었다. 멀찍이 떨어져도 감동이 여전했다. 온갖 상념들이 가루로 부서졌다. 나는 어렸고 어두웠고 맑았다. 스물 셋의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감격이었다.

 

 

 

 

 

 

 

 

 

 

 

 

 

 

 

그가 어떤 사랑을 했든 어떤 삶을 살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네 멋대로 해라]는 누벨바그,프랑스라는 키워드 없이도 여전히 가장 설레고 가장 달콤하고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된다. 함께 걷는 길의 뒷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는데 solely, 공감을 이끌어내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없이 경계선에서 울렁울렁 날 시험하는 이 영화가 나는 그렇게도 좋았다. 그렇게 한 번 접하고 너무 좋아서 저 너머로 밀쳐버린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 사이였다는 걸 이 책이 나오기 전에는 몰랐다. 아니, 나온 후에도 계속 모르고 싶었다. 뚜렷하지도 않고 선명하지도 않은 이유모를 끌림으로. 스틸 한 컷에도 가슴이 뛴다. 시가를 문 카뮈의 초상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쿵쾅쿵쾅. 선물하는 흑백사진에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한때 어떤 식으로든 결론지어야 하는 남과 여의 관계가 늘 어려웠다. 나를 다 아는 척 성큼 다가오는 사람이 부담이었고, 확 끌어당겨도 가까워지지 않는 관계가, 여동생과 후배와 여자가 각각 다른 존재란 걸 깨닫는 것도 싫었다. 몰라도 좋을 것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죽기 보다 싫었다.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이 영화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어딘가로 가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없었을까. 여튼 감정이 휘몰아쳐 참을 수 없게 튀어오른다. 그즈음 몇 개의 그런 것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잊었다. 잊혀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기어이 떠올리지 않고 끝내겠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 나와 당신이 이야기를 나누며 단지 길을 걷고만 있어도 완벽하게 아름다워지는 도시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이전에는 단 한 번도 희망하지 않은 거였다. 내가 품은 도시는 예루살렘 정도 됐을까. 성서와 신화와 유적과 종교를 온갖 관념적인 상념으로 동경했었다. 왜 매달리는 지도 모른 채 그것들이 좋았다. 낭만을 사랑한 적이 별로 없다. 파리는 실제로 그렇게 낭만적인 도시인 것 같지도 않다. 낭만을 심는 예술가들과 삶을 즐길 줄 아는, 보헤미안을 지향하는 파리지앵들만이 있을 뿐.

 

여기서 잠깐, Queen의 'Bohemian Rhapsody'는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Electric Light Orchestra의 'Midnight Blue'가 떠오른다.

그리고 언젠가 구상했던 소설의 배경(소설이 아니다;;)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생각해봤는데 난, 짧지만 강렬한 사랑이 하고 싶었던 거지,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스스로를 죽일 만큼 정신착란을 겪는 예술가들의 삶이 예술애호가로서 동경스러운 것 다름 아니다. 언젠가 이혼도 안할 거고 죽지도 않을 거고 가난도 모르고 그러니까 내가 정말로 작가나 화가나 예술가 같은 건 되지도 못할 거고 되는 일도 없을 거라며 자책했더니 보통 사람과 예술가의 경계에 선이 하나 그어졌다. 세상에 마치 두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선명한 그 선은 오래도록 다른 세상을 향해 써먹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도 있어. 키가 165cm인 내가 7cm짜리 힐을 신는다고 실제로 7cm 크는 게 아닌 것처럼, 165cm에서 본 세상과 172cm의 세상이 다른 것처럼, 그 착란과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사는 날들에 늘 변명의 구실이 되어주었는데 부활의 새 앨범은 내가 그은 선이 조금씩 희미해질 때쯤 내게로 왔다.

 

 

 

 

 

 

 

 

 

 

[Purple Wave]는 음원으로 나온지 좀 됐는데 음반이 여전히 예약판매중. 이 푸르스름한 보라색이 한동안 가슴을 뒤흔들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한동안 듣기 편한 안전한 발라드로 가던 이들의 음악이 초기 분위기로 완전히 돌아섰음을 알리는 초인종 같은 반가움. 하지만 그들의 예전 음악까지 알지 못하는 내 당혹스러움. 이 모든 것들을 감싸는 설렘이 이 음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나의 단어다. 언어는 명확하지 않으므로 당신의 감성에 기대어 위험하고도 야릇하게.

 

보라색이 아닌 '파동'에서 이 앨범의 특징을 찾고 느끼고 들으려 한다. 오랫동안 보라색을 무서워했지만 한 순간의 이유로 좋아진 것처럼 아무리 달라져도 부활은 부활이기 때문에 늘 부활하는 감성의 느낌으로 찾아온다. 좋아하는 음반 하나 고스란히 시간바쳐 못 듣고, 아끼는 음반 하나에게 온종일 내어줄 시간조차 없는 이 시간들이 무얼 위해 나아가는 중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내가 달라지지 않는 한, 원하는 곡도 원하는 사람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으면서 변해가는 것이 살아가는 일 아니던가. 행성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나직한 목소리의 PLUTO가 낯설면서도 애잔하다. 도달하지 못할 곳에 도달하려는 작은 아이의 소망처럼 한없이 가라앉는다. 그러면서도 힘차다. 예전보다 락이 많이 가미된 곡들이 달리 느껴진다. You're my one sided love. 를 외치던 내 이십대의 예쁜 순간은 가버렸지만 여전히 지난 순간을 그리워할 나이는 아니다.

 

늘 (잃어버린 것, 놓친 것, 지나간 것을) 붙잡으라고 말하는 가사들인데 내게는 언제나 (새로운 것, 오는 것, 원하는 것을) 기다리라는 것처럼 들렸다. 가사가 범공간적으로 뻗어나가도 그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바는 언제나 전해지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 안심이다. 한 번쯤은 보라빛 하늘이 요동치는 꿈결 같은 광경을 보고 싶은데, 언젠가는 새들이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나는 광경을 구경하고 싶은데, 당장이라도 훤한 대낮에 아주 동그란 태양만이 흑백의 열기를 내뿜는 세상을 만나고 싶은데, 바다와 별이 만나고, 시간이 사라지고, 서있는 공간이 삭제되는 낯선 경험을 겪고 싶은데 안되겠지?!

 

시간을 가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고만 있는 것도. 굳이 내가 아니라도 넘쳐흐르는 세상에 자꾸만 뭘 더 보태려 하지말고 지우고 소멸하고 다시 써야 한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버려야 새로 얻는다는 걸, 시도와 시도가 결국 시도하지 않음으로 만나리란 걸 아프게 깨달았다. 조금 틀어졌지만 무엇을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할 이 앨범처럼 날긴 날되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방향을 설정한다. 내가 어떤 사랑을 했든, 어떤 삶을 살았든. 당신이 어떤 사랑을 했든, 어떤 삶을 살았든. 행여 이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라 해도 나와 당신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될 게 없다. 나를 향한 당신의 믿음에 의해 당신의 향한 나의 믿음의 크기가 결정되는 게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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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는 방식
    from A Month in the Country 2012-06-30 12:20 
    끈적한 습기가 몸에 붙어 가시지 않는 늦은 오후, 하늘은 납작하게 누웠다. 카푸치노 한 잔 손에 들고, 이제는 눈 감고도 건너겠는 하천 같은 물 줄기 하나를 가로질러, 강아지 똥 뒹굴고 있는 콘크리트 오십 계단을 오른다. 10월부터 자카린다가 지천이었다.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건만 벌써 바람에, 비에, 오고가는 사람들 몸놀림에 꽃비가 내린다. 향내도 없이, 무리로 몽우리져 피다가 굵은 빗방울처럼 낙하하는 꽃. 물처럼 땅으로 쏟아지는 꽃. 흥건히
  2. 네모 풍경들
    from 팔짱 낀 채 청하는 포옹 2012-07-04 17:35 
    오래 전부터 나만의 커다란, 아름다운 서재를 꿈꿔왔지만 지금의 내 책상은 그저 조그만 네모 풍경이다.투박하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처럼 내 책상의 책과 펜과 공책들은 사이가 좋다.그 소소한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카메라 셔터를 몇 번 눌러봤다. 아, 물론 이것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선물이기도 하다. 나의 청록색 책상. 연두색인지 초록색인지 청록색인지 잘 모르겠지만, 꽤 오래된 책상
 
 
노이에자이트 2012-06-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 (에밀 아자르)하면 우리 한국인들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와 '자기 앞의 생'을 꼽더군요.저는 전쟁소설에 관심이 있어선지 <유럽의 교육>도 추천하고 싶어요.

이진 2012-06-28 20:14   좋아요 0 | URL
헤...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였어요?! 언젠가 알라디너 한 분이 제게 <자기 앞의 생>을 보내주었어요. 수다쟁이님이었나. 오오.

아이리시스 2012-06-28 21:41   좋아요 0 | URL
아..전쟁소설이 있어요, 노이에자이트님? 근데 저는 그 유명한 것도 딱 한 권만 읽어봤네요. 올해 한 권 더 보고 싶어요.(남말하듯) 추천 접수합니다^^

그리고 소이진님, 오늘 또 하나 깨달았군요. 읽길 바래, 읽길 바래(이런 노래 있었는데ㅎㅎ)

이진 2012-06-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페이퍼쓰려고 오셨던 거구나.
진 세버그...? 잘 모르는 배우예요. 외국 영화는 잘 안볼 뿐더러 옛날이니. ㅎㅎ
저는 오늘이나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빡세게 벼락치기...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알라딘은 들어올 거 같아요. 기웃기웃 하면서요.

아이리시스 2012-06-28 21:42   좋아요 0 | URL
벼락치기 통할 연령대 아닙니다..열공!! 영어수학 포기하면 안됩니다!!
기웃기웃 하지마요, 하지마!!!(버럭!)

<수레바퀴 아래서> 왔나요?!(그렇다고 오늘 왔는데 내일 모레 왔다 그러면 안돼요!!!)

이진 2012-06-28 22:18   좋아요 0 | URL
수레바퀴 오늘 출고했다고 문자왔어요.
아마 내일 쯤에나 도착하지 않을까요. ㅎㅎㅎㅎㅎ
시험기간인데도 읽어야하는겝니까?!

