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위태위태하던 외주업체가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이미 기사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작은 마지막 희망을 쉽사리 놓을수가 없었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버텨보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어제 저녁부터 우리 회사 자산으로 등록된 장비며 자재등을 긴급 회수하는 작업을 하였다. 을씬년스럽기마저한 가을 저녁이 더욱 암울했다.

사장님과는 오랫동안 일을 한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떠나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누구보다 맑은 얼굴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그토록 인상적이었다. 10년이 훨씬 연상인 그가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리며 어깨를 두드리곤 했다.  그는 최소한 장삿꾼은 아니었다. 외주업체를 관리하며 만나는 사장중에는 유독 장삿속이 보여 얄미운 사람이 있고 작은 업체지만 경영인으로서의 기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있었다. 내가 보는 그는 적어도 꿈이 있는 경영인이었다.

문득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을까, 날개가 있다면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만큼은 아니다. 일단 추락하기 시작하는 모든 사물은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치고 마는것 같다. 처절한 작은 날개짓은 그 속도를 잠시 늦출뿐 만유인력의 법칙은 날개의 유무를 가리지는 않는다. 다만 날개가 있다는 것은 바닥까지 떨어진후 다시 비상할수 있는냐 없느냐의 문제인것 같다.

모두가 빠져나와 텅빈 그곳에, 차압 딱지가 선혈처럼 붙어있을 그곳에 그는 홀로 서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주어진 운명이라면 좌절하지 말고 다시 박차고 일어나기를 바란다. 극단적인 유혹속에 꿈의 뿌리를 뽑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샘물은 바위의 상처에서 나오고 진주는 조개의 상처에서 나온다. 허울좋은 말뿐인 표현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그와 다시 고운 꿈으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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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0-2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문열이 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소설이 있었지요.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손창민과 강수연의 주연으로 기억하는데요. 거기 보니까 추락하는 것은 날개를 다쳐서 날 수없던데요. 그래서 전 좀 실망했죠. 결국 추락은 추락으로 끝나고 바닥을 쳐야 다시 부시시 일어나는 것이지 상실한 날개옷을 찾는것은 아니더라구요. 날개옷을 찾으려면 꽤 많은 시간과 수고가 다시 따르더군요. 그분에게 고난이 온 것은 마음 아프지만 잉크님 말처럼 샘물은 바위의 상처에서 나옴을 잊지 않고 사셨으면 싶어요. 아, 왜 이렇게 세상이 점점 더 거칠고 힘들어 가는지 속상합니다.

chika 2004-10-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구병님 말씀대로 '모든 사람의 마음에 살이 오르는 따뜻한 겨울을 맞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로드무비 2004-10-2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시일 내 잉크냄새 님이 그와 다시 고운 꿈으로 만나길 간절히 빌어 봅니다.

stella.K 2004-10-2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 사람이 좋은 사람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님과 그 사장님과 좋은 관계로 만나 같이 계속 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분 꼭 재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님도 그분과 다시 일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길 바래요. 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힘내십시오.^^

잉크냄새 2004-10-2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의 따뜻한 글을 그분이 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언젠가 다시 고운 향기를 피울수 있으리라 봅니다.

sweetmagic 2004-10-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그님 ...두 분 모두 모두 화이팅 !!

Laika 2004-10-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가을의 쓸쓸한 풍경이군요, 잉크님의 마음도 쓸쓸하셨겠네요... 꿈이 있는 모든이가 노력하는 모든 이가 성공했으면 바래봅니다.

icaru 2004-10-2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닥이란....치고 올라가라고 있는 것일터...라고 믿고 싶습니다...

잘 읽었어요...

잉크냄새 2004-10-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가을 꿈이 있는 모든 이가 화이팅하고 성공했으면 합니다.
바닥은 치고 올라가라고 존재한다는 그 믿음 저도 그리 생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