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필드 파크 - 하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3
제인 오스틴 지음, 이옥용 옮김 / 범우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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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만과 편견>을 지은 제인 오스틴의 또 다른 책이 이 책은 <오만과 편견>만큼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온 게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범우사에서 나온 이 책은 번역면에서 좀 실망스러웠다. 내용 자체도 좀 지루한 감이 있기도 했다만, 번역이 영 껄끄러워서 읽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랄까.

 어찌보면 이 이야기는 신데렐라 이야기이다. 가난한 집을 떠나 부유한 친척의 집에서 살게 되는 주인공 패니. 그녀는 자라면서 사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며 크지만, 그런 환경 때문인지 천성이 그런 것인지 눈치빠르고 얌전한, 그리고 분별력 있는 아가씨로 크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바람둥이인 부유한 신사인 헨리 크로포드가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되고 청혼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패니는 헨리의 바람둥이 기질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결국은 그녀의 사촌오빠인 에드먼드로부터 진실한 사랑을 획득하게 된다는 뭐 그런 단순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인 패니는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보다 훨씬 매력이 없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해서 속에서 열불이 치솟을 정도랄까. 자신의 의지를 그나마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건 헨리 크로포드의 청혼에 대한 거절 뿐이다. 그마저도 과연 적극적인가 싶을 정도로 모호한 느낌이지만(패니의 일련의 행동은 내가 헨리 크로포드의 입장이었더라도 좀 튕기는 정도로밖에 안 보였을 꺼다.). 여튼 패니를 비롯해서 노리스 이모나 버트램 부인, 마리아 등등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사람 신경을 벅벅 긁어놔서 그런지 영.

 이 책에서도 제인 오스틴은 19세기 무렵의 영국의 모습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맨스필드 파크를 통해서 영국의 전원 생활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생활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은 참 좋았다. 하지만 그 사회상(혹은 결혼상)은 흡사 우리나라의 그것도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할 사람을 선택할 때 재산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결혼을 했을 때 돌아오는 이익이 어떤 것인지 따져가면서 조건을 따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도 일정 부분 존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숱하게 등장한 귀족이나 왕들의 정략 결혼도 어차피 그 '조건'을 보고 결혼한 것이고, 지금 사회에 있는 듀오와 같은 업체들에서 행해지는 것도 그 '조건'을 보고 맺어주는 게 아니냐.)

 진실한 사랑과 물질적인 조건 앞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 패니의 성장기는 다소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진 게 아쉬웠다. 이렇게까지 길게 나올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그리고 사실 패니라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이후 맨스필드 파크로 와서 패니의 자리를 대신하는 그녀의 동생 수잔이 어떻게 살아갈 지가 더 궁금해졌다.

 여담이지만 번역상의 문제는 정말인지 짜증이 날 정도였다. 원래 영어 자체가 brother와 같은 단어에 대해서는 오빠인건지 남동생인건지 모호하다고 해도, 이런건 교정 작업할 때 잡아내줘야하는 거 아닌가. 대체 에드먼드는 막내인건지 둘째인건지. 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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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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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을 지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또 다른 작품인 이 책은 소설책이라기보다는 마치 영화의 초고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량을 좀 더 늘려서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랄까.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감상적 킬러의 고백>은 고백체 소설이다. 청부살인은 직업으로 하는 한 킬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 면에 있어서는 그다지 색다를 것이 없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싶다. (임무를 수행하러 간 그 자리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서 그녀를 죽일 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은 어찌보면 좀 판에 박힌듯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두번째 작품인 악어가 더 재미가 있었는데, 강력반 형사 출신이었지만 지금은 스위스의 보험 회사의 직원인 주인공은 보험회사의 거물급 회원인 인물의 죽음을 접하고 그의 죽음이 자연사인지 타살인지를 밝혀내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짧지만 박진감있게 전개가 되고 있다.

