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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세계
심경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2월
평점 :
한글로 된 시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한문으로 이뤄진 한시를 이해하는 것은 외국어로 된 시를 이해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아무래도 한문으로 된 글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한문으로 된 글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여 접하는 점때문에 뭔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나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장르가 죽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한시는 이해하기 더 어려운 듯 싶었다. 한문실력은 부족하지만 좀 더 한시와 가까워지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듯 싶다.
'나도 한시를 지을 수 있을까?'라는 단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책은 '평측'과 '압운'과 같은 한시의 기본적인 원리부터 알려주고 있다. 중국어의 성조와 비슷한 개념인 평성과 측성, 짝수번째 구의 마지막에 평성자로 된 운자를 하는 압운은 시가 리듬감을 지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한시의 작법에 대해서 언급한 뒤, 구체적으로 내용의 측면에서 한시에 접근한다. '한시는 자연과 친근하다'며 자연에 대한 언급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연을 읊는 방식인 선경후정(혹은 선정후경)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언지와 연정에 대한 언급 등등 한시의 내용적, 형태적 특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설명을 글로만 풀어갔다면 어렵게 느껴졌을텐데 중국의 시와 우리나라의 한시, 외국의 시들을 예로들어 설명함으로, 예로 실린 시와 해석을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아, 한시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 같았다. 한 번에 쭉 읽어가기보다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한 챕터씩 배워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끔가다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한시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한 수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덧) 좀 더 쉬운 한시에 대한 이해를 원한다면 정민의 <한시 미학 산책>이나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