아이리시스 2012-06-29 13:37   좋아요 0 | URL
그건 아닙니다..설마 시험기간인데 읽으라는 악덕 누나이겠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댈러웨이 2012-06-2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에는 댓글을 어떻게 달아야해요? 저 정말 편지 써야 하는 거에요?
아, 좋아서 몇 번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 쓴 글이라고 막 착각하고 있음.2 ㅎㅎㅎ)

언젠가 아이님이랑 보라색 꽃 진창으로 떨어진 길을 같이 좀 걸을 기회가 있었음 좋겠다. 손 잡고. 잉??? =3333333

아이리시스 2012-06-28 21:34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저는 지금 삶은 감자 숟가락으로 막 퍼먹고 나서 느끼(!)해서 김장김치로 김치넣고 파넣고 두부넣고 김칫국 끓이는 중이에요. 배부른데ㅜㅜ 먹을 것도 아닌데ㅜㅜ 나는 뭐하고 있는 걸까요..

흑백사진 선물은 댈러웨이님 꺼예요! 옆에 있음 나 안 읽고 댈러웨이님 사줬을텐데!

보라색꽃은 어떤 게 있어요? 아..진짜 보라꽃은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낙엽처럼 쫙 깔려있으면 손 잡고 걸어도 별로 안 이상할 것 같아요. 평소엔 손은 안 잡기로 해요ㅜㅜ


저 키 크고 싶은데 키 키는 방법 좀ㅜㅜ 힐 말고ㅜㅜ 저는 잘 자빠져서(?)..아니 넘어져서! 못..굽이 3cm 넘어가면 안돼요!!! 엽서 한 장 보내주세요. 이건 멘트. (진심으로) 편지 기다립니다ㅎㅎㅎ

댈러웨이 2012-06-29 13:07   좋아요 0 | URL
간밤에 술 마시고 쓴 것도 아닌데 댓글을 좀 엉망으로 달아놨더군요. 얼굴이 홧홧. 지웠어요.

그러니까, 하고 싶었던 말은,
돌아볼 것도 없는 옛날을 자꾸 아이님이 상기시켜 준다는 것,
이제부터는 그럴 때마다 한 마디만 쓰고 갈거라는 것,
그 '당신'이 누가 됐든 간에 저 사진은 고마웠다는 것,
11월이면 물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자카란다 길을 아이님과 걷고 싶었다는 것,
반동심리로 이런 시간은 한 번쯤 가둬두고도 싶다는 것,
편지는 일주일에 한 번 격으로 쓰고 있다는 것,
엽서를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 라는 것, 이었어요.

아이리시스 2012-06-29 13:46   좋아요 0 | URL
아시잖아요..편지는..국정원으로 ................ 사표낼 거지만........ 그 전에.. 도착하게요..근데 저.국정원 요원인 거 이제 다 아는 거예요?! 전 국민이.......(아..알라딘 국민이?!)

있었구나, 자카란다..(몰라서 찾아보고 옴)

선물!!!!!!!!!!!!!!!!!!!!!!!!!!


댈러웨이 2012-06-29 14:01   좋아요 0 | URL
아,,, 도대체 댓글 무슨 소리에요 아이님!!! 미치겠다. ㅎㅎㅎㅎㅎㅎ

아... 잠깐 노래, 너무 떨려서 가사 안들어와요. 뭐야 너무 좋쟎아요. (막 운다.)

아,,, 그런데,,,나한테만 주는 줄 알았더니, 막 바람피고. 칫!

아이리시스 2012-06-29 14:05   좋아요 0 | URL
그니까..제가 요원인 걸 아는 사람이 지금까지 수다쟁이님하고 샤이닝님 뿐이었거든요. 이제 내 입으로 밝혔으니까..근데 뭐 사표낼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말이요, 원래는 한 번만 할라했거든요, 스스로 아이디어 너무 좋다고 생각해가지고 막 다 선물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선물 받으려면 댓글을 달란 말이예요!!!(구걸모드)


이진 2012-06-30 17:01   좋아요 0 | URL
응...? 아이님 국정원 요원이예요?
그건 그렇고, 얼른 나도 선물 줘요, 선물!
하필 내 댓글 다음부터 선물 막 퍼주고 있어.
공부하느라 지친(?) 나에게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어요 ㅠ.ㅠ

아이리시스 2012-07-01 02:34   좋아요 0 | URL
1. 예전에 수다쟁이님이 가르쳐주지 않은 걸 알고 있어서 수다쟁이님이 저더러 국정원 요원 같다고 했거든요.
2. 샤이닝님은 아무리 봐도 얘기하기 전엔 모르겠다고 고백해버려서 샤이닝님은 국정원을 속인 똑똑한 분이 됐고요.
3. 댈러웨이님은 힌트를 보름째 주는데 모르겠고, 그래서 사표내는 거죠! 짤리기 전에(상황종료!)
4. 소이진님 열공 했으니까 자요, 선물!



그리고 하나 더!



잘자요, 안녕.

이진 2012-07-01 20:05   좋아요 0 | URL
아이님 선물 짱 고마워요.
나만 두개라서 괜히 더 감동받음...
지금 글을 쓸까 공부를 할까 Tv를 볼까 답이 뻔한 고민 중.
제 뻔한 답은 텔레비젼이겠지요...하

아이리시스 2012-07-01 22:29   좋아요 0 | URL
응, 소이진님 땡큐.
두 곡은 내가 좋아한(좋아하는) 드라마 '이노센트 러브'랑 '아이두 아이두'(이건 지금 하고 있거든요) OST 곡이고, 뭔가 소이진님이랑도 어울려요. 대충 골랐지만 대충 고른 게 아닌 거예요!

시험 잘봐요, 나중에 또 얘기하겠지만..^^

티티카카 2012-06-2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나에게도 이런 영화가 있었나, 하고 생각해보고 있어요. '공감을 이끌어내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없이 경계선에서 울렁울렁 날 시험하는' 영화가. 스틸 컷을 보고 있자니 저도 두근두근 해지네요.

자기 영역 안에서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는, 아이리시스님 글은 참 사랑스럽네요.

아이리시스 2012-06-29 13:54   좋아요 0 | URL
저거 무슨 말인데요ㅜㅜ 티티카카님ㅜㅜ 저 자다가 쓴 거 아닌데 문장이ㅜㅜ 뜻이 통했으니 된 거죠?(위로한다..) 볼 당시엔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었는데 멀어지니까 아득해지면서 좋아졌어요. 게다가 저는 흑백영화 울렁증도 있거든요.

티티카카님 댓글이 훨씬 더 기분좋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그래요!!!!!!!!!!!!!!!!!!!!!!

선물!!!!!!!!!!!!!!!


맥거핀 2012-06-2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어요. 아..유일하게 아는 한가지는 로맹가리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 그것도 누군가가 김영하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준 겁니다. 오..글을 읽다보니 아이리시스님 키를 알았습니다.ㅎ

아이리시스 2012-06-29 14:00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안녕. 로맹가리는 샤이닝님께ㅜㅜ 저도 아마 맥거핀님 만큼만 알 걸요. 당시에 로맹가리가 아니라 저는 페루와 쿠바에 미쳐있어서..체 게바라한테도..새가 원래 갑자기 날아오르면 놀라거나 무섭거나 하잖아요. 근데 문학적으로나 영화적으로 써먹는 소재로서의 새는 참 좋은 느낌인 것 같아요. 좋아요.

제 키는 딱 보통사람치이기 때문에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거부감이 없지만..제가 155나 175일 수도 있잖아요, 왜!!!(저를 믿으시는 겁니까?!)

선물이예요.


맥거핀 2012-06-30 14:58   좋아요 0 | URL
서재 댓글 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잘 들었습니다. 부활 보컬 이 친구는 은근히 노래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음..

아이리시스 2012-07-01 02:38   좋아요 0 | URL
연습해서 맥거핀님도 담번에 만나면 불러주기로..( '')
주말 잘 보내세요, 맥거핀님.

2012-06-29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성 이름을 나직히 부른다는 플루토 이야길 읽으니 갑자기 노래 하나가 생각나네요. 신중현과 엽전들의 "해랑사를 너는나". 나는 너를 사랑해,를 거꾸로 부른 가사인데,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말을 반복하고 있어요. 멜로디도 단순해서 라디오에서 듣고 한 번에 외웠어요. (지금도 부를 수 있어요. ㅎㅎ)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청춘이 거꾸로 읊조리는 건데, 그렇게 부름으로서 '나는 너'가 '너는 나'로 역전되는 묘미가 있고, 또 단조의 나즈막한 멜로디가 애잔해서 마음에 착 다가오기도 하고 그런 노래였어요. 해설자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이키델릭이라고도.. 이 노래 좋아요.^^

여튼 '변하지 않으면 변해가는 게 살아가는 일'이라든가 밑줄 치며 공감할 말이 많은 페이퍼로군요. 아이리시스님 늘 철학적이심.ㅎㅎ

+ 페루, 자기 앞의 생은 아직 안 읽고, 새벽의 약속만 읽었어요.
페루, 자기 앞의 생, 카뮈의 이방인. 마음 속의 필독도서인데 언제 읽을지..

아이리시스 2012-06-29 14:28   좋아요 0 | URL
섬님 선물이예요!




당연히 계신 그곳이 더 아름답고 멋지고 평온하겠지만 이 노래 들으면 늘 한적한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지거든요. 그런 노래가 있어요? 엽전들............킥킥(일단 웃고) 해랑사는 절 이름 같고 '나는 너'의 역전되는 묘미! 일단 기억해놓고 노래는 섬님 버전으로 언젠가 들어보는 걸로(ㅋㅋㅋ) 듣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고 아껴놓는 거니까 연습 하세요..아니..연습 바랍니다 히히히히 (가요제 나가는 분위기)

저 철학적이라 치고, 저도 로맹가리 한 권 더 읽어보겠어요. 8월쯤에요.(꽤 구체적이죠?ㅋㅋㅋ)
강원도라 하셨죠? 날씨 좋죠?! 물론 장맛비가 시작된다고는 했지만..( '')

2012-06-29 20:28   좋아요 0 | URL
아! 선물 맘에 들어요. 좋아요 좋아요. 후후
저는 이런 거 몰라서도 선물 못 하는데... 다들 어떻게 그리 음악을 많이 아는 걸까요??? ㅎㅎ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세상, 좋아해요. 저는 비행기와 지상의 거리가 신기하더라구요. 진짜로 먼데, 그런데 길도 보이고, 자동차도 보이고, 그런 게 진짜 신기했어요. 눈을 왠지 씻게 되고.
여튼 아이리님 덕분에 좋은 음악 좋은 풍경 잘 감상했슴다.