 이 두 작품 모두 영화로 만들면 썩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교훈이 남지 않는 것도 아닌.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이라서 그런지 악어에서는 아마존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 때문에 다시금 생태계 보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그의 다른 소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다음 기회에 접해봐야겠다. (그래도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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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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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책은 사실 손이 선뜻 가지 않아서 읽지 않고 있었는데, 군에 간 남자친구가 읽고서는 '이건 쭉 연애소설인거 같다가 마지막에는 무슨 SF 소설도 아니고...'라는 말을 해서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하는 궁금증에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녀석이 말한대로 이 책은 연애소설이다. 아내 미오를 잃은 다쿠미는 아들인 유지와 함께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다. 아내 미오는 죽기 전에 다시 비의 계절이 오면 잘 살고 있는지 보러 돌아오겠노라고 약속을 했었고, 그녀의 말대로 다시 비의 계절이 오자 미오는 다시 돌아오고, 그들은 6주간 다시금 기묘한 동거 생활을 한다.

 죽은 아내가 자신의 아들과 남편이 잘 살고 있는지를 보러 온다는 얘기는 참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인 듯 싶다. 게다가 남편인 다쿠미는 뭔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미오였다고 하더라도 혼자두고 떠나기에는 너무도 걱정되는 사람이다. 그런 다쿠미에게 미오가 다시 찾아가게 되고,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미오에게 다쿠미는 그들의 연애사를 이야기해준다.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어 가는 그런 느린 사랑이야기에 답답함을 느끼기보다는 그들이라면 그럴테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주었다.

 비단, 미오와 다쿠미, 그리고 그들의 잉글랜드 왕자님이자, 늘 코가 막혀있고 아무 쓸데없는 쓰레기 주워 들이는 게 취미고, 맨날 '그런거야?'라고 하는 유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농부르 선생과 푸의 이야기도 잘 어울러져서 전체적으로 따뜻한 이야기가 진행된 것 같다.

 미오가 다시 돌아와 다쿠미와 유지가 죽은 미오를 다시 만나 추억을 만들고, 다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고, 이번에는 이별을 좀 더 제대로 고할 수 있었고, 그동안 마음에 묵혀놓은 것에 대해 용서를 빌 수 있었기 때문에 미오가 다시 떠난 뒤에 다쿠미와 유지가 좀 더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뻐서 홀딱 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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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6-2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아주 좋았는데 책도 어떤지 모루겠네요.. 나중에 기회되면 봐야겠다ㅎㅎ

이매지 2005-06-2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는 아직 안 봐서^-^;;
기회가 되면 영화봐보려구요^-^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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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가을 웹서핑을 하다가 하루키의 25년을 기념하는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대체 우리나라에는 언제 발간이 된단말인가!'하면서 오매불망 이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고, 본디 신간의 경우에는 도서관에서 빌려본다는 나름의 원칙을 깨가면서까지 책을 사서 시험이 24시간도 남지 않은 그 시점에 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책을 받아들고는 너무도 판타지소설과 같은 표지에 한 번 실망을 하고, 얇다란 두께에 다시 한 번 실망을 하긴 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마리'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나름의 매력과 지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한편, 그녀의 언니인 '에리'는 이름 한 글자만 차이가 날 뿐이지만, 빼어나게 예쁜 외양을 가진 존재이다. 외양적으로도 너무 다른 이 자매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존재인 것 같다. 같은 집에서 살고 있을 뿐, 둘은 서로 마음을 터놓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동떨어진 존재이다. 어느 날, 에리는 이제부터 잠을 자겠다고 하고 두 달동안 마치 죽은 것처럼 잠만 자는 생활을 하고, 마리는 그 때문에 혼란을 겪고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심야의 레스토랑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언니의 고등학교 동창인 다카하시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러브호텔인 '알파빌'에서 한 중국인 매춘부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밤의 시간 속에서 그녀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화자의 시점이었다. 3인칭으로 나타나고 있는 화자는 '우리'라는 말을 통해 화자와 독자가 같은 시점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주는 한 편, 또 어느 순간에 가서는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존재가 되어서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을 하루키의 소설에서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것이어서, 우선 이 점에서 처음에는 약간의 부적응현상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몰라도 문장이 너무 딱딱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름대로의 낯선 느낌을 받았다. 이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화자와 같은 시점으로 사물을 보고 있기 때문에 느껴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유기적으로 문장이 연결되어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으로 여기엔 뭐가 있다. 지금은 이런 상태이다. 와 같은 나열이 나오고 있음은 뭔가 좀 어색한 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용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어색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기대가 컸던 탓인지 어느 정도 실망을 하기는 했지만, 하루키와 같은 인물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또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음에, 그리고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에 스스로 위로 하고 있는 중이다.

