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네펠트 Teavelope : 레몬스카이 Lemon Sky - 디카페인
로네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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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네펠트가 맛있다는 얘길 듣고 뭐가 맛있을까 찾아보다가 대세는 레몬 스카이인 것 같길래 요걸로 구입하게 됐어요. 날씨가 추워져서 윈터 드림에도 좀 혹했지만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지 말아야지하는 단호한(?) 의지를 담아 레몬 스카이로 결정!



무려 8분!이나 우리라는 말에 순간 '헉!'했지만, 뭐 일단 시키는대로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8분간 우렸어요. 8분이나 우리면 굉장히 진해서 못 마시는 거 아닌가 걱정하면서 찾아보니 로네펠트는 8분 우려야 맛나다는 시음기를 보며 안심.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린 결과.



요렇게 노란 수색이 나는 상큼한 레몬티를 만날 수 있었어요. 뭔가 달달함을 기대하고 마셨는데 레모나에 물탄 것처럼 의외로 밍밍해서 아쉽다 싶었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새콤달콤함이 느껴지면서 입에 착착 감기더군요. 여름엔 사이다 냉침을 해서 마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격은 살짝 부담스럽지만 제 값하는 아이가 아닐까 싶네요. 다음에는 로네펠트의 다른 티들도 만나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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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선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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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랑스 문학은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고, 스릴러하면 역시 영미권이라고 생각해왔기에 프랑스 스릴러에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심 샤탕의 <악의 영혼>을 읽으며 내가 프랑스 스릴러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러던 차에 출간된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검은 선>에 쏟아지는 호평을 보며 여름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제법 날이 쌀쌀해진 11월이 되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한 때 무호흡 잠수 챔피언이었던 르베르디가 말레이시아에서 살인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프랑스에 전해진다. 이 소식을 들은 뒤페리는 르베르디를 통해 악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르베르디에게 접근한다. 엘리자베트라는 여자로 속여 르베르디에게 편지를 보내고, 르베르디와 소통을 시작한 뒤페리. 50%는 엘리자베트로, 50%는 르베르디로 살아가며 점점 르베르디의 악의 근원에 다가가기 시작하는데...

  기자가 범인의 족적을 쫓아가는 과정은 이미 다른 작품에서도 접한 적 있는 익숙한 방식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범인이 남겨주는 뜬구름 잡는 듯한 힌트를 따라간다는 방식으로 약간의 변형을 가한다. 힌트를 잡아든 뒤페리와 독자. 모두를 대체 무슨 의미일까라는 호기심과 혹 제대로 못 찾으면 어쩐다라는 불안감에 떨게 만드는 작가의 재능이란! 여기에 어린 시절 친구의 죽음을 발견하고, 커서는 여자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뒤 코마에 빠진 적이 있는 뒤페리가 자신을 평생 괴롭히는 그 검은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르베르디에게 접근해 자신의 괴롭히는 악과 대면하고자 한다는 설정도 르베르디와 뒤페리의 비중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게 만들었다.

  뒤페리가 르베르디가 던지는 메시지에 따라 르베르디가 왜 살인을 한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한 것인지 등을 하나씩 알게 되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압권은 2권의 중반 이후 그러니까 프랑스로 다시 돌아와 겪는 사건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읽다보니 잘 시간이 되서 다 읽고 잘까 말까하다가 왠지 다 읽게 되면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것 같아서 결국 포기해버릴 정도로 긴장과 공포를 안겨줬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다 읽고 자는데 이건 좀 겁나더라.)