네. 8월의 로맹 가리 독서. 그 이후의 서평을 기대하고 있겠어요. 저도 페루 꼭 읽어볼랍니다~~~.

해랑사를 너는나, 연습해서 아침 모닝콜로 아이리님께 불러드릴까요. 아침부터 소름 막 돋게...ㅎㅎㅎㅎ

아이리시스 2012-07-01 02:41   좋아요 0 | URL
섬님 제 번호 알아요?! 모닝콜 해주면 감사히..............더 자겠습니다!
아..그러네요. 한 번씩 다 돌려서 들어보고 그래도 영상도 좋을 걸로(무난한 걸로) 퍼온다고 왔는데 전 도시를 하나씩 짚어주세요! 푸핫.

이 곡은 전에 캘리포니아 관광청 홍보 사이트에 걸려있는 캘리포니아 관련 곡 중 하나였어요. 여행을 안 떠날래야 안 떠나고 싶을 수가 없어요ㅜㅜ

섬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내일은 놀러가지 싶어요ㅋㅋㅋ

Shining 2012-06-2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페루>, <자기 앞의 생>, <유럽의 교육>, <하늘의 뿌리> 모두 좋았지만 <새벽의 약속>이 제일 좋았어요. 로맹 가리는 뭐랄까, 너무 잘하는게 많아서 좀 재수없는 작가에요ㅎㅎㅎㅎ 하지만 새 책이 나왔으니 읽어야겠다는 열의가 생기는 걸 보면 좋아하는 게 맞나봐요^^

며칠 전, 너무 더워서 줄리에타 마시나나 미아 와시코우스카처럼 머리를 잘라볼까 말했더니 제 친구가 진 세버그도 있잖아, 라고 얼마전에 얘기한 적 있는데 아이님 글 읽다보니 스무살 때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 막연하게 압도되던 느낌이 떠올라요.

이 페이퍼, 뭔가 아이리시스님 같아요(뭐래). 제가 아이님한테 갖는 이미지나 느낌, 문체 같은 게 이 페이퍼에 다 있어요. 좋군요 :-) 아, 저 <정체성>읽기 시작했어요, 오늘밤이면 다 읽을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2-06-29 14:42   좋아요 0 | URL
로맹가리가 또 뭐 잘하는데요? 저는 외무공무원에서ㅜㅜ 외무공무원은 외교관이 아닐 수도 있을까요? 서기일까요?(막 깎아내림) 앞은 누군지 모르겠고 저..미아는 그..레스트리스 여주인공이죠? 그건..용기가 필요하겠는데요. 우린(제 친구들 사총사 있어요) 그냥 얼마 전 드라마에 나오던 성유리 머리 정도가 괜찮은 걸로 합의했는데, 젊어서(!) 과감한 거예요? 예뻐요, 일단 하고나서 사진!!!

페이퍼가 저 같다는 말은 이 페이퍼 뜬구름 잡기였다는 말과도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썼으니까..(민망) 아..<정체성> 출간된 거 봤는데 축하해요, 전작주의 달성한 거 아니예요? 샤이닝님한텐 시작하면 책이 끝나는 겁니까?(ㅋㅋㅋ)

빠질 수 없는 선물!!!!!!!!!!!


Shining 2012-07-02 00:09   좋아요 0 | URL
음, 우선 로맹가리는 군인이자 외교관이고 작가였으며 극본가이자 미남이었어요ㅋㅋㅋ 촘 뭔가 재수없어요(시기쟁이ㅋㅋㅋ). 줄리에타 마시나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부인이자 이탈리아의 여배우^^ 맞아요, <레스트리스>머리ㅋㅋ 전 지금도 뒷목이 보이는 단발이에요, 좀 짧은 단발? 제일 긴 머리가 턱을 내려오거든요(이런이런, 비밀을 폭로해버렸어...) 지난 4,5년 동안 거의 이 정도 길이였는데도 아직 숏컷은 좀 두려워요-_ㅠ 안 어울릴까봐, 보다도 머리가 워낙 안 기는 편이라 언제 길러.... 왜, 포인트도 영점부터 모으려면 진짜 지겹잖아요!(그럴듯한 비유ㅋㅋㅋ)

그날은 금요일이었으니까요! <정체성> 다 읽고 새 책 읽고 있어요 :-)

덧) 그나저나 부지런하기도 한 아이님, 개개인에게 선물을ㅠㅠ 즐겁게 들으면서 댓글 썼어요>_<

비로그인 2012-06-3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이리시스님... 아이리시스님... 자꾸만 불러보고 싶어요.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기다림은 언제나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헛된 기다림이고 결국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아이리시스님처럼 그런 내 기대감은 새로 나에게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다림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겠죠? 아직 그리워할 나이는 아니니까.

그런 풍경이 떠올라요. 보라색 제비꽃이 만발한 동산에 맨발로 올라가서, 타오르는 태양 아래 별똥별이 떨어지는 눈부신 광경을 단 한 번 보고 시력을 잃고 싶어요. ㅋㅋ 이건 좀 청승맞다. 아이리시스님도, 저도,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있나봐요. 저도 언젠가부터 예술가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구분선을 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될 대로 되라, 식이기도 하고, 예술가라고 인정받지 않더라도 나 혼자 예술하면서 만족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써서 잘 안 팔리고 상도 안 줘도 글쓰기 좋아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나도 선물 받고 싶은데, 달라는 말하기 전에 무슨 선물을 줄지 생각해봐야겠어요.

아이리시스 2012-07-01 02:5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수다쟁이님..나는 수다쟁이님이 하는 말 90% 이해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또 그렇다고 믿거든요. 항상 고맙고.. 아직은 뭐가 되고 싶어할 나이잖아요. 시작도 못한 나이잖아요. 무궁무진하잖아요, 수다쟁이님은. 본인은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무한히 뻗어나갈 거예요. 어떤 꿈을 꾸든, 무슨 걱정을 하고있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아무하고도 말이 안통한다 생각될 때 그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지난번처럼요.

그 감성을 품고 사는 수다쟁이님이 부럽지만 한편 걱정돼고 또 그 예민함이 무언가로 폭발하길 진심으로 바래요. 원하는 게 뭐가 됐든 다 잘할 거예요. 그렇게 되는 것보다 믿는 게 더 중요해요.

저는 받고싶은 선물 생각해봤어요. 수다쟁이님 지금 책상 사진! 보고 싶으니까 준비해놔요. 주말 지나고 보여줘요. (구체적으로 무슨 책 있는지 어떤 색 펜과 노트가 있는지 그런 거 궁금해요)



이 드라마 되게 좋았거든요. 감성의 선이.. 음악도 좋네요! 선물 보내요^^
 
소송 열린책들 세계문학 19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재혁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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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이달이어야 했다. 영화 [아메리칸 크라임]을 경악하면서 보고 난 이후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을 닥치는 대로 읽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마지막은 카프카로 끝내기로 결심했다. 그 정도의 상처는 없지만 법을 믿지 않는다. 아니, 법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줄거란 달콤한 희망을 더이상은 믿지 않는다. 법정 범죄물과 카프카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의식의 흐름처럼 떠밀려온 독서기가 중요할 뿐. 존 그리샴의 소설은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The firm, 1991)>에서 시작한다. 그의 출세작이면서 1993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야망의 함정]을 낳았다. 10년 후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 이 드라마는 정확히 영화의 결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만하면 텍스트의 무한확장을 제대로 체험했대도 과언 아니다. 이전에 <타임 투 킬(A Time To Kill, 1989)>은 그의 처녀작, 이후 <펠리칸 브리프(The Pelican Brife, 1992)>는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 주연으로 1993년에 영화가 되었다. 물론 전작의 영화화는 좀 더 훗날 1996년도. 이후 <의뢰인(The Client, 1994)>, <가스실(The CHAMBER, 1996)>, <사라진 배심원(The Runaway Jury, 1996)>, <레인메이커(The Rainmaker, 1997> 등이 영화화 되었고, 작년에는 소설 <고백(The Confession, 2010)>이, 올해는 소설 <소송사냥꾼(THE LITIGATORS, 2011)>의 번역본이 출간됐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10년여간의 변호사 생활로 얻은 다양한 체험을 법정 스릴러에 녹여내며 출간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아니면 영화를 달라, 우스갯소리가 통할 만큼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많다.

 

우리나라 법정 드라마는 많지 않다. 재미로 다루기에 사법부가 지나치게 기득권을 갖기 때문에 미국보다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듯하다. 배심원제가 자리잡은 미국과 아직은 법전에 기댄 법관의 의견을 더 중시하는 한국의 사법제도의 차이를 모르지 않지만 범죄 스릴러가 경찰 수사물로만 그려지는 점은 많이 아쉽다. 물론 배심원제 탓만은 아니고 이 제도의 헛점 또한 없지 않다. 정확하기 위해 제3자의 일반인들을 통해 죄의 유무를 따지자는 건데 이게 어디까지 객관성을 획득할지 알 수가 없다. [Law & Order]는 대형 시리즈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 전담반]으로 더 익숙하지만 사실 이건 스핀오프 시리즈 중 하나다. SVU, CI, LA, UK는 전부 스핀오프 시리즈지만 오리지널 시리즈는 시즌 20으로 2010년 종료된 [범죄전담반]이다. 이후 [저스티스], [보스턴 리갈], [해리스 로우], [페어리 리갈], [데미지스] 등이 나왔지만 늘 첫 정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영화 [의뢰인]과 [부러진 화살] 같은 법정물은 나올 때마다 뜨거운 감자이며, 숨겨져 있는 사법재판 과정과 진실 규명에 기대를 갖게 한다. 발로 뛰는 경찰 위에 검찰이 있다면, 상명하복 관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행정부 소속 검찰에 대응하는 사법부가 있다. 진실 규명과 다수 국민과 소수 억울한 자들의 보호가 목적인 점에서 소속 다른 두 기관이 동등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예를 들어, 개인의 자유와 다수의 행복을 논할 때 법조인은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카프카 또한 법 앞에서의 인간의 부조리, 심판자의 자리에 있다고 믿는 인간이 심판 당하는 자의 위치에 서도록 묘사하면서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의 구속과 억압에 한없이 무력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편적 물음표로 승화시키며 관습과 체제 앞에 진실이란 무엇이며, 인간이란 한낱 보잘 것 없는 개에 불과하지 않냐고 묻는다.

