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눈물 - 문학으로 읽는 아시아 문제 팔레스타인
수아드 아마리 외 지음, 자카리아 모하메드 엮음, 오수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동네의 서글픈 일이랍니다. 물질적인 삶의 질은 높지 않지만 나름 만족하며 사는 삶이었지요. 어느 날 1)안개가 무지하게 끼고 비가 많이 내리는 마을에 사는 녀석이 2)동네 패싸움에 가담하는 길에 우리집 앞마당을 지나야 한다며 패싸움이 끝난후 마당은 물론 자기 땅이라 우기던 지역의 마당확장까지 협력해 준다는 조건으로 3)종이조각을 하나 들고 왔더군요. 뭐, 동네 패싸움에 관심도 없던지라 솔깃하여 싸인을 했죠. 좀더 검토하고 그들의 속내를 짐작하지 못한 우리의 실수일수도 있지만 그들이 신의를 저버린건 더 큰 문제죠. 글쎄, 안개처럼 음습한 그넘들이 4)천년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던 양아치에게 5)이중계약을 한겁니다.  패싸움이 끝난후 양아치들은 동네 곳곳에 있던 떨거지들을 규합하며 우리 앞마당으로 들어오더군요. 6)몇몇 뜻있는 동네사람들과 힘을 합쳐 7)항의해 보았지만 원래 저속한 세상의 이치는 이면계약이 힘을 발휘하는지라 항의는 불발되었고, 탄력받은 양아치들은 8)자기 마당인양 줄을 긋고 억압을 하더군요. 뭐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항의 당시 마당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은 마당에 들어올수가 없다나요. 더 억울한건 대문에 양아치들을 배치하여 마당으로의 진입 자체를 막더니 얼마간 마당에 들어오지 않는 마당의 소유권은 자기들에게 있다고 하네요. 이건 아니다 싶어 9)동네 전체 모임 안건에 의제를 제시했지만 대다수 선량한 동네 주민들의 뜻과는 다르게 양아치와 호형호제하는 10)조폭 출신들에게 가로막혀있는 상태입니다. 가끔 어린애들이 그 금을 지울라치면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대고 좀 철좀 들었다 싶은 청년들이 지울라치면 동네방네에 유언비어를 터트려 마치 자신의 것을 빼앗는 11)파렴치한으로 만들더군요. 아직 저희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어쩌면 희망도 사치일지는 모르지만 사랑방 한구석에서 정신분열에, 절망에 빠진 가족들을 다독여 그 금을 지우고 마당 한켠에 각종 꽃을 심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주석)
1) 영국
2) 1차 세계 대전
3) 후세인-맥마흔 서신
4) 유대인
5) 밸푸어 선언
6) 아랍국가
7) 1948 전쟁
8) 부재자 재산법
9) UN / 안전보장이사회
10) 미국
11) 테러범

팔레스타인 작가들이 말하는 그들의 희망과 절망과 자아상실과 자아분열에 대한 글입니다. 그들이 결코 그 끝자락을 놓을수 없는 판도라 상자속의 희망은 필연적으로 상응하는 절망과 상실을 품고 있나 봅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글에서 왜 그리 끝없는 절망과 처절한 상실감을 느껴야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아마 절실한 희망은 절박한 절망으로부터 나오는 진리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본 사진 한장이 생각나네요. 이스라엘 탱크를 향해 고사리 손에 든 조약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 소년의 사진이죠. 지금은 어엿한 청년이 되어있겠죠. 어떤 꿈을 꿀까요. 아마 악몽이 아닐까 싶군요. 그 작고 따스한 고사리 손과 가슴을 향해 차가운 총탄을 퍼부은 이스라엘을 보면서 자라난 청년이 지금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속칭 테러군요. 물론 그 울분을 표현하는 방법의 정당성 측면에서 결코 자유로울수는 없겠지만 내던질 것이 목숨뿐이라는 사실에는 한번쯤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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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리뷰가 올라왔네요 :) 반갑게 잘 읽고 갑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한 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안 연후에... 그때야 비로소 하느님이 움직인다고 말들 하더군요.
극과극은 통한다고, 절망의 끝에 희망이 있지요.
죽음을 밟고 서있는 게 삶인 것처럼요...

춤추는인생. 2007-04-23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실한 희망을 절박한 절망에서 나온다는말은 아주 공감되는 표현이네요.
예전 낙안읍성의 글이였던가요? 땅콩사세요를 외치던 그 소녀에게 소녀여! 꿈을 꾸어요. 꿈을 잊지 말아요 라고 말씀하셨듯 . 저역시 어딘가에 있는 그 청년에게 아름다운 꿈을 놓치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잉크냄새님의 글속에 묻어나는 따뜻한 시선이 저는 참 좋아요.^^

은비뫼 2007-04-23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의 서평 읽으니 좋네요. ^^
내던질 것은 목숨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프레이야 2007-04-23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을 지우고 마당 한 켠에 꽃을 심는 기대, 그런 걸 희망이라고 부르겠지요.
님의 온기가 느껴지는 담담한 글이 참 좋습니다.^^

icaru 2007-04-2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쓰신 다른 리뷰들과 어투가 달라서~ 좀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잘 읽었구요.
그들이 물질적인 삶의 질은 높지 않지만 나름 만족하며 사는 그 삶을 어서 되찾기를 저 또한 희망합니다!

잉크냄새 2007-04-2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진정 절망의 끝에 희망이 있던가요. 가끔은 어설픈 희망이 더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가슴만큼은 그 희망함을 향하여 나아가야겠지요.
춤인생님 / 와, 그 옛날의 페이퍼를 찾아 읽어주시고 여기에 인용을 하시다니.아마 2004년 페이퍼 같은데요.^^ 감격입니다. 그래요, 절박한 상황에서 희망을 찾는 행위가 때론 가진자의 위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눈엔 분명 희망이 보일겁니다.
은비뫼님 / 예전 예이츠의 하늘의 융단이라는 시에도 나오죠. "내 가난하여 가진것 오직 꿈뿐이라 그대 발밑에 내 꿈 깔았으니...." 그들이 가진것이 오직 목숨뿐이라...
배혜경님 / 우리가 희망이라 부르는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망은 귀천이 없음을. 어느것 하나 무시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카루님 / 가끔 존대로 쓰기도 한다구요. 그들이 다른 누구의 모습도 아닌 그들 스스로의 삶의 모습을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우리가 우리 삶의 모습을 바라듯이.

파란여우 2007-04-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별일이야요. 잉끼냄새님이 이런 책을 다 읽으시다니!
난 또 서정적 시인의 발광체를 최대한 부풀린 요즘이신가 여기고 있었는데...

가난, 전쟁, 추방자, 이주 노동자... 다 열거 할 수 없는 고통이 지구에 있습니다.
제 팔이 아픈것도 고통스러워요.
언능 로또가 대박나야 할텐데....쯥!@.@

잉크냄새 2007-04-2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아시면서요. 전 잡다하게 읽는 습성이라는 것을. 다만 지식이 짧아 이런 류의 책 리뷰는 손이 잘 가지 않죠. 고통을 체화하지 않고 희망을 말한다는 것이 좀 위험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싶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