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환스님, 민족사, 2000

내가 찾는 책이 알라딘에 없을 때가 많다. 이 책도 없네.

이 책은 계환 스님이 [법보신문]에 연재해 왔던 "경전산책'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팔만사천법문이 다 소개된 것은 아니고 경전 가운데 마흔 여덟 가지를 소개한 글이다.

마흔 여덟 가지 중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경전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면 불교경전은 정말 무한에 가까운 법문을 품고 있으리라.

경전산책은 각 경전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있으면서도 경전의 유래와 범본과 티벳본 등 여러 이본들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인상깊은 내용이나 요지가 될만한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경전의 제목만 알고 있어 대강의 내용을 알고 싶다거나 현재 자신이 읽고 있는 경전의 유래나 판본들을 간단하게 파악하고 싶다면 이 책이 유용하다.

경전을 읽지 않고, 이 책만 읽는다면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판본에 대한 설명만 빼고 읽으면 이 자체로서도 훌륭한 가르침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미리 경의 이름과 내용에 익숙해져 있다가 다음에 우연히 이 경전들 중의 하나를 만난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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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가능성은 번뇌 속에 있다. 연꽃은 높은 산이나 육지에서는 자라지 않고 낮고 축축한 진흙 속에서 자란다. 이 번뇌의 진흙 속에서 우리는 깨달음의 연꽃을 피워야 한다. 저 허공에 씨를 뿌려보라. 거기에서 싹은 트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번뇌야말로 깨달음을 성취하는 데 더없는 토양이다.---[유마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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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에 걸쳐 [사십이장경]을 읽었다. 책의 두께로 본다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읽으니 그렇게 오래 걸렸다. 게다가 강의중에 법사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바람에 더욱 오래 걸렸고, 결국 강의는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그래서 남은 부분은 혼자 읽었다.

[사십이장경]은 중국에 처음 번역된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아함경]을 비롯한 여러 불교 경전 중에서 수행에 필요한 항목을 발췌하여 엮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흔 두 가지 이야기 중에 섬찟해서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22장의 이야기이다.

부처님께서 말씀 하셨다. "사람이 재물과 여색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마치 칼날에 묻은 꿀과 같다. 그것은 한번 맛보기에도 부족한 것이나 어린 아이가 핥으면 즉시 혀를 베이는 화가 있는 것과 같다."  

칼날에 묻은 꿀이라...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인생의 어떤 일이 재물과 이성을 떠나 존재하겠는가? 경계하지 않으면 그대로 빠져들고야 마는 것이다.

경계하고, 계를 지키고...그러나 내가 먹고 싶어 혀를 들이대어도 그 아래에 칼이 있지 않은 때란 언제란 말인가? 칼로부터의 자유? 꿀로부터의 자유?

공자는 70에 "종심소욕불유구-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것이 자유라 생각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진리와 일치되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진리 안에서 자유롭기만 한 때.

아래는 계환 스님의 [경전산책]의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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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욕으로부터 근심을 낳고/ 근심으로 해서 두려움이 생긴다 / 애욕이 없으면 곧 근심도 없고/ 근심이 없으면 두려움도 사라진다(31장)

마치 큰 불이 모든 것을 태워 버리듯이 끊임없는 정진만이 애욕을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33장에서는 정진도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는 안 되며 거문고를 탈 때와 같이 중도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십이장경]은 불교의 윤리관을 주제로 한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한 경전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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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어머님이 책 한 권을 보여주시며 "이 책을 세 번 읽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친정 어머니도 같은 책을 내게 보여주시며 읽고 싶으면 가지라고 하셨다. 그 책은 [천지팔양경]이었다. [천지팔양경]은 [부모은중경]처럼 위경의 하나이다. 괜스레 위경은 부처님 말씀이 아니고 중국 사람들이 자기 식으로 만든 것 같아 꺼려졌는데, 두 어머니들이 한꺼번에 말씀하시니 읽어보기로 하였다.

