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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여인 ㅣ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4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필립 말로.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말할 때면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탐정이지만 사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다소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필립 말로의 일이 늘 그러하듯 이번에도 실종된 여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된 말로. 부유한 남자 킹슬리의 아내 크리스탈. 그녀는 남편에게 '멕시코로 이혼소송을 밝으러 감. 크리스와 결혼할 것임.잘 지내세요. 행운을 빕니다'라는 전보만을 남기고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결혼하겠다고 한 크리스를 길에서 만나게 되며 킹슬리는 자신의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알기 위해 말로를 고용한다. 이에 말로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다는 산장에 가서 크리스탈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때마침 근처에 살고 있는 체스의 아내인 뮤리엘도 크리스탈과 같은 날 사라졌다고 하지만 곧 호수에서 뮤리엘의 시신이 발견된다. 계속해서 크리스탈의 흔적을 찾아가며 사건은 점점 얽히고 설키게 되고, 그런 복잡함 속에 말로는 한 발 한 발 진실로 발을 내딛게 되는데...
앞선 책들에서 내가 말로에게 느낀 감정은 필요에 따라서 터프해질 수도 있고 다소 딱딱해보이긴 하지만 여자에게만은 친절한 사람. 세상을 비딱하게 바라보긴 하지만 그 속에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사람. 대개 이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말로의 성격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었다.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파일로 번스"라고 대답을 하는 장면이나 여직원에게 카우보이식 인사를 날리는 모습 등은 순간 키득거리는 웃음을 안겨줬기때문이다. 책 속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살아 숨쉬는 필립 말로. 그를 이번에는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나보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이야기의 구성도 비교적 덜 '하드'해서 읽는데 시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덤으로 이 책에서는 산속 호반의 풍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니 한 여름 더위에 지친 내게 잠시나마 휴식을 안겨다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남은 건 두 작품. 그 속에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필립 말로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