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위태위태하던 외주업체가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이미 기사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작은 마지막 희망을 쉽사리 놓을수가 없었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버텨보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어제 저녁부터 우리 회사 자산으로 등록된 장비며 자재등을 긴급 회수하는 작업을 하였다. 을씬년스럽기마저한 가을 저녁이 더욱 암울했다.
사장님과는 오랫동안 일을 한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떠나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누구보다 맑은 얼굴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그토록 인상적이었다. 10년이 훨씬 연상인 그가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리며 어깨를 두드리곤 했다. 그는 최소한 장삿꾼은 아니었다. 외주업체를 관리하며 만나는 사장중에는 유독 장삿속이 보여 얄미운 사람이 있고 작은 업체지만 경영인으로서의 기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있었다. 내가 보는 그는 적어도 꿈이 있는 경영인이었다.
문득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을까, 날개가 있다면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만큼은 아니다. 일단 추락하기 시작하는 모든 사물은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치고 마는것 같다. 처절한 작은 날개짓은 그 속도를 잠시 늦출뿐 만유인력의 법칙은 날개의 유무를 가리지는 않는다. 다만 날개가 있다는 것은 바닥까지 떨어진후 다시 비상할수 있는냐 없느냐의 문제인것 같다.
모두가 빠져나와 텅빈 그곳에, 차압 딱지가 선혈처럼 붙어있을 그곳에 그는 홀로 서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주어진 운명이라면 좌절하지 말고 다시 박차고 일어나기를 바란다. 극단적인 유혹속에 꿈의 뿌리를 뽑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샘물은 바위의 상처에서 나오고 진주는 조개의 상처에서 나온다. 허울좋은 말뿐인 표현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그와 다시 고운 꿈으로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