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번역으로 만나는 거장 오르한 파묵의 기념비적 역작!
21세기가 주목하는 작가 오르한 파묵의 역작 『하얀 성』이 원전 번역으로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파묵의 세번째 소설인 『하얀 성』(1985)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동양에 새로운 별이 떠올랐다”라는 격찬을 받으며, 오르한 파묵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오르한 파묵이 서구에 소개되자 전 세계 언론과 비평가들은 앞다투어 그를 보르헤스, 나보코프, 카프카 혹은 칼비노에 견주면서 그의 작품 세계가 보여주는 환상성에 주목했고, 독자들은 독특하고 실험적인 그의 작품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원전 번역으로 출간된 『하얀 성』은 오르한 파묵이 펼치는 경이로운 상상력의 세계와 문학적 깊이를 한층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펼쳐지는 경이로운 이야기의 연금술
소설은 『하얀 성』의 실제 저자가 문서보관소에서 17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모종의 필사본을 발견하고 그것을 현대어로 바꾸어 세상에 내놓게 된 경위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고는 곧장 이 진위가 확실치 않은 필사본 속으로 들어간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학자인 ‘나’는 나폴리에서 베네치아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가던 중 터키 해적에게 납치되어 이스탄불로 끌려간다. 거기서 ‘나’는 자신과 쌍둥이처럼 꼭 닮은 호자(선생)의 노예가 된다. 수년 동안 노예인 ‘나’는 선생인 ‘호자’에게 서구의 과학과 기술, 발달된 의학을 가르친다. 둘은 함께 생활하며 파샤(영주)의 아들 결혼식 전야제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주관하고 이스탄불에 불어닥친 역병을 물리침으로써 파디샤(황제)의 신임을 얻는다. 호자는 점성술사로 받들어지며 제국의 운명을 예언하는 특권과 그에 따른 위험을 동시에 누리게 된다. 그러나 호자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어째서 나는 나이며, 너는 너인가?”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호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되고,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묻는다. 왜 나는 나이며, 너는 너인가를. 그들의 무시무시할 정도로 처절한 자아탐구는 기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장면의 조합을 통해 그로테스크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서로의 가장 내밀한 비밀들까지 공유하게 된 그들은 마침내 서로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무렵 이들이 개발한 제국의 신무기는 오히려 제국의 패배를 불러오고, 죽음의 위협을 느낀 두 사람은 새로운 존재로의 탈주를 감행한다. 그러나 ‘나’와 ‘호자’의 진정한 관계는 소설의 결말에 이를 때까지 베일에 가려진 채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나’이고 ‘호자’는 과연 ‘호자’인가? 아니 ‘내’가 ‘호자’라면 ‘호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영원한 질문, 영원한 미궁, 그리고 영원한 탈주에의 꿈
인간 존재, 그 환상의 성채에서 펼쳐지는 『하얀 성』은 다채롭고도 난해한 패턴의 터키 양탄자와도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자신을 소설의 실제 작가라고 소개하는 인물과 필사본 속의 화자가 구분되지 않고, 필사본 속의 화자 ‘나’가 ‘호자’와 구분되지 않음으로써, 독자는 이 소설이 서양(이탈리아인)의 눈으로 본 동양(터키인)을 그리고 있는지 아니면 동양인이 재구성한 서양과 동양의 역할 바꾸기를 그리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이처럼 허구와 실제, 자아와 타자, 동양과 서양 사이에 가로놓인 수많은 경계를 해체하면서, 그 해체 속에서 새로운 길을 생성시킨다. 그것은 곧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 난감함 때문에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하얀 성』은 가장 현대적인 의미에서 ‘재미난 이야기’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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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소설들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집에서 검색했을 때는 도서관에 있었던 책이 꼭 내가 그 다음날 빌리러만 가면 누가 낼름 대출해간 덕분에 당췌 만날 수가 없었다. 내가 읽고 싶어했던 <내 이름은 빨강>보다 이 책이 우선하기때문에 이왕 읽는거 이 책부터 읽는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분들의 리뷰나 페이퍼들을 살짝 훔쳐보니 영 리뷰쓰기 난해하다는 반응들이던데. 으음. 과연 어떤 책일까. 아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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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4-07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읽어보고픈 생각은 있는데 선뜻 손을 내밀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좀 독특한가 봐요. 누구나 좋아하기는 조금 힘든 면도 있는 것 같구... 읽으시면 리뷰 쓰세요. ^^

물만두 2006-04-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봤는데 또 나왔군요~

이매지 2006-04-0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 리뷰 쓸께요 ^^
만두님 / 역시 만두님은 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