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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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생각하는게 아니예요. 느낌으로 오는거지요. -27쪽

아시다시피 우리 몸 안에도 인을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이 있어요. 그보다 더한 것도 있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알려드릴까요?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 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뜻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에서 달아나 자신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홀로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헤매게 됩니다. 남겨두고 온 차갑고 힘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124~5쪽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진짜 진실이야. 진실은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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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강 밤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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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고 있어도 애인의 전화벨 소리는 알아듣는다. 그가 건 전화는 벨 소리가 전혀 다르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차이를 안다. 다른 온갖 소리는 밖에서 들려오는데, 그가 건 전화벨 소리는 마치 헤드폰을 끼고 있는 것처럼 머리 안 쪽에서 기분 좋게 울린다. -10쪽

만약 지금 누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보장해 준다면 나는 안도감에 그 사람의 발치에 무릎을 꿇으리라.-11쪽

실은 나 자신이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데, 만약 이 사랑이 끝나면, 하고 생각하면 손발이 떨릴 정도인데. 하지만 언제 끝나도 무관할 형태로 줄곧 만나왔고, 그럼에도 내 마음은 차분하게 불타오르고 있는데. -20쪽

요시히로는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같은 사람이야. 눈을 뗄 수가 없어. 그냥 에너지가 넘치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 샘솟는, 메마르지 않는 무엇, 굉장히 지적인 느낌이야. 같이 있기만 해도 내가 점점 변할 것 같은 기분. 아주 자연스럽게. 아주 먼 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84쪽

우리의 지난 일 년은 정말 이상했던 것 같아. 인생의 흐름 속에서, 그 기간동안만 공간도 속도도 달랐지. 닫혀 있었고 그리고 아주 조용했고. 훗날 되돌아보면 아마 독특한 색으로 보일거야, 한 덩어리로.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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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구판절판


인간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 망각에는 특별한 노력 따위는 필요도 없는 것이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일들 따윈, 거의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잊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게 보통이다. 어느 때 문득,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걸 또 머리 속에 새겨 두지 않으니, 기억이란 덧없는 아지랑이의 날개처럼 햇살 아래 녹아 내려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12쪽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우리를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조해 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선생의 눈동자를 가만히 엿보았다. "그렇지만 그 미래에는 희망이 별로 없어요." 선생은 미소를 거두었다. "내게는 고통스런 미래지요." "...희망이 적건, 고통스럽건,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한 포기해선 안 돼. " -50쪽

나는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 점점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갈 뿐이다.-54쪽

사랑이라는 말 그 자체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인 것처럼 생각되었다.-63쪽

후회없는 인생이 있을까. 나는 후회만 계속해 왔다. 평생, 후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갑자기 다리가 무거워진다. -63쪽

누구에게도,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두운 그림자 한둘은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90쪽

사람은 모두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140쪽

가슴이 아려 왔다. 내가 고통받는 것처럼 메미도 괴로워하고 있다. 고통을 나눠 가지는 것 또한 사랑의 또 다른 결말인 것이다.-194쪽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206쪽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기다리는 시간, 그것은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하다. 기다림의 저 앞에 기다림을 받아들이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사람은 기다림의 시간에 몸을 담근다-229쪽

하늘은 늘 변한다. 구름은 늘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어 간다.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은 마음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그릴 때면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여러가지 하늘이 있듯이, 여러가지 인간이 있다. 그렇다. 이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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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생일은 행복한 날도 특별한 날도 아니다. 언제부터일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다. 나이 따위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40쪽

쥰세이는 내가 처음 섹스를 한 남자는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표현이 허용된다면, 진심으로 몸을 허락한 - 모든 것을 허락한 - 첫 남자다. 처음이고, 그리고 유일한.-98쪽

나는 쥰세이를, 헤어진 쌍둥이를 사랑하듯 사랑했다. 아무런 분별도 없이.-99쪽

쥰세이는 동사의 보고였다. 만진다. 사랑한다. 가르친다. 외출한다. 본다. 사랑한다. 느낀다. 슬퍼한다. 사랑한다. 화를 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욱 사랑한다. 운다. 상처 입는다. 상처 입힌다.-109쪽

*"쥰세이."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리자, 그 이름은 어두운 부엌에 엄청난 위화감을 가져다 주었다. 엄청난 위화감과, 눈사태 같은 그리움을. -177쪽

아오이. 그 한마디에 쥰세이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쥰세이는, 늘 쥰세이밖에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 이름을 발음하였다. 모든 언어를. 성실하게, 애정을 담아. 나는 그가 이름을 불러 주면 좋아했다. 아오이. 아주 조금 주저하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 목소리의 온도를 좋아했다. 쥰세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지금 당장 듣고 싶었다. 세월 따위 아무 소용 없었다. -194쪽

나는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돌아갈 장소. 줄곧 그런 장소를 찾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한 번도 없었다. 쥰세이가 보고 싶었다. 기묘한 열정으로,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만났다고 해서 뭐가 어떻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다만 쥰세이와 얘기하고 싶었다. 내 말이 통하는 사람은 쥰세이밖에 없다.-203쪽

돌아갈 장소. 사람은 대체 언제, 어떤 식으로 그런 장소를 발견하는 것일까. 잠 못드는 밤, 나는 사람을 그리워함과 애정을 혼동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매사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8쪽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210쪽

비 냄새 나는 싸늘한 공기를 들이키며, 나는 생각한다. 나는 누구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내 가슴속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누가, 있는 것일까.-211쪽

내내,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225쪽

언어가 기호 같았다. 기호이기에, 그렇게 쉽사리 입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것이리라. 소중한 것은 무엇 하나 말하지 못한 채.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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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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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과 비일상은 연속되어 있어. 분명히 일상에서 비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섭게 생각되고, 반대로 비일상에서 일상을 들여다보면 바보처럼 생각되기도 하지.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것이 아닐세. 같은 것이야. 세상은 늘, 무슨 일이 있든 변함없이 운행되고 있네. 개인의 뇌가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일상이다, 비일상이다 하고 선을 긋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연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당연한 걸세. 되어야 하는 대로 되고 있을 뿐이야.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윈 아무것도 없어.

-6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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