내일부터 아침예불을 집에서 드려볼까 여러모로 궁리중이었는데, 이 책은 집을 수리하거나 터를 닦을 때 읽어도 좋다고 하니, 새로 예불 드릴 단(책꽂이 한 줄) 앞에서 읽으면 되겠다 싶어 읽었다. 세 번을 읽어야 한다고?! 

두 번째 읽다가 잠이 들었다. 소리내어-그것도 목탁도 두드리며- 읽다가 잠이 들다니...정신을 차려 다시 읽었다. 세 번을 읽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읽고나니 개운한 맛도 있다.

이 경전은 위경이고, 내용이 집수리나 결혼, 장례 등 실제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우리 어머니들이 좋아하시나 보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해결은 금강경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위경이라 무시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읽을 때도 그렇고, 읽고 나서도 잠이 자꾸 온다. 아, 너무 큰 소리로 읽어 기력을 소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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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

그대들 기쁠 때 가슴 속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들에게 슬픔을 주었음을.

그대들 슬플 때에도 가슴 속을 다시 함번 들여다보라. 그러면 그대들,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이제 울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진정 그대들은 기쁨과 슬픔 사이에 저울처럼 매달려 있다. 그러므로 오직 텅 비어 있을 때에만 그대들은 멈추어 균형을 이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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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대하여

...

그러므로 그대들 친구를 위하여선 최선을 다하라. 그가 그대들의 마음의 조수의 썰물 때를 안다면 밀물 때도 알게 하라.

다만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찾는 친구, 그런 친구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언제나 시간을 살리기 위하여 친구를 찾아라.

그대들의 요구를 만족시킴은 곧 그의 요구도 만족시키는 것, 결코 그대들의 공허를 채우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하여 부드러운 우정 속에 웃음이 깃들이게 하고 기쁨을 나누라.

하찮은 이슬 방울 속에서도 마음은 아침을 찾아내고, 다시 불타오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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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4-2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대들의 아이들은 그대들의 아이가 아니다....그들의 영혼은 ... 내일의 집에 살고 있다..."
 

[감산자전](감산 지음. 대성 옮김, 여시아문, 200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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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죽고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을 듣고 많이 걱정하셨지요?"

어머니가 말했다. "죽고 사는 것이야 정해져 있지. 나 자신도 걱정하지 않는데 자네를 왜 걱정하겠나..."..."자네는 도로써 몸을 잘 가누시고, 내 걱정은 하지 마시게. 이번에도 자네와 오래 헤어지게 되었네. 기쁜 마음으로 가시고, 뒤를 돌아보지 마시게."

나는 천하의 어머니들이 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어찌 단박에 '죽고 사는 마음'을 다하지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를 위해 이러한 명(銘)을 지었다.

어머니와 자식의 정은 자석이 바늘을 끌어당기듯 하지만

타고난 묘한 성품은 본래 그대로 원만히 이루어져 있네.

내가 우리 어머니를 보니, 나무에서 불이 나온 것 같아서

나무는 이미 타 버렸지만 불에는 본래 '나'가 없다네.

살아서도 그리워하지 않고, 죽어서도 모르는 척하시니

이제야 내 몸뚱이야말로 석녀가 낳은 것임을 알겠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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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은 마음이고 분별 없는 것이 지혜이다. 마음에 의지하면 물들게 되고, 지혜에 의지하면 깨끗해진다. 물들면 생사에 윤회하고, 깨끗하면 여러 부처님조차 없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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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나고 죽는 일이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죽음은 금방 닥쳐옵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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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4-2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산 스님 저작 벌써 저도 찾아놓았는데, 이렇게 리스트도 만들어주시다니! 찜합니다~

이누아 2004-04-2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더 알찼을텐데...이런 생각도 들지만 다 읽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리스트부터 먼저 만들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면 더할나위없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