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과 북극곰 - 북극과 남극에 대한 시원하고 멋진 안내서
얼리샤 클레페이스 지음, 그레이스 헬머 그림, 김아림 옮김 / 생각의집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땐 펭귄과 북극곰이 한곳에 사는 줄로만 알았다가 펭귄은 남극에서만 산다는 걸 알던 날 얼마나 놀라웠던지요. 북극에 사는 북극곰과 남극에 사는 펭귄을 중심으로 지구의 끝 북극과 남극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어린이책 <펭귄과 북극곰>.


눈과 얼음이 뒤덮은 땅, 북극과 남극. 눈이 부실만큼 새하얀 풍경을 다큐멘터리로 접하면 경이로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북극과 남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빙하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얼음의 90퍼센트가 남극 빙붕에 있다고 해요. 남극은 왠지 낮은 땅처럼 생각되지만 평균 고도가 약 2,500미터인 엄청 높은 곳에 자리한 대륙이라는 것도 이 책으로 배웠습니다. 북극은 신기하게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민물의 약 20퍼센트가 이곳에 있다고 합니다.


바다에 뜬 빙산을 해빙이라고 부르는데 빙하가 녹고 있다는 소식, 심심찮게 듣고 있죠. 빙하마저도 녹이고 있는 기후변화의 심각성. 어떤 악순환이 생기는지 <펭귄과 북극곰>에서 자세히 알 수 있어요.


남극과 북극은 얼마나 추울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기온이 기록된 곳은 남극이라고 해요. 얼핏 보면 북극이 더 추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니었군요. 1983년 무려 영하 89.2도를 기록했다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데 북극의 여러 지역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 이누이트족은 영하 50도 이내는 바깥 활동을 충분히 하는 기온으로 여긴다니 놀랍습니다. 많은 원주민 부족들의 생활과 문화를 알 수 있습니다.


극한 환경에서는 갖춰야 할 것도 많지요. 제대로 된 장비와 준비물이 필수입니다. 오늘날 극지방 탐험가들이 가져가는 식량은 동결 건조 제품이 많다고 해요. 지독하게 춥고 바람이 많은 날씨에도 편안하게 탐험할 수 있으려면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보여줍니다.


지구의 끝을 탐험한 용기 있는 탐험가들의 이야기, 총 29개국에서 운영하는 70곳의 영구적인 연구기지가 있는 남극 연구기지의 모습, 연구자들의 일을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놀랄 만큼 대단한 빛의 장관을 보여 주는 오로라가 펼쳐지는 남극과 북극. 극지방의 환경에 대해서도 알차게 소개되어 있어요. 생물이 살기 어려운 서식지처럼 보여도 야생동물도 무척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추운 곳에 사는 동물들은 어떻게 추위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지 신기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추운 곳이지만 식물도 살아갑니다. 극지방 식물들은 어떻게 뿌리내려 자라는지 독특한 방식을 만날 수 있어요. 혀를 내두를 만큼 추위에 대비하는 식물들의 생존 전략이 대단합니다. 의외로 알록달록 선명한 색을 띠는 식물들이 많아 신기했어요.


극지방으로의 흥미진진한 여행 <펭귄과 북극곰>. 각자의 서식에서 사는 동식물들의 경이로움, 그곳에서 살아가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멋진 세계를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표지 안쪽에 해빙이 녹은 곳에 머무른 북극곰과 펭귄을 배치한 건 정말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게 이 그림에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극지방 세계를 구석구석 탐험할 수 있는 <펭귄과 북극곰>. 생각의집 출판사의 <세상의 모든 고래>와 함께 읽기 좋은 지식 정보 그림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 '영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다니.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의 두 번째 에세이집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매우 종교적인 무신앙인이다."라고 했듯 이 책의 영혼은 유령 같은 영혼이 아니라 과학이 품고 있는 좋은 의미에서의 시적 감수성을 사랑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의 경이로움을 나타내는 '영혼'입니다.


에세이, 연설, 신문, 잡지 등에 실린 기사 41편이 수록된 <영혼이 숨 쉬는 과학>. 과학 그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학의 가치관, 과학의 역사, 과학이 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리처드 도킨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논쟁, 미래 예측, 풍자와 유머, 개인적인 슬픔이 담긴 글들이 어우러져 그동안 읽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약 30년에 걸친 글들이 모여있지만 낡은 글이 아닌 생생한 느낌이 나는 건 새롭게 덧붙인 주석과 후기 뿐만 아니라 그가 건드린 이슈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지혜로 가득하기 때문일 겁니다. 난해한 과학을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드는 데 헌신하면서도 결코 과학의 수준을 낮추지는 않은 리처드 도킨스. 도킨스의 면면을 보여주는 41편의 글로 만나보세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과학철학에 관한 발언으로 시작합니다. 1997년 옥스퍼드 앰네스티 강연의 글은 자연의 사실을 이용해 어떤 정치나 도덕을 이끌어내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의 가치관, 가치관의 과학이 드러납니다. 지조 없는 포퓰리즘 과학을 경계하며 과학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들려줍니다. 그 이후엔 실행된 과학에 초점을 맞춥니다. 과학적 사실로 확립된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확장되는지 다윈의 이론으로 보여줍니다.


