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품절


우연의 반복을 필연이라고 한다면 대체 몇 번의 우연이 겹쳐야 필연이 되는 걸까?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낭만적 상상은 우연이 필연으로 비약하는 데 필요한 정족수를 터무니없이 줄여준다. 그리하여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단 한 번의 우연조차도 필연으로 미화하는 논리적 비약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본디 사랑이라는 감정은 비약에 근거하므로.-98쪽

연애에 관한 한 정직은 최악의 방책이어서 이럴 땐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중략) 그러나 그녀는 내 거짓말을 모르는 척 눈감아준다. 심지어 즐기기까지 한다. 애당초 그녀가 원한 건 사실이 아니라 '배려'였으므로. -98~99쪽

연애의 초기 단계, 세상의 그녀들에게 건네는 사소한 물건들(이를테면 길거리에서 파는 머리핀 같은)의 사용 가치는 교환 가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머릿결을 고정시키는 머리핀은 그것을 살 때의 당신의 환한 표정과 자상함을 환기시켜 그녀의 관심을 당신에게 집중시킨다. 교환 경제의 규칙을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가장 위협적인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사랑이다.-104쪽

남녀 간의 우정은 불가능하다. 우정이란 선택적인 감정이어서 타인에 대해 이런 면은 마음에 들지만 저런 면은 맘에 들지 않아도 성립한다. 그러나 사랑은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이분법적 감정이어서 이것 혹은 저것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하나도 빠짐없는 전부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에 빠질 때 연인의 이마에 난 뾰루지조차 그녀의 특별함에 대한 증거가 된다. 그녀의 이마에 난 뾰루지에 무관심할 수는 있어도 뾰루지를 증오할 수는 없다. 우정은 무관심을 견디지만 사랑은 무관심을 감내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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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월 신간 읽기
    from 달보러가자 2015-12-03 17:12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모요사, 최경화- "포르투갈에 살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 여행의 거의 모든 것" 이라는 책 소개. 리스본 골목을 헤매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나에겐 꼭 읽고 싶은 책.셰프의 빨간노트엑스오북스, 정동현- 색깔부터 빨갛다. 뭔가 맛있을 것 같다.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톡톡 튀는 음식칼럼을 연재해 호평 받은 젊은 셰프 정동현은 음식을 따따블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