 

그는 마흔 살에 악화된 폐결핵으로 죽었다. 카프카는 당시 체코에서 소수민족이었던 유대인이었고 아버지와도 갈등을 빚었으며 글을 쓰고 싶어했으면서 공부를 관두지 못해 법학 박사학위를 땄다. 너무 일찍 죽었기에 그가 남긴 어떤 작품에 대해서도 그의 입을 통해 듣지 못했다. <소송> 또한 그의 사후에 출간된 소설이며, 그가 남긴 세 편의 장편소설 중 하나다. 실존철학에 대해서만큼은 사르트르와 카뮈가 그에게 빚지고 있다. 그가 조금만 더 번듯한 작품을 많이 내고 조금만 더 번듯하게 긴 인생을 살았다면 실존과 부조리의 수사 앞에는 카프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놓였을 것이다. 체코 출신이면서 독일어 사용을 강요당한 유대인 카프카가 아니라. 그는 장남을 번듯하게 키워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독일인 학교에 다녔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공용어는 독일어였고, 체코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는 중이었으므로 학교에서 그는 아웃사이더였다. 여기와 저기에 속했지만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했던 그의 이방인적 고독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붙박혀있다. 완벽한 독일어를 쓰기 위한 피나는 편승과 자국민(체코인)들이 느끼는 배신감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그는 결국 독일어로 써내는 작품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 경계에서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무 곳으로도 가지 못한 채 행간 사이를 빙빙 도는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쓴 많은 문서들은 유언에 따라 소각되었다. 우린 그의 실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최소한에 기댄 유추조차 할 수 없다. 떠도는 의미들을 붙잡고 유령처럼 상상한다. 카프카적으로. 카프카답게 카프카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어렵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그것들이 옳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하다. 사회적 모순 한 번 겪지 않고 자라나는 청춘이, 꿈나무가 어디 있으며, 어른은 완전하게 땅에 붙박은 존재인가. 아니다. 카프카의 고민은 여전히 그만의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한 <소송>은 읽혀야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의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이토록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어째서 자기만의 방에 틀어박혀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에 시달렸다. 그는 희생자였을까, 승리자였을까. 항간에 그가 남긴 문학사적 자취가 웬만한 독일 작가를 능가한다고도 한다. 카프카를 독일인으로 처음 아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 그는 성공한 셈일까. 스스로는 행복하다 여겼을까. 대답은 들을 수 없지만 그는 여전히 궁금하게 한다. 우리에게 늘 카프카적인 생각을 하도록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가 되었으니. 대단하다. 릴케-카프카-쿤데라로 이어지는 체코 현대문학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18년에 해체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후 탄생한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경계에 세 문인이 나란히 연대기순으로 존재한다. 언젠가 동유럽에 가게 될 날이 온다면 세 명의 작가를 마음에 담고 카를교를 열 번쯤 건너야겠다. 동양의 작은 여자아이에게 프라하는 붉은 눈물을 흘린다고, 미치도록 슬프다고, 내 딸에게도 그렇게 가르칠 거라고 말해야겠다. 오늘은 어제와 다를 거란 기대와 희망 속에 산다. 기대와 희망이 한순간에 후회와 절망으로 바뀔지라도 변화를 희망하는 건 보편적 진리다.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가며 K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죽는 순서는 어째서 악의 계수가 클수록 먼저이지 않는지를 원망했을까. 형태 없는 제도와 체제, 권위주의 속에 희생되는 자기를 반성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이 자랑스러웠을까. 이유 없이 심판자가 되고 이유 없이 심판을 당하는 인간들은 누구나 이중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체 없는 경계에 있다. 오늘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존재를 확인하고 검사 받는다. 일련의 절차에는 오류가 없을 거란 믿음으로. 강력하게 존재의 존재와 삶의 삶을 가만히 놓는다. 여전히 정확하게 놓여야 할 위도와 경도를 알 수도 없고 알 수 있으리란 희망도 없지만 모든 삶이 부서지기 전에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카프카다. 변신이 간절하지만 그럴 수도 없고, 좁은 안에 갇혀 누군가를 심판하려 하지만 되려 심판 당하는 어리석은 존재를 인간으로 규정한 것은. 이 순간 카프카적으로 사고를 전환하라고 강요하는 건 카프카가 아니라 실존이다.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는 이는 생각해야 하므로. 그게 옳다는 걸 미래의 딸에게 전해줘야 하기에. 그는 죽어버림으로서 작품과 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지만 나는 살아서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많은 뜻을 전해야겠다. 가능하다면. 그러면 이 리뷰는 대체 정체가 뭘까. 나는 요제프 K의 대변인인가, 카프카의 대변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여전히 모르면서 말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걸까. 세계는 상상하는 대로 가고 상상하는 만큼 움직인다. 왜 죄인이 됐는지, 왜 죄인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이 죄고 또한 죄가 아닌지 카프카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가 말하지 않아서 우린 몰라야 할까. 짧고 쉽고 간결한 문장 행간에 든 엄청난 활자들의 의미가 밤잠 자는 도중 나를 덮칠까봐 겁난다. 오늘밤 나는 혼자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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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6-2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그리샴 소설 중에 <외뢰인> 제일 좋아해요. 소설도 좋았고, 수잔 서랜든 나왔던 영화도 나쁘지 않았어요. <타임 투 킬>은 영화는 좀 별로였던 것 같고, <레인메이커>는 좋았어요. 좀 심하게 순진한 얘기긴 했지만. 영화화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영화감독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가 또 카프카죠. 꼭 소설 그 자체가 아니더라도 모티브를 따온 것들도 있고. (<카프카>라는 영화도 있어요. 보지는 않았지만. 소더버그씨 영화니까 괜찮을듯.)

카프카를 읽기에는 더운 밤입니다. 으갸갸. 잘 지내시죠?

아이리시스 2012-06-27 22:06   좋아요 0 | URL
존 그리샴하고 로빈 쿡하고 그 시절 쌍벽을 이룬 스릴러 콤비였죠! 존 그리샴은 모르겠고 로빈 쿡은 초딩 때 엄마가 읽으시던 책이 엄청 많았어요. 덜덜 떨면서 들춰보고 그랬었는데.. 책을 읽으려니까 너무 많아서 천천히 가기로 했고, 영화는 너무 오래돼서(고전도 아닌데) 이것도 줄리아 로버츠랑 톰 크루즈만.. 천천히 가야겠어요. 해석의 여지가 많으니 영화감독들이 좋아하는 걸까요? 저는 카프카가 장편을 많이 남겼으면 좋았겠다고 그러니까,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저는 카뮈를 좋아하거든요! 변할 것 같지는 않지만 잘생겼어, 카프카는요..

아, 그러니까 <카프카>라는 영화는 카프카의 삶을 다룬 거예요? 그..경계선의 이중적 지위가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잘 지내는데요. 여기 날씨가 좀 이상해서요..문을 닫으면 덥고 열면 서늘하고.. 갑갑하네요..

이진 2012-06-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님도 <아메리칸 크라임> 보셨군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는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었지요. 이렇구나, 이렇구나. 뭐가 이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안타깝다.

카프카... 은희경의 소설에서 많이 다루는 것도 카프카예요. 주인공이 관심을 갖게 된 여자친구가 카프카를 좋아하고, 덩달아 주인공도 카프카를 읽게 되지요.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카프카는 어디다 갖다붙여도 다 말이 된다고.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카프카는 하나의 명사가 되어버린 것입니까ㅋㅋ

아이리시스 2012-06-27 22:10   좋아요 0 | URL
애들한테 안 좋아요, 담엔 그런 거 보지마요!! 19세이상관람가 아니덥니까?!(잘 모름) 그리고 애 취급해서 기분 나쁘다면 미안..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히히히

은희경 소설에 카프카 얘기 나오나 봐요. 응, 카프카는 수다쟁이님한테 배우고! 내 생각에 소이진님이 은희경 소설만 보고도 카프카를 완전 잘 이해한 것 같아요. 하나의 명사, 어디다 갖다붙여도 다 말이 되는 거.

근데 그것도 재미없다면서요?ㅜㅜ 미안ㅜㅜ 담엔 재밌는 거 보내줄게요(ㅋㅋㅋ)

이진 2012-06-27 22:42   좋아요 0 | URL
에이, 재미 없는게 아니라 은희경의 견인력이 떨어지는 거죠. 처음엔 그 어떤 소설보다도 마음에 잘 와닿았어요. 아이님이 보내주시는 책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재밌잖아요. 제가 집중해서 안 읽어서 그렇지 <원더보이>도 무지무지무지 좋은 책 아니겠습니까. 문장은 정말 좋은데, 내용 이해가 힘들어서... 제 능력을 탓해야합니다. ㅎㅎㅎㅎ

아이리시스 2012-06-27 22:58   좋아요 0 | URL
뭐야, 위로하는 거.............라니, 엉엉엉엉엉ㅠㅠ

티티카카 2012-06-2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전까지 읽은 소설은 약간의 문제의식을 일으키거나 유년시절의 그리움을 끌어내는 게 전부였는데... 카프카는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더군요 ㅎ 왠지 이대로 끝나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법정드라마 하니까, 제가 요즘 보고 있는 일드 <리갈하이>가 떠오르네요 ㅋ 저는 지금 남주에게 빠져있어요. 법정드라마인데 울적할 때 보면 좋다는,,,ㅎ,ㅎ

아이리시스 2012-06-27 22:01   좋아요 0 | URL
카프카는..답이 없어서..그 답을 구하려고 하면 막막해지는 것 같아요. 티티카카님 리뷰 보러가니까 아무 것도 없어서 슬펐어요. 진짜 슬펐어, 힝ㅠㅠ

그거 이제 끝났죠? 2분기 드라마들.. 저도 일드 라인업은 알고 있었는데 <리갈하이>도 찜해놨었는데 못봤어요. 요즘엔 일주일마다 딱딱 챙길 여력이..남주에게 빠졌다면 매력있나봐요!

