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구판절판


인간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 망각에는 특별한 노력 따위는 필요도 없는 것이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일들 따윈, 거의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잊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게 보통이다. 어느 때 문득,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걸 또 머리 속에 새겨 두지 않으니, 기억이란 덧없는 아지랑이의 날개처럼 햇살 아래 녹아 내려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12쪽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우리를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조해 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선생의 눈동자를 가만히 엿보았다. "그렇지만 그 미래에는 희망이 별로 없어요." 선생은 미소를 거두었다. "내게는 고통스런 미래지요." "...희망이 적건, 고통스럽건,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한 포기해선 안 돼. " -50쪽

나는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 점점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갈 뿐이다.-54쪽

사랑이라는 말 그 자체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인 것처럼 생각되었다.-63쪽

후회없는 인생이 있을까. 나는 후회만 계속해 왔다. 평생, 후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갑자기 다리가 무거워진다. -63쪽

누구에게도,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두운 그림자 한둘은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90쪽

사람은 모두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140쪽

가슴이 아려 왔다. 내가 고통받는 것처럼 메미도 괴로워하고 있다. 고통을 나눠 가지는 것 또한 사랑의 또 다른 결말인 것이다.-194쪽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206쪽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기다리는 시간, 그것은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하다. 기다림의 저 앞에 기다림을 받아들이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사람은 기다림의 시간에 몸을 담근다-229쪽

하늘은 늘 변한다. 구름은 늘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어 간다.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은 마음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그릴 때면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여러가지 하늘이 있듯이, 여러가지 인간이 있다. 그렇다. 이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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