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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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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의 저자 황현산의 시 이야기를 담은 책, <우물에서 하늘보기>를 읽었다. 

<밤이 선생이다>를 무척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의 독특한 문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이 좋았고 손에 잡히는 책 표지의 질감도, 한장한장 넘기는 책장의 질감도 참 좋았다.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기도 할텐데, 잘 준비를 하고 누워 밤에 책장을 한 장 씩 넘기며 읽을 땐 왠지 삶의 선생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우물에서 하늘보기>는 <밤이 선생이다>와는 다른 책이다. 저자가 시에 대해 쓴 책이다. 

하지만 동시에 비슷하다. 시를 읽어내며 그만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한 장 한 장, 그가 전해주는 어느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그가 전하는 시의 내용, 시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보들레르의 시가 너무나 좋았고

세월호 이야기를 하며 그가 던진 메세지도 참 좋았다. 우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우리의 죄악과 마주했었다고. 


<밤이 선생이다> 때와 다르게 어딘가 문체가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불어투를 구사하는건가 싶었지만 금새 또 적응이 돼, 색다른 문체로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됐던 책.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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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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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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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손미나가 쓴 페루 여행 이야기를 읽었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페루 여행을 결심하게 된 순간부터 준비하는 과정, 페루에서 만난 사람들, 그가 본 장소들.

그가 페루에서 보낸 한 달 동안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로써 내가 읽은 타인의 여행기는 두 번째. 


두 번쯤 타인의 여행기를 읽으니 한 가지 느껴지는 바가 있다. 여행자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 다들, 낯선 곳에서 낯선 일을 당할 때의 스릴을 즐기고 낯선 사람을 만날 때의 긴장감을 즐긴다. 처음 보는 사람이 깨달음을 줄 때의 그 황홀함을 즐긴다. 처음 보는 장소에 사랑을 느끼게 되는 그 신비함을 즐긴다. 

여행자들에게 여행기를 써 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다들 비슷한 일들을 적어내리지 않을까.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우연들, 길을 헤맨 순간들,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말이다. 


손미나의 페루 여행기에도 적혀있다. 그가 만난 새로운 사람들이 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 어떻게 그가 처음 만난 장소에 사랑을 느꼈는지. 


여행중독자들의 감수성이란 다들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며 기분 좋게 책장을 덮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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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이 죽었다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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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모요사, 최경화


- "포르투갈에 살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 여행의 거의 모든 것" 이라는 책 소개. 리스본 골목을 헤매며 돌아다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나에겐 꼭 읽고 싶은 책이다.

 


셰프의 빨간노트

엑스오북스, 정동현


- 색깔부터 빨갛다. 뭔가 맛있을 것 같다.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톡톡 튀는 음식칼럼을 연재해 호평 받은 젊은 셰프 정동현은 음식을 따따블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준다" 라고 하니,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우물에서 하늘보기

황현산, 삼인


- <밤이 선생이다>를 쓴 황현산의 첫 산문집. " 2년여의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나는 그의 산문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한 매체에 '황현산의 우물에서 하늘 보기'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시화詩話들을 엮은 것이다."



생각하기/분류하기

조르주페렉, 문학동네


-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조르주 페렉의 산문집이자, 1982년 3월 3일 조르주 페렉이 죽고 난 후에 묶어 펴낸 첫 산문집이다. 1976년부터 1982년까지 여러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글 열세 편을 묶었는데, 책 제목으로 삼은 가장 마지막 장의 '생각하기/분류하기'는 그가 죽기 몇 주 전에 출판한 마지막 글이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문학동네


-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책이다. 꼭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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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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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밝혀두지만 나는 여행중독자지만 여행기는 절대 사읽지 않는다. 어디를 여행해라, 어디는 언제 가면 좋다, 어디는 얼마다, 하는 정보만 가능한 책이나 혹은 지극히 사적인 감상만 가득한 여행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기억은 소유하는 개인의 기억이니까. 그 기억을 시간과 장소, 인생의 공유 없이 타인이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건 사치일테니까. 


 이 사실을 우선 밝히는 이유는, 이 여행기는 확실히 다른 여행기와 다르고, 나는 이 다름을 꽤 즐겼기 때문. 



 이것은 여행기가 아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것은 여행기라고 불리기에는 어떤 요소가 너무 부족하거나 혹은 너무 넘치게 될 것이다. (...)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나로부터의 도피였으며, 특별히 흥미진진하거나 남다른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여행이 아니라 '나로부터의 도피'라. 글쎄, 원래 여행이 그런 거 아니겠나. 현실로부터의 도피, 현실 속 나로부터의 도피. 