시사적인 이슈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빠질 수 없죠. 특히 종교와의 관계에서 말입니다. "내 분야에 대해 발언할 자격이 없다"라는 말처럼 조목조목 짚어가며 당당히 말하는 도킨스의 모습이 대단해 보여서 그의 책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저지하려는 행정 시도 앞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교육자들을 변호하기 위해 즉석에서 한 강연의 글이 실려있습니다. 바로 '앨라배마의 끼워 넣은 문서' 사건입니다. 그야말로 리처드 도킨스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글입니다.


현대 문화에 담긴 모순을 짚어주는 에세이에서는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근본주의적 사고방식, 흑백논리, 관료주의, 비인간동물의 고통 방치 등 다른 저서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자막이 아니라 더빙을 사용하는 일상적인 짤막한 뉴스 방송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도 흥미진진합니다.


시적 감수성이 탁월하다 못해 오히려 오해를 받기 일쑤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일화도 여전히 간간이 등장해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 상징적이고 애수를 띤 (오해는 절대 받지 않을) 자연 에세이를 슬쩍 선보이는 리처드 도킨스의 글을 만나는 재미도 있었고요. 아이 공룡 책으로 만난 로버트 매시와의 에피소드도 정말 반가웠어요. 유쾌하고 신랄한 풍자가 담긴 패러디 글도 선보여 리처드 도킨스 특유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촌철살인 논객의 면모와 따뜻한 사랑애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 에세이집 <영혼이 숨 쉬는 과학>. 65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흠칫했지만 리처드 도킨스 팬이라면 소장각입니다. 에세이라고 해서 술술 읽히는 글보다는 쉽게 읽히지는 않는 주제도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자서전보다도 더 다양한 매력!) 만나지 못했던 풍부한 감정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역학 - 열과 일,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과학 DEEP & BASIC 시리즈 5
스티븐 베리 지음, 신석민 옮김 / 김영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베리 저자가 과학적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 <열역학>. 아인슈타인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유일하고 보편적인 이론"이라고 말했을 만큼 근본적이며,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열역학.


​과알못이라 해도 열역학이나 엔트로피 단어는 들어봤을 겁니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상대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만드는 미래 기술 인버전 개념이 나왔던 영화 테넷을 재미있게 봤다면 더욱 관심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초미세 입자에서 은하계 전체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관찰되는 모든 것에 적용되는 열역학 개념은 최근 브라이언 그린의 저서 <엔드 오브 타임>을 통해서 먼저 맛봤는데 스티븐 베리의 <열역학>으로 열역학의 핵심을 제대로 알아봅니다.


현재 우리가 끊임없이 사용하는 열역학. 열과 일의 관계에 관한 학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영국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의 에세이 <두 문화>에서 비롯된 과학자 문화와 인문학자 문화 사이의 괴리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비과학자들도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오랫동안 열역학 강의를 해온 노학자의 노하우가 담긴 책 <열역학>은 직접적으로 열역학의 세 가지 법칙을 먼저 설명합니다. 온도, 압력, 부피, 열, 일, 에너지, 평형, 엔트로피 등 열역학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우리가 에너지보존법칙으로 잘 알고 있는 열역학 제1법칙을 소개합니다. 당연하고 사소해 보이지만 열, 일, 전자파, 중력, 질량 등 에너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형태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놀랍고도 멋진 법칙인지 깨닫게 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서 중요한 건 엔트로피 개념입니다. 엔트로피라는 단어는 사회학, 생물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을 만큼 익숙한 단어이지만 그 정체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을 겁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함으로써 시간의 방향을 알려주는 제2법칙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제3법칙은 온도에는 절대영도라는 절대적인 하한점이 있고, 실제로 유한한 단계를 거쳐서는 절대영도에 도달할 수 없다는 법칙입니다.


열역학 법칙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법칙이 우주와 그 속의 사물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실용적인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는지 살펴봅니다.