  겉으로 보기엔 푸른 빛이지만 수심이 깊어질 수록 점점 어두워지는 바다처럼 겉모습과 달리 깊은 어둠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하는 <검은 선>. 악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결국에 악은 특별한 사람의 내면에만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내면에 그 모습과 정도가 다른 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다. 공기가 점점 희박해져 산소를 갈구하는 것처럼, 점점 악과 어둠으로 가득차가는 소설을 읽으며 빛과 선을 갈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진 <크림슨 리버>, <늑대의 제국> 등 줄곧 스릴러를 써내려간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과연 이 작가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조만간 그랑제의 소설을 다시 읽어야겠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한 악의 기원 3부작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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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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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남들은 책을 어떻게 읽을까'하는 궁금증은 제법 흔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내 경우에는 지하철에서 혹 책을 읽는 사람이라도 보면 '저 사람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걸까' 궁금해하며 힐끗거리기 일쑤이고, 인터넷 서점에 올라오는 서평들을 보며 남들의 책읽기에 왠지 모르게 신경을 쓰곤 한다. 그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책과 같은 책 좀 읽는다하는 사람들이 써낸 독서에 관한 에세이들이다. 책읽기에 있어서 달인이라고 불리는 이들. 과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접하고, 어떤 책들을 읽는걸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한 장 한 장 책을 넘겨갔다. 

  내가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것은 '왜 읽어야 하는가?'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었다. 주위에서 대체 왜 책을 읽어야하는 거냐고 물을 때 '교훈과 재미를 주니까'와 같은 지극히 초보적인 대답 외에 대답이 궁색했기 때문이다. (그냥 책읽기 싫으면 자기만 안 읽으면 될 것이지 왜 내게 이유를 찾은건지 원.) 이 책을 통해 좀 더 명쾌하고 논리적인 이유를 훔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갔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정서적 안정을 얻기 위해,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등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가 반복되 아쉬웠다. 약간씩 예를 바꾸고, 말은 바꿨지만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은 역시 뭔가 아쉬웠다.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그의 그런 주장이 일면 타당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러니까 난 책한테 콩깍지가 씌어있어서 그렇다.) 이 책의 주요 독자로 지정된 책읽기와 거리가 먼 이들에게는 역시 지극히 평범하고 매력없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안고 2부인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살펴보니 겹쳐읽기, 천천히 읽기, 책 읽고 토론하기 등 읽기의 방법론을 비롯해 독서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이 부분 또한 이미 다른 책에서 여러번 소개된 바 있는 부분이라 새로운 것은 없어서 크게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독서를 하면서 자득한 사실을 새삼 공증받은 느낌이랄까. 물론, 책읽기를 갓 시작한 초보들에게는 이 또한 고마운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책읽기의 방법이라는게 저자가 가르쳐준대로 소 여물 씹듯이 우물우물 천천히 읽어가고, 요령있게 좋은 책을 골라서 읽는 것만 있겠는가. 차라리 책 선택에 실패해도 좋다고, 그냥 책읽기 자체를 즐기라고 말하는게 초보 독자에게는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얇은 분량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넣느라 나름 (편집에) 고심한 티는 나는데, 그에 반해 내용이 너무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하는 얘기는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결국은 앞에서 했던 얘기를 또 하더라.) 깊이감도 없었다. 게다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 가겠다는 목적으로 쓴 그 경박한(?) 문투란! 그저 그런 독서에 대한 에세이였다면 그러려니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달인'이라는 이름은 붙이고 나온 책의 예상 밖의 수준미달은 더 아쉬움이 컸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저자의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던 책. 나처럼 평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호기심에 책을 집어드는 것보다는 이제 책 좀 읽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읽어본다면 약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게는 몇 권의 읽어보고 싶은 책만 남겨둔 채 책들의 뒷간으로 사라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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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에 소개된 책들.