댈러웨이 2012-06-2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욕 엄청 돋우는 리뷰였어요. 보면서 짜릿짜릿했어요. 질투도 막 났어요. 고마워요. ^^



아이리시스 2012-06-28 03:28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잠이 안와요. 엉엉엉ㅠㅠ
그..뭐야..지식욕..저는 댈러웨이님한테 받는데요..남 얘기 하실 때가 아니랍니다.
(따라잡으려면 책을 먹어야 돼ㅠㅠ)

저는 쌓아둔 구간들로 추리소설 읽고 있는데요, 이것마저도 진도가..( '')

노이에자이트 2012-06-2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다민족정책에 대한 글을 읽었어요.워낙 여러 민족이 그 안에 분포하고 있으니 군대에서 특히 용어통일이 문제가 되더라고요.아이리시스 님은 작품만이 아니라 그 작가에 대해서도 꼼꼼이 살피시는군요.원래 그래야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소홀히 하더라고요.그래서 릴케나 카프카를 막연히 독일사람으로 아는 사람이 많죠.

아이리시스 2012-06-28 22:22   좋아요 0 | URL
릴케는 쓰고도 이상해서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 그랬답니다 V.V 카프카는 유대인인 것만 알고 독일사람 아닌 걸 알고 있어서 백과사전 좀 본 거예요! 꼼꼼하다고 칭찬을 듣다니요!(으쓱으쓱)

근데 백과사전 지식도 나름 유용해서 저는 [소송] 읽고 카프카 일대기 공부하면서 유용했거든요. 군대 용어통일이라..정말 실용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되겠네요! 전 세계적으로 의학용어 통일하듯이 군대용어도..
 
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헷갈린다. 방학 때 혼자 버스 타고 외숙모외삼촌네 공부하러 다니던 중1 때(개인과외랄까, 외숙모께는 사회를, 외삼촌께는 수학을 배웠다) 그집 작은 방 책장에서 본 책이 엄마보다 세 살 위, 아빠와 연세가 같은 외삼촌이 학창시절에 읽던 오래된 판본의 <독일인의 사랑>이었는지 <첫사랑>이었는지. 제대로였다면 헷갈릴 수가 없다. 막스 뮐러는 독일인이고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인이다. 이 소설은 동양학자이자 비교언어학자로 유명한 막스 뮐러가 남긴 유일한 순수문학이다. 완전히 다르니까 도저히 헷갈릴 수가 없는데 아직도 기억하지 못한다. 읽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미스터리를 푸는 기분으로 시작. 아마도 이 책이었다고 굳게 믿는 중이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지만 꼭 안 중요한 것도 아니다.

 

없는 감수성을 빌려와 쓰자면, 내게 한 마디 해주기 위해 너는 수십 번 머리와 가슴으로 말을 고민하는 사람이고, 나는 나름 생각을 거쳤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툭툭 뱉어내는 사람이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고 본능적이다. 책은 내가 더 많이 읽지만 그게 너보다 내가 더 똑똑하다거나 지혜롭다거나 하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읽은 책에 관한 얘기나 읽고 있는 책에 관한 얘기를 너와 나는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문자도 통화도 엄청나게 해대는 그런 커플은 아니다. 대학 때는 함께 도서관에도 종종 갔고 우리가 아직 친구였을 때 너는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나를 무려 토요일에 만나기 위해 일부러 도서관에 와서 끝나는 시간을 기다렸지만 네 맘을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던 나는 재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고 차 타고 떠나는 나를 지켜보던 네 모습을 백미러로 보았다. 이 소설은 우리가 처음 만난 스무살, 다시 만난 스물한 살, 친구들끼리 함께 간 여름여행 후 연인이 되기 시작한 스물두 살에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소중한 편지와 사진들, 빛 바랜 꽃바구니와 이제는 상해버린 샴페인이 들어있던 화이트데이 꽃바구니, 친구집을 빌려 촛불폭탄과 꽃다발과 와인으로 장식한 1주년 기념파티 등이 신선한 향기였을 때. 감수성이 말랑말랑해서 터질 것 같던 때. 사랑을 해서가 아니라 원래 내 감수성이 그정도일 때. 그래서 작은 일에도 서운하고 울고 따지고 토라지고 그랬을 때.

 

너무 진한 사랑소설은 이제 좀 부끄럽다. 화내는 것조차 귀찮고 에너지가 든다. 요즘 관심거리는 주로 어떤 상황에 대한 너의 생각을 묻는 것이다. 그것도 내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지만, 푸하하. 만약 완전 반대 입장이라도 함께지만 여전히 타인이라서 이해하자 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정치성향은 좀 같았으면 하는 이상한 바람이 있다. 나는 부모님과도 같았기 때문에 그게 많이 답답할 것 같다. 아, 이래서 종교적 갈등도 생기는 구나 싶다. 이해가 불가능할 경우 내 삶에 들여놓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랑에 대해 나는 할 이야기가 없다. 아무리 예쁘게 치장하고 또 치장해도 더는 추억할 에피소드가 없다. 내게 사랑은 과거가 아니고 우리 사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더이상 예쁜 엽서나 긴 편지지에 너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지 않고 너 또한 그렇다. 가끔 받기는 하는데 쓰기는 진짜 싫더라. orz 진지한 대신 애틋함은 증발했고 사랑이 불길 치솟는 감당못할 감정만은 아니라는 걸 너도 나도 안다. 네 맘까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나만큼이나 너도 많이 까야 하는 양파같은 남자라서. 수많은 영화를 둘이서 봤지만 그것들은 모조리 함께한 시간으로 치환되거나 증발되었다. 하지만 어떤 책도 동시에 읽거나 함께 읽지는 않는다. 그런 적이 없다. 영화 <더 리더>에도 <소피의 선택>에도 남녀가 함께 책 읽는 장면이 나온다. 소피(메릴 스트립)가 폴란드어로 한 줄 읽으면 네이든(케빈 클라인)이 영어로 번역해 한 줄 읽는 울프는 울프라서가 아니라 책이라서가 아니라 와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로맨틱하다. 해보고 싶을 만큼은 아니지만 어딘가 울컥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아니라 '독일인'이 뭐 다른 게 있나 싶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채 읽는다. 아마 이 소설의 주제는 두 국가의 민족성 차이가 아닐테고, 더군다나 독일인만의 특수한 사랑을 그려낸 것만도 아닐 것이다. '기독교적 사랑' 그러니까 플라토닉한 사랑을 풀어내는 점에서 지드의 <좁은 문>과 상통한다. 그치만 지드를 엄청 좋아하고 <좁은 문>을 특별히 애정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 소설은 어디를 애정해야 할지, 반이나 이해하긴 한 건지 의심스럽다. 기독교적 색채, 육체와 영혼을 초월하는 사랑, 도덕적 순수(동정이나 순결을 의미하는 것 아님) 등을 대사를 통해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점은 신선하지만, 그 의미가 간결하고 뚜렷한 문장으로 마음에 쏙 박히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하물며 여주인공 이름은 동정녀와 동일한 '마리아'다. <독일인의 사랑>은 그녀를 맘에 품고 다가가는 한 남자의 마음과 상황을 독백 아니 일기로 담아낸다. 그녀는 몸이 성치 않아서 육체적 사랑이 불가능한 나머지 나를 멀리하거나 피한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다가가고 또 감싸안는 한 남자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회고록과 같다. 8장으로 이루어졌으며 시간 순으로 간다. 그렇다. 이걸 소설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차용한 소설이라면 <폭풍의 언덕>, 헨리 제임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까지 알고 있다. 쉽게 읽히지 않고, 느릿느릿하면서도 그 독백을 따라가기가 숨차서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이 소설은 아마 그 중에서 가장 짧은 작품일 것이다. 소설이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지만.

 

소년들은 청년기와 장년기에서는 이미 사라진 순수함과 진심,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법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나는 그녀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될 타인에 속한다고 믿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내게 했던 진지한 말들은 건성으로 듣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영혼이 가까워질 수 있는 한 가장 가까이, 그녀의 영혼이 내 영혼에 접근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 이 독백 아니 회고는 <독일인의 사랑>의 주제에 가장 근접한 문장일 것이다.

 

우리가 간구하는 것은 세속적 재화가 아니잖은가. 우리는 다만, 서로를 발견하고 알아볼 두 영혼이 손을 잡고 마주 바라보며, 이 짧은 지상의 여행을 같이 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뿐, 그래서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나는 그녀의 병고의 지팡이가 되고, 그녀는 내게 위안이나 사랑스런 배려자로 머물기를 기원할 뿐인 것이다.

 

이 사랑은 육체와 영혼 둘 중 어느 하나를 앞세우는 법이 없다. 그녀는 몸이 성치 못하다. 그는 몸이 성하다. 그런 차이가 둘을 사랑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사랑은 육체만으로도, 정신만으로도 온전할 수 없다. 그녀는 성치 못한 몸을 가졌지만 사랑은 죽음으로도 파괴될 수 없는 것이며, 죽음으로 승화되어 불멸한다. 그런 온전한 사랑을 갈구한다. 침묵이 사랑을 지켜준다. 상당부분 준 만큼 바라는 사랑의 거래성과 대가성을 조심스럽고 확실하게 비판한다. 에즈워드의 시를 인용하여 드러내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 육체를 욕망하는 사랑, 정신의 위안을 바라는 사랑, 부모와 자식, 부부간, 박애 등 모든 애정을 능가하는 가장 고귀한 곳의 사랑이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의미를 사랑이라는 한 단어 속에 쑤셔넣는가. 가장 사랑다운 사랑은 하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으면서 사랑가는 또 왜 그리도 많은가. 비록 내게는 가져보지 못한 큰 사랑의 울림과 그 속에 든 고결한 의미가 한꺼번에 다가오지는 않았어도 분명히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구석이 있다. 여전히 사랑 앞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재단하고 또 끼워넣으려는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인형처럼 맞추려하거나 맞춰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대로 삶과 죽음과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이란! 그런 게 과연 있긴 있을까. 없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이 간결하고도 순수한 소설이 사랑받는 것 같다.