열역학의 역사를 통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도 보여줍니다. 열역학은 광산에서 물을 퍼내는 펌프를 더 효율적으로 구동시키는 문제에서 촉발된 과학이라고 합니다. 증기기관의 원리와 발전사, 열의 정체에 관한 논쟁 등 의외로 열역학의 역사는 아주 힘들게 진화해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를 통해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는 개념들을 해결하며 과학이 진화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는 많은 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관한 열역학. 열역학이 실제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냉장, 냉방과 관련한 분야, 백열등, 형광등, LED등처럼 전기에너지를 가시광으로 바꾸는 조명 분야 등 에너지를 변환하는 과정에서 열역학의 활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열역학의 선구자들이 기초를 확립한 후 전통적인 열역학의 범위를 넘어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다루기도 합니다. 통계학, 통계역학과의 접목뿐만 아니라 열역학과 양자역학의 관계도 소개합니다. 특정한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과 그 한계도 짚어줍니다. 이를 통해 과학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숲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문과생이라면 조금은 낯선 용어 사이에서 여느 교양 인문 세계를 탐독하듯 흥미진진한 시간이 될 겁니다. 두껍지 않은 분량이어서 만만하게 도전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교과서 과학으로만 열역학을 배운 이후 과학적 지식은 거의 없지만, 살다 보니 자꾸 열역학 이야기가 나오는 탓에 조금 더 명확히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훌륭한 개론서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0년대와 2017년의 런던을 오가며 홀연히 사라진 어머니의 흔적을 뒤쫓는 이야기 <컨페션>. 제시 버튼 작가의 전작 《미니어처리스트》, 《뮤즈》의 표지도 황홀한데 이번 책도 표지가 예술입니다. 스토리와 연관된 표지의 초록 토끼와 아름다운 속표지까지 제시 버튼의 소설은 디자인만으로도 소장각이에요. <컨페션>은 여성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말할 만큼 여성 서사가 압도적인 소설입니다.


1980년 스무 살 엘리스는 웨이트리스, 극장 일, 모델 일을 하며 아직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발휘해야 할지 잘 모르는 풋풋한 사회 초년생입니다. 공원에서 마주친 코니를 만나면서 엘리스의 삶은 변합니다. 코니는 서른여섯 살 작가입니다. 우연히 마주친 엘리스에게 끌리며 자신의 삶에 엘리스의 자리를 내어줍니다.


엘리스와 코니의 관계를 다룬 1980년대 이야기는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을 만나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는 관계에 주목합니다. 코니는 어엿한 작가로 승승장구하지만 엘리스는 코니에게 거의 얹혀사는 입장입니다. 나이 차이도 꽤 나는 편이어서 엘리스의 행동은 아직 어려 보이기만 합니다. 엘리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능하다는 것을요. 하지만 코니와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코니의 책이 미국에서 영화화되면서 함께 미국으로 가지만, 엘리스에게 그 일은 오히려 악영향만 끼칩니다. 엘리스는 그곳과 무관한 사람처럼 느끼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지만 제자리가 아닌 느낌을 받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었던 엘리스는 코니에게 필요하고 특별한 사람이고 싶어 하지만 실상 그렇지 못해 착잡합니다.


한편 2017년 런던의 이야기에서는 어머니의 부재가 삶에 큰 영향을 끼친 로즈에 주목합니다. "어머니를 죽였을 때 나는 열네 살이었다."로 시작하는 로즈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은 아버지에게 들은 게 전부이지만 그마저도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만 한 살이 되기 전에 떠나버린 엄마. 그 어디에도 어머니의 흔적은 없습니다. 사진 한 장조차 없습니다. 다정한 아빠에게서 잘 커왔고, 가진 적도 없었던 어머니를 지우고 싶어도 어머니에 대한 의문은 로즈의 삶을 지배합니다.


서른네 살의 로즈는 남자친구 조의 지지부진한 사업을 도와주며 동거 중입니다. 둘의 관계도 점점 지쳐가는 시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건넨 책 두 권이 로즈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소설 《밀랍 심장》과 《초록 토끼》, 에세이 <메뚜기 재앙>의 저자 코니가 엄마의 소식을 알 수도 있다고 말이죠.


코니의 책을 읽으며 어머니를 찾는 로즈. 특히 혼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삶의 고독, 잘못된 사랑이 일으키는 파괴에 관한 《초록 토끼》는 의미심장합니다. 두 권의 소설로 성공의 정점에 섰던 코니가 절필하게 된 건 어머니와 관련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해봅니다.


결국 신분을 숨겨 코니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되는 로즈. 마지막 소설을 쓰고 있는 코니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소설이 마무리될 때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지금쯤은 짐작하신 대로 1980년대의 엘리스가 바로 로즈의 엄마입니다. 그 시절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딸 로즈를 남겨두고 홀연히 떠난 걸까요. 살아있기는 한 걸까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엘리스와 로즈 모녀가 시간대를 달리하며 코니라는 인물과 얽히며 느끼고 깨닫는 감정은 닮은 듯 다릅니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펼치는 방식 또한 다르지만 그 근원에 자리 잡은 당당한 삶에 대한 욕망은 닮았습니다.


