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의 주민등록증에 나온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된 분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분과의 통화가 끝난후 나조차도 주민등록증상의 모습이 궁금하여 살펴보니 99년도의 사진이다. 플라스틱으로의 주민등록증 갱신이 있었던 그해 관청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손에 주민등록증을 들고 겨울앞에 서니 5년이란 세월의 주름이 느껴졌다. 사진과 거울을 번갈아보며 한참을 피식거리며 웃었다.

사실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볼일은 별로 없는것 같다. 경찰에게 신분증 제출을 요구받기 전에야 지갑속에서 묵묵히 눌러앉아 있어야 할 운명인게다.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그해의 나의 모습에서 현재의 나를 언뜻 떠올렸을 그분을 생각했다.  멀리 떨어져 있건만 거짓말을 한 기분이었다. 아마도 눈가에 슬슬 자리잡기한 잔주름과  탱탱함을 잃어버린 피부를 추가해야할것 같다.

처음 주민등록증을 만든 것은 고등학교 때이다. 처음이라는 기대감과 왠지 모를 두려움에 안절부절하면서도 사진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미소를 짓는 학생의 사진이었다. 두번째로 갱신한것은 군대제대 이후이다. 주민등록증 뒷면에 병역필을 찍기 위해 재발급받을 당시의 사진은 반공방첩(?)으로 중무장한 스포츠머리의 아직 군기가 시들지 않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99년, 그냥 무덤덤한 표정의 사내가 덩그러니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히딩크는 오대영의 오명에서 벗어나서 대한민국 국민의 엔돌핀을 극대화한 공로로 기쁠 희씨의 원조가 되는데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무덤덤한 표정이후의 5년, 나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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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1-1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글 읽고 제 주민등록증을 꺼내 봅니다.

2000년에 만들었는데, 사진은 97년 사진을 썼답니다.

짝짝이 눈에, 넘치는 살, 네모난 얼굴... 저 사진 찍을때 상황이 참 암울했는데....

그나저나 주소변경도 한번 안하고, 참 오랫동안 이집에 살았군요..

stella.K 2004-11-1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정말 재밌네요. 제 주민등록증 사진도 만만치 않습니다. ㅋㅋ. 전 처음 주민등록증 만들라고 했을 때 만감이 교차가 되던데...좋기도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로만 살 수 없다는 뭔가를 건넌 느낌. 어렸을 땐 어른이 되지 못해 안달냈지만, 확실히 어른이 된다는 건 거추장스러운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파란여우 2004-11-18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님하고 비슷한 소재의 페이퍼를 올렸군요....아이, 좋아라^^. 전 그래도 제임스 딘 보다는 님이 훨씬 잘 생겼을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4-11-1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서재지인들 다들 모여서 민증 한번 까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리고 제임스 딘 하니까 생각나는데 학교다닐때 학생증 코팅 밑으로 칼집내서 그 당시 잘나가던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제임스 딘 등등의 사진을 넣고 다니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hanicare 2004-11-19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거짓말도 잘하지만 냉혹하도록 정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일년이상이 지난 사진을 볼 때입니다.

진주 2004-11-1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라이카님과 저는 정반대로 제 주소란은 그득 넘치려고 하는군요^^

주소란이 모자라면 다시 갱신하게 되는 건가요?

다시 갱신할 때는 예쁘게 나온 사진을 올려야겠어요.

지금 사진은 아플때 찍어서 유령같아 보여요. 눈밑이 거무스레하고 창백한......

잉크냄새 2004-11-1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님 반갑습니다. 일년이상이 지난 사진을 한번더 보아야할것 같군요. 찬미님, 전 딱 한번 주소지가 바뀐걸로 적혀있네요. 예쁘게 나온 사진도 좋지만 젊을때의 사진이 더 좋지 않나요.^^

stella.K 2004-11-1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파란 여우님 뭡니까? 제임스 딘 보다는 님이 훨씬 잘 생겼을것 같다더니, 잉크님 사진 봤다는 거 다 뻥이지 않습니까? 미워욧! >.<;;

ceylontea 2004-11-1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제 주민증을 봤어요... 사진이 뭉개져 있더군요... ㅠ.ㅜ

그 주민증 만들 때보다 더 예전 사진을 사용해서... 젊었던 나의 모습... 그 시절이 그리워요... 머.. 지금도 좋아요.. 그 시절이 그리운건.. 날씬했던(?) 나의 몸과 건강이랍니다.. ^^

잉크냄새 2004-11-1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 그거 보세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

실론티님 / 저도 그 시절이 그리운건 빵빵했던(?) 몸과 건강이랍니다.^^

미네르바 2004-11-19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강렬하게... 심하게^^ 잉크냄새님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반공방첩으로 중무장한 스포츠 머리의 새파란 청년의 사진을...^^ 그리고 제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도 봐야겠어요. 그런데, 하니케어님 글처럼 정말 사진은 냉혹하도록 거짓말을 못하더군요. 특히나 증명사진은... 그래서 증명사진 같은 것은 찍기 싫지요.

잉크냄새 2004-11-2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때 사진 보시면 경찰서에 신고하실겁니다. ^^

stella.K 2004-11-2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욧. 그래도 사진 보여주세요. 제임스 딘이 더 잘 생겼는지, 님이 더 잘 생겼는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어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