 

'독일인의 사랑'의 독일인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 보다 문화적 차이에 의해 이해되어야 하는 제목이라고 역자가 전한다. 사랑의 형태와 의미와 철학에 국적이 있을 리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자.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그럼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아니, 당신은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가. 기대하는 대답과 직접 듣게 될 대답은 같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마리아가 질문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온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누군가의 사랑을 지켜보기만 해도 너무 숨차고 피곤한 세상이다.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세요. 꽃한테 왜 피어 있는지를 물어보세요. 태양에게 왜 빛나고 있냐고 물어보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순간 내 존재의 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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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2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2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2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2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2-06-2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구절, 참 좋아요. 전 요즘 찐~~~한 사랑소설 읽고 싶은데 혹시 이런 소설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

아이리시스 2012-06-26 00:17   좋아요 0 | URL
근데 이건 [기독교적 색채]를 극복할 용기있는 사람만 봐야될 것 같아요. 나한테만 어려운 건지, 난 벌써 타락한 건지, 이런 사랑이 없다고 믿는 건 아니지만, 사랑에는 물론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이건 좀-_-;; 찐~~~한 거?! 로렌스 읽어요.(시루스님은 봤을 것 같지만)

2012-06-23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6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긴 글에 죄책감이 있다. 읽히려면 간결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더군다나 프로도 아니라 누군가에게 끝까지 읽힌다는 욕심을 오래 전에 버렸다. 담아야 해서 좀 길다. 평소 쓰던 것보다 더 길다. 이 페이퍼는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 몇 편에 관한 얘기고, 오랜만에 찾아보니 밥 먹으면서 읽어도 시간이 모자랄 엄청난 양의 단편이 있더라는 것과, 이제부터는 일부러라도 종종 읽겠다는 다짐이자, 어쨌든 이런 생각으로 글이 시작되었다는 뭐 그런 얘기.

 

단막극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목적이 뚜렷했으나 단막극을 본다고 대본을 쓸 수 있을 리 없었고, 영화대본을 들여다본다고 시나리오가 뚝딱 써지는 것도 아니었고, 주구장창 연극을 봐도 희곡이 짠하고 나타날 리 없었다. 왜냐면 그것들은 고스란히 내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법인데 나에게는 하나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패션잡지 에디터가 되기 위해 수 십통의 이력서와 자소서를 우편과 멜로 뿌린 동기는 비로소 연락을 받고 뛸듯이 기뻐하며 간 면접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하도 간절히 이력서를 보내기에 얼굴이라도 꼭 한 번 보고 싶었어요. 궁금했거든요. 결과는 낙방. 간절한 것이 곧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파리에서 만난 그는 나를 두고 '쓰잘데기 없는 학과'에 다닌다고도 했었다. 푸핫. 옆에 있던 건축학도 친구가 웃었고 공대를 나온 그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래, 21세기에 글로만 먹고 살겠다는 건 얼마나 가시방석인가. 부모님에게 못할 짓인가. 자책하진 않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어쨌거나 글은 실재 혹은 실존과 비교하면 정말 안드로메다다. 이 왜곡 많은 (글자의)이미지가 나와 당신 사이에 저질러 놓은 섬은 또 얼마나 넓은가. 사랑한다는 고백이 날아가는 속도는 얼마나 덧없으며 또 불가능한가. 나는 수줍은 대신 말을 잘했다. 글이 되기도 전에 생각이 말로 먼저 튀어나왔다. 지금은 (반만 진심인데)말보다 글을 더 잘썼으면 좋겠다. 글보다는 말이 더 먹히니까 완전히 진심은 아니다. 확신이 들지 않는다. orz

 

어쨌거나 아주 오랜만의 한국문학. 밤새워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던 여러 밤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의 숭고했던 자세는 앞으로 영영 없을 듯해서 서운하고 서글픈 마음. 스물 셋 커피숍에서 데이트 약속을 기다리며 핫초코를 시켜놓고 전자사전을 펴 뜻을 찾아가며 읽던 <혼불>하며(과제였다), 온갖 문예지들 그리고 수상 단편들을 날마다 읽던 추억이 아련하다. 누리는 시간과 해야 할 일들이 당연히 내 것이 아니란 걸, 그땐 왜 몰랐을까.  

 

 

2011년 단 며칠, 부활한 TV문학관 속에 이 작품이 있었다. 광염+소나타=광기 어린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 얘기다.

 

 

 

 

 

 

 

 

 

 

 

 

 

 

 

역시 C샤프 단음계로서, 제일곡은 뽑아 먹고, 아다지오에서 시작되는데,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 수평선 위로 넘어가려는 저녁 해, 이러한 온화한 것이 차차 스케르초로 들어가서는 소낙비, 풍랑, 번개질, 무서운 바람 소리, 우레질, 전복되는 배, 곤해서 물에 떨어지는 갈매기, 한번 뒤집어지면서 해일에 쓸려 나가는 동네 사람의 부르짖음-흥분에서 흥분, 광포에서 광포, 야성에서 야성, 온갖 공포와 포학한 광격이 눈앞에 어릿거리는데, 이 늙은 내가 그만 흥분에 못 견디어, 뜻하지 않고 '그만두어 달라'고 고함친 것만으로도 짐작하시겠지요.

 

이 대목은 어떻게 하면 알아들을 수 있지? 음대 갔었다면? C샤프 단음계에서부터 머리에 쥐나기 시작. 피아노를 들으며 이런 감상이 나올 수 있다면 글이 아니라 음악을 해야 마땅하다고 고개 끄덕끄덕. K선생도 좀 멋있는 사람 같다. 여튼 '성난 파도''피의 선율'은 백성수의 비상한 광기와 열정으로 '우연히' 지어진 곡조다. 방화와 살인. 무너져내리는 잿더미와 이름 없는 자를 갈갈이 찢는 것에서 이 세상 모든 영혼을 울리는 음보가 태어났다면, 천재 작곡가(음악가)가 났다고 칭송할 수 있을까. 김동인의 <광염소나타>는 천재성을 지닌 한 남자가 계통적 훈련 아닌 광기로 뽑아낸 음악으로 인해 짙은 예술성을 획득하지만 존재로서의 파멸을 촉진하며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예술품과 예술가의 반비례 관계를 포착하여 진정한 예술가의 위치를 묻는 동시에, 예술은 어디까지 타당화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의 방화는 어머니의 병환 중 지극히 가난해서 병원에 가지 못하자, 약국 카운터에 약사는 없고 돈이 올려져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는 그 돈을 훔친 것이 발단이다. 주인에게 잡혀 감방에 6개월을 있을 때 어머니는 아들을 부르며 기어나와 거리에서 죽었다. 아무리 애원해도 외면했던 당시 주인집에 홧김에 불을 지르고 도망친 성당에서 광기에 휩싸여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K선생의 눈에 띈다. K선생의 백성수 두둔은 사실상 용인될 수 없다. 어떤 가치로도 방화, 시체 강간, 살인 등을 용인할 수 없는 것이 오늘 날의 시각이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설명할 수 없는 흥분과 광기를 갖고 천재적 예술성을 발휘해 어떤 창작물을 만들었더라도, 심지어 살아숨쉬는 예술품을 창조했다고 하더라도 이 예술품과 예술가를 동일시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 혹은 문제는 남는다. K선생은 윤리와 도덕의 잣대로 예술가의 천재적 기질을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작가의 미적 세계관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런 지독한 탐미주의는 자칫 시대/현실 동떨어짐을 반영할 수밖에 없으며,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거나, 꿈에서는 가능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절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희곡 시나리오 수업 중 쌤이 제일 많이 언급한 플롯은 공지영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윤대녕의 <천지간>이었다. 가장 많이 읽히는 본보기를 들었던 쌤과 하도 들어서 읽지 않아도 익숙한 느낌이 팽배한 나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독서 미완결 상태로 기억 속에 묻혀있는 두 편이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작품이 좋을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섬세한 결이 역시 좋아서 당시 무슨 얘길 하시며 어떤 식으로 언급됐었나 궁금했지만 저질 기억력이 그걸 알려줄 리가 없지. 시험공부의 후유증은 오래 남아 디오니소스(술의 신 바커스)를 위한 제천의식(종교적 행사)에서 시작되었다는 희곡(연극)의 기원만이 엄하게 떠오른다. 나는 연극이란 매체를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지리적 영향일 가능성이 없지 않고, 연극을 보러가면 언제나 좋았다. 살아 움직이는 배우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과 호흡하는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늘 가슴뛰었다. 그러니까 이론을 기억하고 있는 건 당시 신나게 공부했었음을 반추하는 거라서, 오랜만에 연극관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작가의 자전적 경향이 강하게 표출된다. 사랑관도 그렇고, 문학에의 열정과 좌절 같은 것들이 그렇다. 하나하나 읽다 나도 모르게 전체를 읽었고, 표제작에 대해서만 말한다.

 

이미지도 없이 이름만 강요하는 것 같네요, 내가.. 어떻게 말이라는 것으로 그를 설명할 수가 있을까요.

 

어느 날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봉우리가 바라다보이는 한 사파리에서 야영 중 불현듯 깨달은 바 있어 다시 돌아왔다는 그녀의 이력. 어떤 방랑과 초월, 실현에 대한 호기심이 그녀의 이국생활과 경력 그리고 다시 돌아온 지금을 궁금하게 했기에 찾아갔다. 원래는 1970년대 초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주모자였던 권오규란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 했었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대치되던 시절, 진리를 한 번 알아버린 사람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벗어나지 못한 채 여기저기를 떠돈다. 이십대의 팔팔한 젊은이가 오십이 넘은 나이에 출소하여 집에 돌아와서도 방문을 두드리는 일련의 세월에 덕지덕지 묻은 상처는 아무리 벗기려 해도 지울 수가 없는 거였다. 아직, 여전히, 이 세상과 저 세상처럼 나와 당신 사이에는 벽이, 섬이 견고하게 둘러쳐진 것일까. 그 집엔 강아지가 있었거든.. 그 강아지는 하루 종일 연못가에 놓인 돌에 코를 박고 가만히 앉아 있어. 내가 강아지가 왜저러느냐고 물었더니 이민자 화백이 대답하데. 강아지요? 아아.. 강아지는 명상을 하는 중이에요. (중략) 무슨 명상이오.. (중략) 글쎄요, 이런 거겠죠. 물속에 고기가 있네..

