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있는 풍경
칼 라손 그림 / 이현주 엮음 / 출판사 뜰
 
 




릴라 히트나스
이것이 이 집의 이름입니다.
스웨덴에는 "집은 그 사람의 영혼"이라는 오래된 속담이 전해옵니다.
집이 거기서 산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배어 만들어진다는 뜻이겠지요.
이 책은 릴라 히트나스에서 산 스웨덴 화가 칼 라손과 그의 가족, 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왼쪽에 둘째 딸 브리타를 무동 태우고 있는 멋진 수염을 가진 이가 칼 라손입니다.
오른쪽에 막내 커스티의 손을 잡고 있는 동그란 눈의 여인이 카린입니다.
칼은 릴라 히트나스에서 산 30년 동안
무려 7번이나 집을 늘리고 수없이 집안 내부를 바꿨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이 일곱이나 태어났고, 화가는 집과 아이들과 아내를 그렸습니다.
 
 



 

첫째 딸 수잔느가 자신의 방을 꾸미고 있습니다.

수잔느는 한손에 붓을 들고, 자신이 그린 꽃과 화환무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카린이 만들어 준 긴 앞치마 모양의 푸른색 작업복은 멋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일 것 같습니다.

 





어느날 저녁, 둘째 폰투스는 식당에서 버릇없이 굴었습니다.
그래서 거실 구석에서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칼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폰투스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칼은 그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문 아래쪽에 그려진 한송이 꽃과 카린이 보이나요?
그 위쪽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작은 여자 하나가 칼 라손과 함께 살았다네.
그녀가 죽지 않는 한 영원히 여기 살 것이네. 아주 건강하게."
  





남쪽으로 길게 난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수잔느와
테이블 위헤 짜다 만 뜨개질 거리
빛과 함께 하는 고요와 평화가 이 방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마당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브리타와 바느질을 하고 있는 정원에는
나뭇가지를 흔들던 바람이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계절이 오고 갑니다.

봄에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동안 여름이 찾아오고

아이들 소리로 와글대는 '와글와글섬'에서는 다이빙 실력을 견줍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오면 추수를 끝내고 기쁜 마음으로 교회에 갑니다.

수확철이 끝나면 금새 찾아오는 겨울.

땔감을 준비하고 얼음을 저장하며

크리스마스 이브날엔 이웃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합니다.

 




 

1919년 1월, 칼 라손은 예순 여섯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우리는 그가 누렸던 시간과 행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우리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작은 소녀.

그 소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집 정말 행복해 보이죠?"

 

 

 



 

Carl Larsson - Brita Vid Pianot


 

칼 라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 그림 때문이었습니다.
초록색 덮개가 씌어진 피아노를 연주하는 빨간 리본의 소녀.
시선을 압도하는 초록색의 평화가 이 방안에 꼭꼭 눌러 담겨진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베토벤의 <비창>을 연주하고 있을 것만 같았죠.

그런데 좀처럼 이 화가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어 몇 개 안되는 그림으로 만족하고 있을 때
이 책의 출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125페이지에 담긴 그의 가족과 집에 관한 이야기.
버려진 집을 가족과 함께 꾸미고 만들어가는 그 안의 이야기가 참 따뜻했습니다.
어쩌면 모든 이가 바라는 꿈같은 생활은 이런 생활이 아닐까 하면서 읽었지요.
수채화의 맑은 느낌도 이 가족의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손을 대면 얼룩질 것만 같은 촉촉함이죠.

가정적인 삶, 평화로운 생활.
이것이 인생의 가장 소박한 소망이 아닐까요.
그 소망을 실천하는 릴라 히트나스에 사는 사람들
5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 1899년 칼 라손은 이 집의 풍경을 그린 24장의 그림책 <가정>을 펴냅니다.
그 그림 한 장 한 장은 이후 오늘날까지 스웨덴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전 세계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수를 담고 있는 완벽한 지침으로 자리잡았지요.
스웨덴의 유명한 인테리어 전문점 'IKEA'도 칼 라손의 풍경을 곳곳에서 채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퍼트렸습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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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0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라손의 그림들을 올린 적이 있었었죠^^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도 등장해요^^

이매지 2006-04-06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책에도 칼 라손의 그림이 등장하는군요 ^^

치유 2006-04-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추천하고 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