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내게 와서

                                                         -강영환

 

풀밭에 누웠더니 벌 한마리가 귓가에 와 멤돈다 꿀을 만드는데 내게서 가져갈 게 있는지 쫓아 내어도 윙윙 소리내어 멤돈다 심하게 쫓다가 침 맞을까하여 가만히 있었더니 귓볼에 내려앉아 살그머니 귓속말 한마디 일러 주고 떠난다 나는 그 말을 차마 여기 옮길 수가 없다 나는 그간 침 맞을 짓을 얼마나 했는지 알 수가 없으므로 벌이 내게 와서 일러 준 말 입을 다문다

 

>>같이 사는 남자는 이 시집을 1995년에 샀군요. 그리고 저는 2006년에야 처음으로 강영환의 산문시집의 문을 엽니다. 말벌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창가에서 떠나질 않고 돌진하며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빚쟁이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았어요. 사람이 온몸으로 돌진하여 부딪치면 얼마만큼의 소리가 날까요. 근데 아무리 문을 열어놓아도 이 녀석 나가질 않네요. 그러더니 어느 사이 사라졌어요. 또 나타나면 어쩐다지요. 시인들도 참 뻥쟁이들이잖아요. 벌이 귓볼에 내려앉다니요. 그 윙윙거림을 어떻게 참지. 모기도 아니고. 그나저나 벌이 시인에게 뭐라 했길래 차마 옮길 수도 없는 말을 시로 썼을까. 뭐라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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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8-2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너 사람이지?
2. 너는 꿀도 없냐?
3. 꿀도 없는 게 사람이야.

너무 꿀꿀한가.

물만두 2006-08-2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불면 쏜다!

돌바람 2006-08-2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킥킥.

비자림 2006-08-2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 덩치 큰 친구!
혹시...내 여자친구 못봤어?
이쪽으로 왔는데?

비로그인 2006-08-2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러게 뭐라고 했을까요
어쨌든 시인들이 뻥쟁이라는데 새삼스럽게 공감.
(이렇게 오랜만에 또 인사 전하고 갑니다..^^)

비자림 2006-08-2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잉크냄새님, 안녕하세요?
전 그만.. 돌바람님 서재인 줄 알고 쫑알거리고 갔네요. 이제야 보니..
처음 와서 인사도 없이 죄송하와요.^^ 근데 이게 무슨 조화다냐????

파란여우 2006-08-2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돌맹이님 서잰줄 알고 지원이가 벌쐤어? 하고 물어보려더니 지붕이...지붕이...
그러니까 내 앵벌이 여기로 도망쳐 왔구만!
아, 요새 앵벌이넘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울보 2006-08-2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돌바람님 서재인줄 알고 반가워서 얼른 달려왔는데,
그나저나 어쨌든 반갑습니다,

이누아 2006-08-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삼촌이 전업으로 벌을 치신 적이 있어요. 아카시아 나무가 많은 우리집 근처까지 오시면 산에 천막을 치고, 벌을 쳐요. 저는 그 천막에서 잔 본 적도 있어요. 살면서 벌에 두 번 물려 봤지만 그래도 벌이 무섭지 않은 건 그때 벌들과 함께 지낸 탓인지도. 손바닥에 벌을 올려 놓으면 내려 앉지 않고 손바닥 위에서만 맴돌아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들어요.^^ 돌바람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꿀도 없으면서, 아무 것도 빼앗아 가지도 않을 건데, 왜 그리 벌을 못마땅해 할까요? 벌은 관심도 없는데, 그냥 지나는 길인데. 위협하지만 않으면 되는데.

잉크냄새 2006-08-2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 아, 역시나 한바탕 삐쳐버리는것이 효과가 큽니다. 몇군데 더 돌아다녀봐야겠어요. 시보다 더 멋진 님의 감상평까지 곁들여주시다니, 이거 영광무지로소이다.
물만두님/역시 추리의 귀재다우시네요.^^
비자림님/저도 제 서재인줄 님 댓글을 보고 알았어요. 반가워요.
사야님/시인들이 뻥쟁이이기는 한데, 그 뻥이 하도 시적이니 시인이겠죠. 제가 그렇게 뻥을 치면 단순 뻥이고요.ㅎㅎ
여우님/아니, 여우님마저 헷갈리시면 어떻게 합니꽈!! 여우님 서재로도 한바탕 삐치러 갈랍니다. 그러기 전에 어여어여~~
울보님/ㅎㅎ 저도 제 페이퍼를 열기가 처음이니 헷갈리네요.^^
이누아님/전 절벽위에서 벌집을 쑤시고 그 아래로 다이빙을 시도했는데...그만 배치기를 해서 물위에 두둥실 떠오르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 댓글, 이누아님의 해석은 역시나 싶습니다.^^

이누아 2006-08-2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늘상 벌에게서 꿀을 훔쳐가니, 아마도 사람들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벌만 보면 벌받을까 떨게 되나 봐요. 벌을 치는 걸 보면 벌들이 가여워요. 얼마나 열심히 꿀을 모아 오는지, 얼마나 한방에 그 꿀들을 앗아가는지...혹시 그 귀속말, "내 꿀 내 놔" 아닐까요? 그런 애들 집을 왜 쑤시고 다니세요?^^

잉크냄새 2006-08-3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심하게 반성하고 있어요. 괜한 객기의 표시였겠지요.^^ 벌의 말은 아마도 " 뭐, 이 생명은 향기도 없어~~~" 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