4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공부도둑-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8년 11월 13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랑을 위한 과학
토머스 루이스 외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11월 13일에 저장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08년 11월 13일에 저장
구판절판
살아있는 역사 1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8년 11월 13일에 저장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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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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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는 자신의 사회신분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공자처럼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던 이라면, 그 상황을 타개하고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조건으로 개선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애초 남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태어났더라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을 지키거나 더 확장하기 위해서이다. 하물며 전쟁으로 극도의 혼란을 겪던 공자의 시대에도 책읽기가 신분상승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면, 지식 기반 사회라고 일컬어지는 오늘에야 그 중요성을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터다. 자본이 지식을 사서 더 큰 이익을 내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오히려 지식이 자본을 구해 더 큰 이익을 남기는 시대이다. -22쪽

책읽기는 괴롭다. 밥숟갈에 먹을거리를 떠서 입에 넣어 주는 장르가 결코 아니다. 하나, 책읽기는 우리를 자극하고 성장시킨다. 사전을 뒤적여 보게 하고, 다른 책을 참고하게 하며,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더욱이 책은 그것을 읽으며 상상하게 한다. 책은 스스로 완결된 구조를 갖추지 않고 있다. 읽는 이가 책을 덮으며 그 의미를 정의할 때 비로소 완결된다. 괴롭지만, 두루 얻는 게 많은 것이 책읽기다. 그렇다면, 단언할 수 있지 않은가. 책읽기는 선한 것이고, 책 읽지 않는 것은 악한 것이다. -47쪽

책읽기는 마치 여투는 것과 같다. 물 쓰듯 써도 모자랄 판에 아껴서 여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절제해야 하며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거기에다 셈해 보면, 늘어나는 이자는 얼마나 적던가. 그러나 여투는 것에는 미덕이 있다. 지금 당장 목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모아 놓으면 언젠가 큰 힘이 되는 법이다. 책읽기가 이와 같다. 읽자마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온축되면 절로 큰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그 힘이란,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실력으로 나타나기도 하나, 그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삶의 지혜로 드러난다. -53쪽

거인의 무동을 탄 난쟁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내가 더 많은 것을 보고 훌쩍 정신의 키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거인의 무동을 탔기 때문이다. 내가 잘난 듯하지만, 알고 보면 남의 것을 바탕으로 했다는 말이다. 고전이란 거인이다. 인류의 지성들이 갈고닦은 사색의 결과물이 하나로 합쳐 있는 것이다. 그것을 타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에 올라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에 기대야 비로소 느끼는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고전이다. 더욱이 인류의 역사라는 게 사건 자체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나 구조 자체가 반복되는 경향이 짙다. 살다 보면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일이 오래전 일어났던 일과 너무 유사하다는 깨달음을 얻근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고전은 오래된 지혜다.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를 토하도록 고민하고 이를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 펴낸 책이 바로 고전이다. 오늘 우리가 맞닥트린 난제를 풀 지혜의 열쇠가 고전 속에 있다. -70쪽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고 보면 이해되고 상처가 낫는다는 뜻이다. 고전의 바다에 빠져 보면 알겠지만, 읽어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줄줄이 이해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그것을 읽었기 때문에 비판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도 있다. 고전을 젖줄로 삼지 않고서는 더 이상 정신적 성장과 성숙이 어렵겠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쏟아져 나오는 새 책들들에 신물이 나고 반복되는 주제를 새롭게 포장해 내놓은 듯한 느낌이 들 때 고전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갈증 때문에 마셨다 더 지독한 갈증에 빠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만그만한 정신적 높이에 진력이 났을 때 고전을 읽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훌쩍 커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71쪽

책읽기는 기본적으로 혁명이다. 지금 이곳의 삶에 만족한다면 새로운 것을 꿈꿀 리 없다. 꿈꿀 권리를 외치지 않는 자가 책을 읽을 리 없다. 나를 바꾸려 책을 읽는다. 애벌레에서 탈피해 나비가 되려 책을 읽는다. 세상을 바꾸려 책을 읽는다. 우리의 삶을 억압하는 체제를 부수고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려 책을 읽는다. 그러하길래 책읽기는 불온한 것이다. 지배적인 것, 압도적인 것, 유일한 것, 의심받지 않는 것을 희롱하고, 조롱하고, 딴죽 걸고, 똥침 놓는 것이다.
변신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픈가. 그렇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76쪽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책은 읽어야 한다. 상상력을 익히고 키우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바로 겪어 보지 않아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신자유주의는 끊임없이 세계 차원에서 타자를 만들어 낸다. '우리'와 다른 것을 타자로 이름짓고, 그들을 차별한다. 다름 때문에 차별받는 무리는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의 무리 속에 머무는 한,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없다. 하나, 우리가 상상하는 동물이라면,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고로, 책 또는 문학은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라고 우리에게 귀띔해 왔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일수록 억압받고 탄압받는 이들의 삶을 그렸다. -84~5쪽