그저 누군가에 기대에 휘둘리는 삶이 아닌 스스로가 되고 싶은 여자가 된다는 것. 늘 기다리며 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존재 혹은 갈망하기만 했던 존재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배짱을 보이기까지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컨페션>.


'나는 뭘 하고 있지?'라는 감정을 품고 사는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탐색하고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소설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이토록 슬프고 아름답게 펼쳐 보일 수 있다니. 작가가 말하는 여성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는 말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엔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나폴리 4부작에서 세심하게 그려낸 여성의 자존감이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마음속에서 낯익은 감정이 느껴졌다. 타인의 회복력을 보면 마음을 닫고 싶은 욕구."(p484)를 느낀 엘리스의 감정을 보며 나폴리 4부작의 주인공 릴라와 레누와의 관계가 떠오릅니다.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제시 버튼 작가의 소설도 궁합이 잘 맞을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 리더를 위한 재택근무 운영 가이드
이복연.강재상.박동진 지음 / 북센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로 강제적이긴 했지만 2020년 3월, 국내 기업의 50%가량이 재택근무를 했을 정도로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맛봤습니다. 재택근무 경험과 관련한 통계가 재밌는데요. 젊은 직장인들은 긍정적인 반면 생산성 걱정이 많은 경영진은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싫어하는 쪽에 중간관리자급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리 책임이 많은 중간관리자는 일은 일대로 하고,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평가는 평가대로 나빠지는 삼중고를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은 재택근무가 불편한 리더가 꼭 봐야 할 책입니다.


현재 기업은 재택근무로부터 최대의 생산성을 뽑아내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코로나로 강제 재택근무를 했지만, 앞으로의 추세는 결국 기존과는 다르니까요. 그동안 대면 근무를 기반으로 리더십을 배워온 경영진 입장에서는 리더십 발휘가 어려운 체제인 재택근무. 비대면 근무가 잘 돌아가게 하려면 과제가 많습니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직원이 일한다는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국내 상황은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직원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문화가 팽배한 상태이기에 그동안 선뜻 유연한 방식의 변화를 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관리자들이 조직 리더 본연의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이제는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에서는 국내 재택근무 사례를 기업별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적극적으로 활용해 앞으로도 재택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어떤 곳은 그저 코로나 이슈에 대응하느라 임시로만 운영 중인 곳도 있습니다.


요즘은 대면소통이 어색한 디지털 세대가 기업에 유입되었고, 이 세대 중 일부는 이미 팀장, 중간관리자까지 간 상황이기도 합니다. N잡러 시대에 메인 직업과 서브 직업을 갖고 살려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쪽으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파도와 같은 상황이 된 재택근무. 기업의 숙제가 무척 많지만, 오히려 강력한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경영자와 중간관리자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면밀히 분석해 재택근무 운영에 있어 꼭 필요한 체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재택근무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면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현재는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절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도입을 실험하고 있는 대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결국 재택근무가 피할 수 없는 변화라는 건 확실합니다.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은 경영진에게 가장 큰 걸림돌 치우기부터 시작합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직원을 믿어야 하는 신뢰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경영 마인드를 재정립하는 것부터 필요합니다. 중간관리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훈련 기회도 제공해야 합니다.


"재택근무의 기반이 되는 조직 문화는 직원과 중간관리자 그리고 경영진의 상호 신뢰다." - 책 속에서


직원 평가 방향도 변화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동기부여도 유지해야 하는 중간관리자. 재택근무 시 직원들의 불만 중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소통 문제입니다. 머릿속에 정리가 안된 상태에선 혼란만 가중시키고 시간 낭비만 합니다. 앞뒤 맥락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경영진 및 중간관리자가 재택근무 실행과 관련해 갖춰야 할 역량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대니얼 골먼의 리더 유형 6가지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조직 상황과 직원 태도, 팔로어십에 따라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리더 스타일에 따라 재택근무 환경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도 꼼꼼히 짚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간관리자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배분하고 다시 모으는 과정이 원활하게 구조적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재택근무 관리 팁을 들여다보니 결국 경영진이 왜 재택근무에 부정적인지 파악이 되어야 해결법이 나오더라고요. 게다가 상사의 밀착 감시 없이 혼자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직원 역량의 중요성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결국 직원, 중간관리자, 경영진 모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회사와 리더 그리고 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재택근무 때 원격 꼰대 상황을 겪은 직원이라면 무한 공감할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