 

팔십년대의 아들딸들은 달랐다. 감옥에서 이십년 동안 그저 앉아 있던 권오규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난한 가방을 달랑 들고 그림공부를 하러 뉴욕으로 떠나는 이민자의 모습도 보였다. 비밀결사를 다 결성하기도 전에 체포되는 권오규. 그 무렵 뉴욕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민자. 감옥에 앉아 있는 권오규. 인도를 맨발로 방랑하는 이민자. 감옥에서 일곱 걸음 걷다가 뒤돌아서서 다시 일곱 걸음 걷는 권오규. 아프리카의 눈 엎인 킬리만자로가 보이는 사파리에서 불현듯 그 무엇인가 깨닫는 이민자. 그래도 감옥에 앉아 있는 권오규. 지겹도록 이십년 동안 앉아만 있는 권오규. 무엇을 견디려고, 무엇을 기다리려고 그저 앉아 있는 권오규. 화염병을 들고 뛰던 강선배, 휴지뭉치를 들고 코를 풀며 따라가던 나..

 

여기, 시대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켰던 한 사람이 있다. 나는 누구보다 더 이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십대, 팔십년대가 무섭도록 감흥이 없을 만큼 나도 나이를 먹고 있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소설집을 펴면 제일 처음으로 만나는 작품이다. 샤갈과 눈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초자연적 현상은 분위기를 지배한다. 눈이 내린다고 꼭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것인가. 상대적인 모멸감 때문이 아니라, 저마다 키워온 스스로의 환상에 기만당한 것 같다는 자괴감 때문에 우리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현실과 환상은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다를 수 있는 것일까. 지난 연대 내내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환상에 뜨겁게 사로잡혀 있었고, 이제 그것은 빈틈없이 깨져버린 것이었다. 라는 대사로 둘러처지는 연대라는 환상과 허무, 정치에의 혐오, 그것들은 무기인 듯 보였으나 무력감이었다. '이제는'이라는 회의론과 '그래도'라는 명분론 끝에 술 테이블을 뒤집는 싸움. 그날 그 말을 듣고 어째서 명분론 쪽에서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질 않았는지, 그 뒤로도 우리는 오랫동안 그 이유를 감지할 수 없었다. 명분론 쪽에 서 있던 당사자마저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으니까, 나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거기에 일종의 심리적 동조의식, 다시 말해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어쩔 수 없이 상반되는 견해를 취했지만, 명분론의 이면에도 역시 회의론적인 요소가 다분히 내재돼 있었으리라는 짐작만 어렴풋이 해나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짐작은 당사자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통해 분명한 사실로 확인되었다.

 

연대에는 이탈이 없어야 하나. 이 허무의 술자리가 파장한 다음에야 비로소 깨닫는 것 한 가지. 상실된 대화와 깊은 단절감. 이후 모임에서 계속되는 잡담 또 잡담 그리고 잡담. 의미없는 말만 통용되는 시간. 의미있는 말이 철저하게 통제당하는 공간. 거기에는 연대와 열정, 기대감과 설렘 따위는 없었다. 술자리에서 절반이 돌아간 다음에야 비로소 남은 사람들에게는 결속감과 새로운 공감대와 은밀한 연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 '샤갈의 마을'에 가게 된다.

 

'흩어졌다'는 결과보다 '흩어져가고 있다'는 과정 때문에 괴로운가. 결국은 '둘'도 남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지. 여자의 목소리가 슬프게 들려온다. 우린 모두 누구를 기다리고 누구와 자고 누구의 손을 잡고 그렇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존재인가 보다. 함께 있을 땐 고독을 꿈꾸고, 혼자일 땐 누군가와의 연대를 꿈꾸는.

 

 

 

 

 

 

 

 

 

 

 

 

 

 

 

<신라의 푸른 길>은 신경숙의 <부석사>가 그랬듯 문학기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대학 때부터 경로와 목적을 적어내려간 기행노트가 몇 권이고, 그 중 아직 떠나지 못한 장소, 여전히 느끼지 못한 정취가 또 얼만지. 내가 절 탐방을 좋아하고, 불상도 좋아하고 탑도 좋아하고 고요를 좋아하고(애들 말에 의하면 내가 제일 말이 많다는데!) 무엇보다 얼마 전 친구들끼리 모였다가 나온 템플스테이는 로망인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분에서 약간 좌절(침묵과 수양도 약간 힘들 것 같지만). 하지만 나는 이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보통사람이니 맘먹으면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닌데 언젠가,로 약속했지만 지금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임. 석굴암 본존불상 아미타불과 경주에서 강릉까지 가는 7번 국도를 떠올리고 있었다. 와 같은 문장에서 시작부터 발이 푹 하고 빠지면 더이상 집중이 되지 않고 안절부절못한다. 경주에서 포항을 거쳐 강릉까지 바다를 끼고 가는 7번 국도. 우왓. 남쪽 항구도시에 사는 나는 이 국도가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전용도로 같다. 어릴 때 임진각 자유의 다리, 통일전망대 가면서 아빠가 달렸던 길과 몇 해 전 여름, 가는 길에 진탕 싸우긴 했어도 나름 신나게 떠났던 여행도 그 국도였나. 김연수의 소설 제목. 나는 운전을 못하니까 모른다.

 

내일은 일찍 움직여야 하고 차를 타고 이 책을 읽을까 한다. 내가 갈 길이 7번 국도도 아니고 여행가는 것도 답사가는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해야 할 일을 든든히 챙겨서 차를 타는 기분이 기다려진달까. 어디 갈 땐 무거운 거 싫어서 책 잘 챙기지 않는데 이 책이 전자책에..전자책에.. 내일 할 일 만들어둔다고 페이퍼에 구멍을 만들었다. 뭐 가끔 이럴 때도 있어야 재밌지! 빈틈도 있고 구멍도 나고 앞뒤 말도 안맞고 간혹 그래야.. 그래서 안녕. 윤대녕 작가를 엄청 좋아하는데 하필이면 여기 이 책에 구멍을 내다니 다시 와서 이어쓰겠음. 꼬옥 쓰겠음.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은 겨우 찾았다. 이 작품집에 실린 구효서의 <카프카를 읽는 밤>은 비 오는 날의 삼거리에 서 있던 밝은 핑크빛 원피스를 입은 그녀로부터 시작한다. 그녀의 상처 그리고 나의 상처. 그녀는 재일 한국인 그리고 나는 그냥 한국인. 그녀가 내 눈에 띈 까닭도 어쩌면 그녀가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 내 행보에 특별한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적 시적 걷다 보면 시선마저 느긋해져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일일이 보아낼 수 있는 거니까. 그녀는 누군가에게 길을 물으려 하고 있었고 나는 일부러 그녀 곁을 천천히 걸으며 질문해오길 기다리다 그녀를 안내한다. 다시 만날 줄 몰랐던 그녀와 몇 번 마주치고, 드러나는 그녀의 삶과 나의 삶, 그녀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 아주 짧지만 강렬하다. 무엇에 대해? 카프카에 대해. 하지만 저지 코진스키를 언급하는 부분이 더 강렬하다.

 

유태인에 관한 거라면 나는 저지 코진스키의 <더 페인티드 버드>를 잊지 못한다. 매 장마다 소름이 끼치는 그 소설 9장에는, 집단학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알아버린 유태인들이 어린 자식들을 달리는 열차 밖으로 내던진다. 열차가 지나간 마을엔 바퀴에 찢긴 아이들의 사지가 건초 더미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요행히 목숨이 붙은 아이들은 가난한 마을 사람들한테 신발과 옷을 빼앗기고 얼어죽거나, 여자 아이일 경우엔 거기에다 강간까지 당한다.

 

자신에게 그 소설과 같은 내용의 쓰라린 고통만을 안겨주고 나중에는 정치적으로 억압하기까지 한 조국을 탈출해 저지 코진스키는 미국에서 전혀 새로운 언어로 소설을 썼다. 전혀 새로운 언어로. 그러나 선배 유태인인 카프카는, 프라하에 끝까지 웅크리고 앉아, 저 독일인의 언어로 <변신> <실종자> <심판> <성>과 같은 소설들을 써낼 수밖에 없었다.

 

재일 한국인 그녀와 유태인 저지 코진스키 혹은 카프카. 나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을 것 같다. 영토와 국토를 잃고 방황하는 그들의 상실과 절망과 소외감을 온전히는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있는 지금 이 자리는 내 것이라 믿고 살아가는 것만이 견딜 수 있는 일일 것 같다.

 

 

 

 

 

 

 

 

 

 

 

 

 

 

 

 

김인숙의 소설 중 <소현>이 시대와 문체를 통해 왜 그녀가 써야 했는지 알 수 있었다면(당시 나는 그 문체를 말투로 따라하면서 다녔음), <미칠 수 있겠니>는 발리라는 이국적 공간과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상처와 배신으로 얼룩진 사랑을 치유하려는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내면을 슬프지만 절망적이지는 않게 그리려는 느낌을 주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고, 과거와 현재가 버무려지는 느낌 또한 그랬다. 결과적으로 아주 애틋하고 완전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때로 아득해져서 손에서 놓아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었고, 좋았다. 여류 소설가들이 외국 체류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닌데다 나와 다르지도 않아서 좋았는데(물론 그들의 여행기는 별도로 하고)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니 반가운 기분(와락). <먼 길>은 작가가 1993년부터 1년 6개월을 시드니에서 보낸 경험을 살려 쓴 소설로 1995년 한국일보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기로 보면 거의 20년 전인데, 젊은이들의 방황과 정착이라는 코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걸 보면, 사는 일의 본연적 고민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만은 않은 듯하다.