 7시간동안 마리가 겪는 일들과 그녀의 깨달음. 그리고 에리가 잠을 자면서 겪고 있는 일들. 왕년의 레슬링 선수의 러브호텔 매니저 이야기, 음악을 하는 법대생 다카하시의 가족사와 진로 문제, 손님한테 맞아 쓰러진 중국인 매춘부와 그녀를 데리고 있는 중국인 조직, 중국인 매춘부를 폭행하고 그녀의 옷가지를 비롯한 모든 물건을 가져가버린 회사원, 누군가에게 쫓기고 러브호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 이들은 서로 저마다의 인생을 살고 있고, 저마다의 갈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커다란 갈등의 양상은 없는 것처럼 보이고, 또 갈등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에 따른 뚜렷한 해결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책을 덮고도 한참을 등장 인물들에 대해서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여튼간에, 아쉬운 면도 있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면도 있는 작품이었다. 하루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더불어 책 속에 등장하고 있는 음악을 책의 끝에 실어놓았는데, 한 번 들어봐야겠다.

+그러고보니 이번에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스파게티와 맥주의 유혹을 당하지 않았다. 그저 참치 샌드위치와 계란말이의 유혹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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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 소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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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책이 좋다는 호평을 들어서 어떤 책인가 싶어서 읽게 된 이 책에는 총 3편의 중편소설이 실려 있다. <닭털 같은 나날>, <관리들 만세>, <1942년을 돌아보다>라는 제목을 가진 이 3편의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어떤 작품이 가장 좋은지를 판단할 수 없게끔 만들어줬다.

 첫 번째로 등장한 작품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닭털 같은 나날>에서는 결코 닭털처럼 가볍지 않은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부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며 가난뱅이도 더럽게 많다고 투덜투덜대는 모습이나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사람에게 선물을 보내려고 하는 모습이나, 그의 집을 찾아온 은사를 제대로 대접하지도 못하고, 후에 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는 임씨는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대학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런 생활을 해야함에 자연스레 적응해가는 임씨부부의 모습을 보면 그들이 왠지 가여워보이기도 하고, '그런게 사람 사는거지.'라는 생각도 들게된다. 그래 그런거지 뭐. (참고로 원제인 一地鷄毛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른데, 어떤 사람은 닭을 잡은 뒤에 닭의 피와 털이 난무한 곳을 가리키는 말로 비참한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하며,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상황을 묘사한 말이라고도 하는데, 허섭쓰레기같은 일상이라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작품인 <관리들 만세>에서는 앞의 이야기에서의 소시민의 삶이 아닌 국가 행정 기구의 사무실에 속한 관리들의 삶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이 개편되는 조직의 체계 속에서 각자 자신의 지위를 위협받은 8명의 관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각종 지모와 술수를 쓴다는 이야기이다. 8명의 관리들은 제각각 성격은 다르고, 그들의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때로는 손을 잡고, 때로는 등을 돌리며 치열한 생존 게임을 한다. 개개인의 이기적인 모습을 관리들을 통해서 볼 수 있을뿐더러, 각 층마다 청소의 정도를 달리하는(고위층이 있는 층을 가장 깨끗하게 청소하는) 청소부에게서는 삶에 대한 비소와 함께 요령껏 사는 삶, 권력에 순응하는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작품인 <1942년을 회상하며>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같은 느낌을 주는 글이다. 1942년에 작가의 고향(하남성)에서 있었던 대기근의 참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50년 뒤에 그 일을 겪은 이들을 찾아가 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자료를 수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상황에까지 처했던 1942년의 대기근. 그 일을 보고받고도 가벼이 넘기고, 묵인한 장개석에 대한 비판인 듯 하면서도 비판이지 않은 듯한 이야기는 참으로 담담하게 이어진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가난한 인민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숙연한 느낌까지 갖게 해주었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 지경까지 몰아넣었단 말인가.

 이 세 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힘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갖은 방법으로 그 생활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마치 우리에 갖힌 동물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모든 것을 감수하며 지낸다. 물론, 그들의 삶 속에서 전환기라고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그것은 우리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 아닌, 단지 다른 우리로의 이동일 뿐이다.

 책의 뒷 표지에 쓰인 '류진운, 20세기 20대 중국작가'라는 말이나, '닭털 같은 나날, 20세기 100대 세계 명작>이라는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이 책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음 한 켠이 아파온다. 나 역시 힘 없는 소시민일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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