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저편에 있던 기억 한조각이 불현듯 다가오는 때가 있다. 그것이 잊지못할 추억이라는 이름이라도 품고 있다면 그려러니 하겠지만 전혀 쌩뚱맞은 기억이라면 그 기억 자체가 궁금해지곤 한다. 도대체 발자국 한걸음도 찍지 않은, 손길 한번 쓰다듬지 않은 장소가 이토록 강렬하게 떠오르다니. 수구지심이란 사자성어에 홀린듯 차를 끌고 다녀온 곳은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다.
<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치앙마이님 >
사실 배다리 골목은 한치의 기억도 없던 곳은 아니다. 대학을 버스로 등하교하던 시절, 동인천을 휘감듯 돌아다니던 41번 버스의 창밖으로 골목 언저리가 잠시 스치듯 보이던 곳이었고, 배다리의 '배'자가 주는 인상은 어촌 출신인 나에게 향수처럼 스며들곤 하여 그곳을 지나며 배다리 표지판이 보이면 나도 몰래 "배~~"하고 길게 읊조리고 하였다. 그렇게 잦아들던 기억이 알라딘에서 인천과 헌책방에 인연이 깊으신 된장님과 파란여우님의 페이퍼를 통하여 다시 표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내가 가진 기억외에 <아벨서점>으로 대표되는 헌책방의 기억이 더하여진 것이다. 더하여진 것이 아니라 헌책방의 기억은 내 기억위에 무의식적으로 각색된 것이다.
<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치앙마이님>
고즈넉하고 적막했다. 아벨서점을 필두로 한손가락에 꼽히는 정도의 헌책방만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원래의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산업화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풍경인지는 알수 없었다. 어쩌면 아벨서점에 붙어있던 산업도로 관련 글들이 주는 이미지와 다른 기억속의 배다리에 얹혀진 각색된 또 다른 기억의 과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골목 이곳저곳을 한참을 걷다 아벨서점으로 향하였다. 오래된 책과 자그만한 공간이 풍기는 향기속에서 2시간여를 서성거렸다. 삼십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곳 서점 이 자리에서 누군가 또 그렇게 서성거렸을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장 그르니에의 <섬><까뮈를 추억함>를 들고 돌아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