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태
- 강 세환 -
어머니는 덕장 밑에 있었다.
시린 손으로 아가미 꺼내고
명태 뱃속에서
창난 명란 곤지를 뜯어낸다.
명태 배때기 가르는 어머니
머리 어깨 위에 내리는
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값비싼 명란은 주인 몫으로 두고
밤새도록 꺼내놓은 창난 곤지를
품삯으로 받아 머리에 이고
새벽길 눈을 밟으며 돌아온다.
밤새 쌓인 눈이 환하게 길 밝혀주는
그 길 따라 노동의 밤 저쪽에서
새벽 사이 어둠을 밀치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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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명태 할복장으로 가곤했다. 희미한 백열등 아래 조그만 모닥불을 피워놓고 언 손을 녹여가며 명태 배때기를 가르는 어머니를 바라보다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나도 명태 배때기를 가르곤 했다. 몇백마리 배때기 가르는 것 도와드릴테니 일찍 들어가시라고 약속하고 서투른 칼질을 해대곤 했다. 살을 에는 추위와 비릿한 비린내와 괜한 짜증에 골이 나서 휘두른 칼날에 명태 배때기는 곱게 갈리지 못하고 얼기설기 난도질되곤 했다. 대관령 황태덕장에서 석달 열흘을 얼었다 풀렸다 할 운명인 명태는 얼기설기 찢어진 배를 움켜쥐고 멍한 눈을 들어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