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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도둑 - 이청준의 흙으로 빚은 동화
이청준 지음, 우승우 그림 / 디새집(열림원)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가 자신의 어릴적 자화상과도 같은 4편의 동화를 소개하는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이다. 개막이 고기잡이배의 추억을 그린 숭어도둑, 어릴적 참외,수박,닭서리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야기 서리꾼, 누나를 시집보내는 동생의 애틋한 심정을 그린 봄꽃마중, 옛날 한편의 일기에서 그 시절의 추억을 아련히 떠올리는 일기장 속의 그날. 작가의 말을 빌려서 동화이지 실은 4편의 단편소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작가의 말대로 TV나 텔레비젼이 없던 시대의 놀이 문화, 그런 놀이 문화를 통해 이어져 온 그들의 정서, 어머니 세대를 추억하고 할머니 세대를 그리워할 독특한 공감대가 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갯펄에 일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언덕, 서리꾼을 잡기 위해 헛기침하는 원두막의 노인네, 동네 처녀를 데려가는 신랑을 괴롭히는 동네 총각들, 풀베기로 하나에도 녹아있는 농촌의 풍류. 이제는 옛 영화나 그림속에서나 펼쳐지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표현이 살아있다.
그 시대적 배경만으로 말하자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의 추억이지 나의 어떤 시대적 공감대가 형성될만한 것은 아니다. 물론 서리 이야기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공유하지 못한 글에 대한 공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경험하지 못한, 알지 못하는 지나간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그것은 우리의 유전자속에 단순히 XY 염색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라는 우성 유전자가 시대를 거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