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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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라는 것은 고양이 같은 것이다. 시험 전날처럼 부르지 않을 때는 잘도 찾아와서, 잠에서 깨어나면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으면 죽어도 오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하게 한다.-29쪽

우리의 '인생'은 아직 멀었다. 적어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들의 '인생'은 시작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 진학 고교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자에 들어가 있는 지금은 모든 점에서 대학진학 준비가 기본이 되며, '인생'이라고 부를만한 것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 기껏해야 그 궁핍한 빈시간을 변통하여 '인생'의 일부인 '청춘'인지 뭔지를 맛보자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다.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인생'을 그 얼마 안 되는 빈 시간의 메인으로 삼아버린다는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64쪽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커다란 누군가가 손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손만 있어서 하늘 위에서 이쪽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지구는 둥글어서 그것을 누군가가 꼬옥 껴안고 있다. 수평선을 보면 언제나 그런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 수평선은, 높은 곳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무서웠다. 그것은 꼭 소리굽쇠를 두드릴 때처럼 웅웅거리는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이제 틀렸다, 너희들은 이제 끝이다,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그 소리를 들었을 때가 이 세계의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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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야 이 책 보았답니다. 아.. 흥미진진한 책.. 즐거움을 얻었지요..^^;;

반딧불,, 2006-05-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