책읽기는 여행이어야 한다. 돈 벌려고 여행 떠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것은 출장일 뿐이다. 지친 영혼과 육신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떠난다. 세상살이를 하며 우리는 얼마나 숱한 상처를 받고 남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입히던가. 쉼표가 필요하다. 맑디맑은 샘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지난 삶을 성찰해야 한다. 상처받지 않은 강건한 영혼으로 거듭나기 위해, 상처주지 않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과로와 술에 찌든 육체는 어떻던가. 몸 구석구석에 끼인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저 강렬한 햇빛에 우리의 몸을 말리려 한다. -111쪽

책 많이 읽고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정한 양서가 있다. 어제를 되돌아보고, 오늘을 이해하며, 내일을 비춰 보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고전이 그러하고, 이른바 양서목록이 그러하다. 그렇지만 읽어도 도통 모른다면, 읽다가 질려 버린다면 그것이 좋은 책일 리 없다. 그러니까 나는 두 종류의 양서가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그 하나는 '사회적 양서'이고(고전이나 양서 목록이 여기에 든다), 다른 하나는 '개인적 양서'라 이름 지을 수 있을 터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 떠벌리더라도 읽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책이 아니다. 나만의 양서가 있으니, 극단으로 말해 그 누구도 감동하지 않았으며 사회에 끼친 영향이 아예 없더라도, 오로지 읽은 그 사람만을 사로잡은 책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거듭 말하거니와 주눅 들 필요 없다. 남들이 꼭 읽어야 한다는 책을 읽지 못했다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은 덕에 나에게 일어나는 그 어떤 것이다. 그것은 경험하면, 앞으로 책을 스스로 잘 읽어 나갈 수 있다. (나는 이를 일러 '책의 세례'를 받았노라 표현한다) 그러니 남들이 읽어 보라고 하는 책보다 지금 내 눈높-160~1쪽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어야 한다. 어려운 책을 잘 읽어내는 사람은 그 단계를 반드시 거쳤다. -161쪽

책은 묘한 존재이다. 들고만 다녀도 효과를 나타낸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읽은 사람다운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도 일으킨다. 그러다 보면 놀랍게도 어려운 책에 겁 없이 도전하게 되고, 거기서 나름의 깨달음도 얻는다. 책은 다산성이다. 하나를 읽으면 끝내 열까지 읽게 한다. 비록 니체의 책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니체 때문에 읽은 책, 이해할 수 있게 된 책이 수두룩하다. 믿노니, 청소년 시절 니체의 책을 들고 다녔던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문인이 되거나 인문학도가 되었으리라. 눈높이보다 어려운 책에 도전해야 비로소 성장하는 법이다. -165쪽

행복한 책읽기에는 함정이 있다. 행복을 느끼는 교양 수준에 우리를 가두어 버릴 수도 있어서다. 그것은 마치 양수에 둘러싸인 태아와 같다.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하나, 궁극에는 박차고 나와야 마땅한 것이다. 나는 '각주의 책읽기'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행복한 책읽기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단지,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애들러의 말대로 하자면 "더 적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더 많이 이해하는 상태로 스스로를 고양하는 것"이며,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크의 책읽기'다. 책읽기가 행복하다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책읽기는 고통이다. 하나, 고통 없이 우리가 어찌 성장할 수 있는가, 라고. 새로워지고 높아지니 비로소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다. 과정은 고통이나 그 결과는 행복한 것이 책읽기라고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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