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 춘장대 일몰이 지고
서해, 해안선의 단조로움과 파도가 쉽게 연상되지 않는 바다로 인해 그 동안 한번도 다녀오지 않은 곳이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로 잡은 것은 원래의 계획이 서해를 따라 제주도로 넘어가고자 하는 이유였지만 중간에 제주도 계획이 무산되었다. 고속도로의 정체를 예상하여 이천,안산,예산을 잇는 국도를 거쳐 모세의 기적이 존재한다는 무창포로 향했지만 너무 과도한 인파와 바가지 숙박비로 인해 더 아래에 자리한 춘장대로 옮겨가다. 십만원이 넘는 숙박비를 피해 어느 허름한 식당에 여장을 푼후 바로 바다로 달려가다.
처음 가본 서해 바다의 매력은 갯벌의 생명력과 수평선위로 지는 일몰이 아닌가 싶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과 멀리 들락날락거리는 작은 물결, 갯벌 생물들의 작은 움직임을 무한한 대자연의 생명력처럼 느끼면서 갯벌을 걷다.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위의 일몰과 푸르른 하늘위를 날으는 갈매기, 그것은 차라리 한폭의 그림이었다.

춘장대의 일몰, 바다의 일몰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춘장대 갈매기, 춘장대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2일 - 선운사의 밤, 복분자에 취하고
선운사는 몇년전 동백꽃 축제에 다녀온적이 있다. 그 당시 다 떨어진 동백꽃을 뒤로 아쉽게 돌아섰는데 이번에 다시 고창 선운사를 찾아간 것은 고창에 사는 회사 후배가 대접한다는 복분자의 유혹 때문이었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고창 고인돌 유적과 고즈넉한 산세의 고창 읍성, 그리고 녹음이 묻어나는 선운사의 산책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고창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려는 듯 고창 주변의 친구들을 불러 후배가 가져온 복분자에 기분좋게 취해 잠이 들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고창 고인돌 유적

낙안 읍성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 고창 읍성
3일 - 동해안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리
당초 전라남도 광주에서 합류하기로 한 일행 한명을 대구로 내려오게 하고 전남 담양에서 88고속도로로 접어들다. 막 개이기 시작한 고속도로위로 펼쳐진 푸르른 하늘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 끝이 동해의 푸르른 바다임을 알리려는듯 푸르른 하늘은 끝이 없었다.대구에서 다시 동해로 국도를 접어들어 달렸다. 동해안에서부터 전국일주를 시작한 후배들과 월포 해수욕장에서 합류하여 여장을 풀다.
바닷가에 자리한 앞이 훤히 트인 간이 식당의 인상이 참 좋은 아주머니와 바닷가 특유의 거친 사투리가 묻어나는 아저씨의 넉살속에 바다 음식의 매력에 빠져들다. 나중에는 주인 아저씨까지 합류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밤이 깊어갔다. 간간이 들여오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는 암흑을 저 멀리 밀어내듯 마음속의 어둠을 그렇게 밀어내고 있었다.

동해안의 해안선 풍경 하나
4일 - 7번 국도의 아름다움을 따라 소금강으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해안선에 자리한 7번 국도만큼 아름다운 도로는 없을 것이다. 바닷가를 달리는가 싶으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속을 달리는가 싶으면 어느덧 눈앞에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작년 여름에도 이 길을 마지막으로 달렸고 올해도 마지막 종착지인 소금강을 향해 7번 국도를 달렸다. 몇번을 멈추어서 7번 국도변에 자리한 풍경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며 소금강에 도착하다.
소금강,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 칭하여진다. 소금강 계곡 초입에 자리한 각종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차지한 공간이 자연보다 더 크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숙박객들을 위해 급조한 시설이 아닌 그곳에 뿌리내려 살아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기에 그것은 그냥 자연속에 자리한 사람의 흔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신라시대 왕과 신하들이 포석정에서 물길에 술잔을 떠내려보내며 운치있게 술잔을 돌렸듯이 우리도 계곡속에서 동동주잔을 떠내려보내며 술을 비우곤 7번 국도의 운명과 사람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한 흔적들을 더듬으며 소금강의 밤을 맞았다.

7번 국도변의 풍경 한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