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너의 올 길이 아님을 알고서도 어렵사리 찾아온 길이다만 떠나라. 떠나야 할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듯이 이제는 두손 툭툭 털고 너는 떠나야 할때였다.

계절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할지라도 역행은 그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인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새순의 꿈을 간직한 꽃들의 희망을, 이제 막 겨울잠을 깨어나려던 개구리의 희망을 넌 참 무참히도 짓밟고 마는구나.

그러나 너는 알아야 한다. 너가 온통 하얗게 덮어버린 세상 밑으로 또 다시 꽃들의 희망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떠나라. 춘삼월의 불청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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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김삿갓을 몰라 뵈었군요..
시 아주 좋습니다! 그 어떤 과격한 표현보다도~!

가야할 때가 언제인 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도 춘삼월의 불청객에게 시 한구 절 인용하여 한 마디 외쳐 볼랍니다. ^^

잉크냄새 2004-03-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시 라니요.. 저기 페이퍼 카테고리에 보이듯이 넋두리 랍니다.
 


 

유미 아라키의 코스모스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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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환상적인 분위기네요~ ^^

겨울 2004-03-08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푸른색 코스모스! 갖고 싶어라... 가져갑니다.

잉크냄새 2004-03-0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푸른색이네요... 푸른색 코스모스는... 아마... 없죠?
 
 전출처 : ceylontea > 법정 스님 <버리고 떠나기>

제 Ⅰ 부

개울가에서

   창조적인 삶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내건 간에 가치를 부여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늘 새로운 시작이 없으면 그 무슨 이름을 붙이건 간에 타성의 늪에 갇혀 이내 시들고 만다. 웅덩이에 괸 물은 마침내 썩게 마련. 흐르는 물만이 늘 살아서 만나는 것마다 함께 사는 기능을 한다.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땅에 떨어지는 낙엽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냥 맞이한다. 그것들은 삶 속에 묻혀 지낼 뿐 죽음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때 그곳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산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뿐인데, 그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순간순간 새롭게 발견되어져야 할 훤출한 뜰이다.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한 때일 뿐. 그러니 그 한 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발견되는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제 Ⅱ 부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라

   우리가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삶의 중요한 한 몫이다. 그 소리를 통해서 마음에 평온이 오고 마음이 맑아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소리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곧 자기 내면의 통로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해야 한다.

*   *   *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이 우리를 형성하고 거듭나게 한다. 이 한 순간 한 순간이 깨어 있는 영원한 삶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삶이라 할지라도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부질없이 낭비하고 말것이다.

 

제 Ⅳ 부

여기 바로 이 자리

   무슨 일이든지 흥미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는 일이 기쁨이 됩니다.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무엇이 되기위해서 해서는 안됩니다. 좋아서 하는 일은 그대로 충만된 삶입니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라면 그건 흥미가 아니고 야심입니다. 야심에는 기쁨이 없고 고통이 따릅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우주의 커다란 생명력의 작용과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개체인 내 자신이 어떤 일을 통해서 전체인 우주로 합일되어야 합니다. 둘이 아닌 법(不二法)이란 이를 가리킵니다. 이와 같이 되면 어깨를 활짝 펴고 삶의 한복판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제 Ⅴ 부

운판 이야기

   우리가 참으로 남의 말을 들으려면, 무엇으로도 거르지 않고 허심탄회한 빈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이름이나 개념에 옭아매지 않고, 말의 그물에 가두지 않고, 어떤 취향이나 편견을 보탬이 없이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물의 실상과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식할 수 있다.

 

버리고 떠나기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한 생각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나는 일은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되풀이로 찌들고 퇴색해 가는 일상적인 범속한 삶에서 뛰쳐나오려면, 나무들이 달고 있던 잎을 미련없이 떨쳐버리는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인생을 낭비한 죄 

   삶이란 누구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몸소 귀기울여 들으면서 순간순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삶은 영원히 새로운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은 저마다의 삶에 책임이 있다.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끝없는 관심을 가지고 낱낱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당하게 살려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에 책임을 진다.

 

그 일이 그 사람을 만든다.

   우리가 체면이나 인습, 혹은 전통의 굴레에 갇히게 되면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기약이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전통과 인습의 늪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끝없이 시험하고 훈련하고 인식하면서 형성되어 간다. 삶은 끊임없이 거듭거듭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의 순간마다 무엇이 되어가는 삶을 산다.

 

햇차를 들면서

   행복의 조건은 우리들 일상의 여기저기에 무수히 널려 있다. 그걸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된다.

   분수 밖의 큰 것과 많은 것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그는 늘 목말라 할 것이다. 물 속에 있으면서 목말라 하는 어리석음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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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3-0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의 충실하고 조화로운 삶이 떠오르네요.
 

달빛을 쫓는 사람... 이라는 책에 나온 그림을 스캔한 것이죠. 제가 원래 이런짓 잘 안하는데.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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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3-0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빛을 쫓는 사람이라...나도 어릴적 한때 무지개의 끝을 따라간적이 있는데...참 동화적이고 포근한 느낌이다.

갈대 2004-03-0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을 보고 중력을 생각하다니... 저는 어쩔수 없나 봅니다^^;

비로그인 2004-03-05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달을 잡으려고 쫓아간적이 있었어요. 다가가면 더 가까워져야하는데, 다가갈수록 그만큼 멀어져서 무척 슬펐더랍니다. ^^

잉크냄새 2004-03-05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생초 편지에서 황대권씨가 야생초의 세계에 눈을 뜨듯 우리도 자신만의 또 다른 하나의 세상에 눈을 뜰수도 있을겁니다. 달, 별, 무지개...

2004-03-17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든 자연에는 생기를 주고 지속시킬 뿐 '죽음의 원칙'은 없다. 그 전체를 통해 자연은 모든 형태와 변화물을 나타내는 생명이다. 의심할 바 없이 특별한 현상의 소멸은 있으나, 가장 약하고 작은 것에서조차 절대적이고 완전한 죽음은 없는 광대하고 무한한 생명체이다. 죽음처럼 보이는 것은, 이제 막 새로 시작하려는 생명의 상징이자 징표이다. 죽음과 삶은 더 높은 형태로 가고자 하는 생명 자체의 싸움인 것이다.

- 브제레가르드의 < 위대한 어머니>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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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분아저씨 2004-03-25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잘 죽기위한 치열한 몸부림 혹은 가열한 다스림으로 깨어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