 

...내 기억 속에는 아직도 청년인 당신... 그래서 서글픈 기억... 나는 그것을 붙들고 있을 힘이 없습니다.. 로 요약되는, 한때, 당신을 사랑했었노라고.. 잊지 않는 이상 서글픔이 사라질 수도 없다는 서연의 편지로부터 시작한다. 누가 이, 절절한 기억 속 주인공일지 가슴이 콩닥거리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포트 멕콰리로 떠나기로 한 날, 서연의 편지를 받았다는 이는 한영이다. 그리고 한영의 세상에는 낚싯배를 모는 형 한림과 명우가 있다. 8년 전 사랑했던 서연만이 없다. 명우를 처음 만난 날은 이해할 수 없다. 네가 아직도 혼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게 왜 희망처럼 여겨졌는지. 관계를 맺는 모든 일에 실패만을 거듭해왔던 지나간 내 삶이, 왜 그렇게 느닷없이 축복처럼 여겨졌는지... 라는 편지를 띄우고 그녀의 답신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교민잡지사에서 한국인으로서 난민비자로 영주권을 취득한 명우를 취재하기로 한 건 그것이 도저히 통용될 수 없는 특수한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이민.. 이것을 끝내고 저것을 선택하는 일. 모든 것의 시작. 그들은 이 시작 앞에, 걸어가야 할 먼 길 앞에 흔들리고 좌절한다. 과거를 버리지 못하고 단절하지도 못한 채, 울컥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한영에게는 그 과거 속에 서연이 존재했다. 한림에게는 노래하지 못한 채 헛도는 자유와 그로인해 실패한 결혼생활이 그랬고, 명우에게는 학생 점거농성으로 받은 1년 반의 징역생활이 그랬다. 모두에게 신열같은 열병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방인의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서연의 그리움을 토로하는 한영에게 명우는 말한다. 사랑이란 건 비로소 그리움으로 확인되는 감정이 아니던가요. 자조적 웃음을 날리면서도 형(한림)의 방랑벽과 속박된 자유, 명우의 내가 헛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고백이 결코 아닙니다. 내 길은 헛되지 않았는데 내 삶이 헛되어졌다는 것, 그걸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라는 얼치기 고백에도 그만 마음이 사방으로 철렁하는 몰골이 되어버린 자신이 소외감에 몸서리친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

 

생존의 행렬. 한영은 몰랐고 서연은 직관으로 알았던 바로 그것. 언젠가 세월이 뒤틀릴 것이라는 사실. 가족병력이 있던 서연과의 교제를 반대한 아버지를 당신이라 칭하며 맞섰지만, 미칠 것 같은 소유욕에도 불구하고 병신 자식의 아비가 되고싶지 않았던 비열함이 그를 이민자로 내몰았다. 서연 대신 창녀를 안으면서, 여자의 배에 지폐를 뿌려대면서도 잊지 않고 싶은 것, 포기할 수 없었던 것, 집착했던 것, 비열함도 아니고 좌절도 아닌 어떤 신념과 계획. 한영은 그것을 다시 갖고 싶었다. 그녀의 손을 부여잡고 떠나자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풍선처럼 가볍게 살자고 말하던 그는 몰랐고 서연은 알았던 것. 그것.

 

상처를 기억하고 간직하는 것, 그리하여 그 상처에 온 가슴이 전부 문대질 때까지, 끝끝내 버티는 것. 현주소에조차 온전히 머물지 못함을 아프게 상기하며 그가 내린 결론이라면 저마다의 이유로 남을 여기 이 자리, 현주소에 온전히 머무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 이 페이퍼의 박스글이나 색깔글은 모두 소설 속에서 가져온 인용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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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6-0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님. 나 아이님을 아주 미치게 사랑하고 싶다, 이 한 마디만 하고 갈께요.

아이리시스 2012-06-03 21:53   좋아요 0 | URL
세상에, 너무 격하게 애정하는 댓글 쓰심 댈러웨이님 오해 삽니다ㅋㅋㅋ
제가 여기저기 사랑을 좀 많이 받긴 하지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왔어요. 댈러웨이님 서재에 제 댓글 확인해요. 오랜만에 비밀이에요ㅋㅋㅋ

이진 2012-06-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님 디게 오랜만이다.
아이님 비밀은 뭘까. 아참 그리고 댈러웨이님보다 내가 더 아이님 사랑하는거 알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님 단편 극도로 싫어한다며요, 언젠가 본적 있는거 같은데. 몰입하면 끝난다구 ㅎㅎㅎ 저도 그랬는데, 요샌 단편이 더 좋아요.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지만 간단하게 읽고 읽고 난 후의 그 짧지만 아릿한(?) 여운. 그런게 좋더라구요. 문장도 단편이 더 좋은거 같구.

내 친구도 <혼불> 도저히 읽을게 못된다고 해서 물어봤더니 옆에 사전두고 봐야한다고 ㅋㅋ

아이리시스 2012-06-03 23:10   좋아요 0 | URL
아악, 소이진님 보면 저 꼬마아이 얼굴 떠오르고 소이진님 겹쳐지고 그러면서 막 머리 쓰다듬고 싶어요.(나 나쁜누나 아님-.-) 또 사랑고백 받다니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아람~(지금 음표 찾을라고 다 해봤는데 어딨는지 모르겠음. 여튼 나는 노래중)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응응, 그래요! 난 예전에도 단편을 싫어했어요. 근데 그게 맞아요. 소이진님은 현명한 문학소년^^
국문과 수업 듣는데 시험 쳤었어요. 거기 나오는 어휘의 뜻. 나는 하나하나 읽으며 정리했는데(!) 그거 어휘집이 따로 있더라고요. 덕분에 책은 열심히 읽었는데 쪽지시험은 망했어요. 시험은 역시 꼼수와 요령이 있어야 해요(!!!) 수능 끝나면 소이진님도 꼭 읽어요.(응?) 수능치고나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사랑해요, 소이진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자요.. 안녕.

티티카카 2012-06-04 14:37   좋아요 0 | URL
와우, 굉장히 귀여우시네요 ㅋㅋㅋ두 분 다!

저는 최명희 작가님이 원고를 쓸 때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 같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저 읽기만 해도 힘든데 그런 깊고 무거운 책을 오랜 시간 풀어내려고 애썼던 작가님을 생각하니 끝없는 존경이...!

아이리시스 2012-06-04 16:19   좋아요 0 | URL
히히히 티티카카님 안녕?

소이진님이 귀여운 거예요ㅋㅋㅋ 진짜 귀엽^^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멋지다.. 사실 내용은 잘 기억도 안나는데 책 펴면 적어도 5권까지는 단어마다 뜻이 빽빽하게 적혀있어요. 며느리의 비애.. 저는 그것만 지독하게 떠올라요. 한 권씩 사서 읽었는데 어느새 10권을 사서 모았을 때 뿌듯한 느낌과.. 이제 저 책 다시 뺄 때 티티카카님도 함께 떠오를 것 같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6-04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댓글 달러 왔어요..ㅎㅎㅎ 나 매일 서재에 들어와요. 그런데 맨날 빈 화면 앞에 두고 망설여요.
자꾸 말을 고르는거죠. 뭔가 막힘이 있나봐요. 내 안에.

7번 국도 말예요. 우리는 강원도에서 경주갈 때 그 길로 갔었어요. 진짜 좋았어요. 해가 지는게 아쉬울 정도로...
그리고 대학교 때 남동생하고 둘이서는 기차를 타고 그 해안선을 타고 내려갔었어요. 서울에서 출발해서 강릉에서 하루 묵고 부산에서 하루 묵는 그때 나름으론 꽤 먼 거리의 여행이었죠. 남동생 대학입학 기념 여행. (솔직히 걔는 뭐가 좋았겠어요. 누나랑 단 둘이..ㅋㅋㅋ)
그때 가 본 부산. 고분고분한 서울 말씨 쓰는 저와 남동생은 지하철 안에서도 남포동 떡볶이 집 안에서도 시선을 자주 받았던 기억이, 그래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막 나네요. 여행가고 싶다.

우리 7번 국도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요. 지금 당장!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면서 전 자러 갑니다. 언젠가는...)

아이리시스 2012-06-04 16:25   좋아요 0 | URL
그 길이 그 길 맞나봐요. 그럼 저는 그 국도에서 대판 싸운 기억이........ㅠㅠ 7번 국도.. 리스본 28번 트램 뭐 그런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김연수의 [7번 국도] 그 책 안 읽었는데 보고 싶어지네요. 책은커녕 윤대녕은커녕 차 타고 잠만 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계속 미완성일 것 같아요.

남동생과 여행이라니 저희는 상상할 수도 없는데요ㅋㅋㅋ 오, 고분고분한..그게 바로 제가 부러운 거예요! 서울 가면 저도 시선 자주 받는데ㅋㅋㅋ 다른 이유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번 국도 중간에서 만나야 합니까?! 제가 운전 못하니까 데릴러 와요. 데릴러 와요! (막 이런다)ㅋㅋㅋ

댈러웨이 2012-06-04 21:04   좋아요 0 | URL
윤대녕은 커녕...요? --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ㅠ.ㅠ

아이리시스 2012-06-08 00: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읽긴 읽었어요, 짧으니까요, 댈러웨이님ㅎㅎ
근데 별로 재미가 없..신라와 경주와 여자가 왔다갔다하다가 가버렸어요ㅠㅠ

2012-06-04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4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티티카카 2012-06-0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밤에 이 글을 쓰셨군요 :) 시간의 무게가 더해진 그 밤의 글이 저의 추억까지 환기하네요.
저도 단막극 참 좋아해요. 진부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신인 작가만의 톡톡 튀는 전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재미가 모두 날아가버렸어요. 말씀하신대로 무얼 보더라도 아웃풋이 있어야 하는데, 허무맹랑한 감정의 편린들만 남게되는 것 같아 일체 손을 못 대겠어요. 순수한 재미마저 잃어버린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구요ㅠ;;
파리에서 있었던 사연은 씁쓸하네요. 남들에게는 '쓰잘데기 없는 학과'라고 불려지는 데다 수많은 글쟁이들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게 만드는 학과!!

근데,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아이리시스가 무슨 뜻이죠? 검색해보니까 소설 제목으로 있네요? 아닌감? ㅎㅎ....

아이리시스 2012-06-04 16:31   좋아요 0 | URL
그게..그분 여동생도 같은 학과였어요. 그런데 잡지에디터여서 글과 여행 사이를 하염없이 방황하는 분. 아마 그래서였을 거예요. 잘 아니까! 아님 기분이 나빴겠죠..저도..^^

요즘도 단막극 하는데 자꾸 연속이에요, 4부작 8부작 이렇게요..

irisis 'i'과 'r'과 's'의 조합이 좋아서 창작해낸 거. 뜻은 없어요.하하. 티티카카님이 뜻 만들어주시길^^ 우왓, 소설을 발견하셨어요? 그건 무슨 뜻일까요?!

티티카카 2012-06-04 19:23   좋아요 0 | URL
http://en.wikipedia.org/wiki/The_Well_of_Echoes

소설 제목이 아니라 주인공 이름이었네요. 영어라 막눈이 도졌나보군요 줴길...ㅋ

아이리시스 2012-06-08 00:19   좋아요 0 | URL
위키피디아 가서 봤어요, 티티카카님. 아..두번째 주인공! 주인공의 라이벌이라는데요..저 해석했어요. 너무 신기했거든요. 나 처음 봤어(ㅋㅋㅋ)

2012-06-06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8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