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분명한 작가가 몇 있다. 그런 작가들을 접할 때면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가라는 생각도 들어서 호기심이 일어서 책을 잡게 되는데, 이상하게 무라카미 류는 왠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랄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열 명중 여덟, 아홉은 '무라카미 류. 너무 변태같아'라는 반응들이라서 그런지 왠지 꺼려졌던 것. 그러나 개중 <69>가 괜찮다는 반응이라 일단 잡은 게 이 책이다. (영화로도 개봉해서 나름대로 관심도 있었고..)

  다소 성적인 느낌이 풍기는 제목처럼 이 책은 온통 성적인 느낌으로 가득차있다.라는 것은 거짓말이고, 사실 이 책은 1969년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17살 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세계 한 곳에서는 베트남 전쟁때문에 죄없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한켠에서는 붓글씨와 헤세를 좋아하던 소녀가 흑인 병사의 성기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주인공인 '겐'은 이런 상황에 맞서 싸우기위해 학교를 바리케이트 봉쇄한다.라는 건 거짓말이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마츠이 카즈코, 일명 '레이디 제인'의 관심을 끌고자 학교를 바리케이트 봉쇄한다. 바리케이트 봉쇄, 페스티벌의 준비, 그리고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1969년은 개인적으로도 다사다난했던 해가 된다. 2006년을 살고 있는 내가 1969년을 살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 동감할 수는 없다할지라도 딱딱한 학교 생활에 대한 점이나 권력에 억압당하는 개인들의 삶에 대해서는 동감할 수 있었다.

  책을 잡기 전에 느꼈던 무라카미 류에 대한 은근한 거리감은 이 책으로 조금은 부서졌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도 다수 포함되어있다고 하니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사용될 수도 있을 듯 싶다. 뭐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할 것 없이 재미있는 한 편의 성장소설로 봐도 괜찮을 것 같지만. 재미있는 상황설정과 서로 다른 성격의 등장인물들, 그리고 1969년이라는 낯선 시대. 책을 읽으며 잠시 69년의 그 시대로 다녀온 것같아 유쾌한 기분이었다. 더불어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들 때문에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이 책 한 권만으로 무라카미 류를 판단하기엔 성급하지만, 적어도 그를 다시 만나볼 마음이 생겼으니 이제 천천히 그를 판단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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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3-0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하드하게 밀어 붙이는 몇몇 소설 빼고는 읽을 만 합니다
이 소설은 거의 가즈키 풍이죠~[.....건 거짓말이고] 한때 즐거 써먹었다는 ㅎㅎ

이매지 2006-03-0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위 사람들은 죄다 하드하게 밀어붙이는 쪽을 읽은 것 같아요.
역겨워서 덮었다는 사람도 몇 있었는데 -_-a

페일레스 2006-03-06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9] 다음 이야기가 교장실에 똥을 싼 나카무라가 주인공인 [나가사키 오란다 마을](국내미출간), 그 다음이 겐이 도쿄로 올라와서의 생활을 그린 [영화소설집](절판)... 그 다음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뭐 그렇지요. 참, [쿄코KYOKO]도 읽어보면 괜찮을 것 같은 소설입니다.

이매지 2006-03-0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과 미출간의 압박. 일어를 잘하는 페일레스군께서 원서를 번역해주신다면 성은이 망극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