(...) 내가 있었던 알타이 산맥의 아름다움은 관광객의 눈에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그런 아름다움은 아니며 사진으로 전달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감동을 주는 곳도 아니다. 


 그러니까,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사실은 그게 또 다른 '일상'이라서가 아닐까. 나는 특별한 것을 위해 여행을 떠났었다. 처음 며칠은 내 눈이 담는 모든 게 다 낯설고 새로워서 '이게 정말 여행이다'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일주일이 채 안돼 모든 게 익숙해졌다. 더이상 나는 길을 잃지 않았고 몇 달이 지나자 그 특별한 곳은 그냥 '우리 동네'가 되었다. '에이 재미없어' 하다가 문득 내가 꺠달은 것은, 이조차 여행이라는 것. 

일상이 곧 여행, 여행이 곧 일상이라는 것. 특별한 감동은 새로운 곳에서만 오는 건 아니라는 것.


 

(...) 종종 나는 거의 하루종일 유르테 안에서 혼자이기도 했다. 종종 나의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순간이 있었고, 종종 내가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많은 경우 나는 내 감정과 언어 안에서 오직 혼자였다. 나는 앞으로 걸어갔으나 스텝 황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때로 황야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 세상에서 여행기와 가장 먼 여행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리라. 


스페인 어느 작은 마을에 다리를 다쳐 일주일 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원래 스페인이란 나라가 다들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특히 작은 마을이었기에 영어로 소통한다는 것을 기대할 순 없었다. 영어를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끼리 대화의 꽃을 피울 때 나는 멋쩍게 웃고 있어야 했고, 중간 중간에 어느 한 명이라도 나를 위해 통역을 해 주면 감사해야 했고, 그러지 않았어도 탓할 수 없었다. 한창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끊어가며 나를 위해 영어를 해주길 바랄 순 없었으니까. 

 조금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들으며 한동안 앉아있다가 나는 침실로 들어갔다. 기분이 이상했다. 외로운 거였나? 외롭진 않았던 것 같다. 영어를 하지 않아 서운했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 여기서 나는 정말 이방인이구나' 했다. 완전한 이방인이 된다는 기분. 묘했다. 나는 그렇게, 오직 혼자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 대목에 유독 마음이 갔다. 꽤 자주, 나도 오직 혼자였다. 그런데,


그래서 난 그 여행을 아직도 그리워한다. 



(...)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어떤 진실을 길에서 발견했다고 쓰고 싶은 마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타인에게 들려주어야 할 만큼 감동적인 사연을 얻지도 않았다. 




이 글에 앞으로 반복해서 등장하게 될 여행이란 단어는 길이나 지도, 낯선 나라, 인상 깊고 아름다운 풍광, 새로운 문물, 혹은 새로운 자신, 두근거림이나 자유, 혹은 모험이나 떠남, 대개는 돈을 지불함으로써 현대인이 얻게 되는 어떤 종류의 비일상적 체험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아마도 단지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적인 꿈, 고통의 또다른 이름으로서의 꿈, 혹은 정체불명의 그리움, 슬픔과 체념으로 가득찬 발자국, 혹은 그러한 감정의 순간에 우리를 사로잡는 은밀하고도 슬픈 몽환과 동의어에 불과할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얼굴들로 이루어진 나의 또다른 장소로 향하는 여행이자 동시에 한때 나의 육신을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돌과 쇠를 찾아가는 여행. 


소란스러운 여행기에 지친 이들에게 추천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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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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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이 산문집을 냈다. 반가웠다. 문장의 대가라고 불리는 김훈의 책을 이제는 좀 쉬이 읽어볼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 김훈의 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려고 시도했다. 실패로 끝나기 일쑤였다. 외국 소설에 익숙해져 그런건지, 서술이 위주가 되는 문학은 별다른 노동을 하지 않아도 잘 읽히는데, 서술보다는 문장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는 한국 문학은 읽으려면 늘 노동을 곁들여야 했다. 흩어지는 집중을 붙잡으려 말이다. 


 집 책장에 <내 젊은 날의 숲>이 꽂혀져 있다. 이것도, 김훈의 문장을 음미해보리라 - 하고 패기있게 산 책이었는데, 한동안은 '올해 안에 <내 젊은 날의 숲> 다 읽기'가 목표였다. 그만큼 책장을 펼쳤다 덮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김훈의 책을 읽으리라고 수차례의 시도를 한 나에게 김훈의 산문집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기대만큼' 좋았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작가들의 산문집을 좋아하는데, 소설에선 보이지 않는 작가가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이 글을 쓰고 있는지가 보인다는 것. 어떻게 쓰인 글인지 가상 인물의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 책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문장을 다듬는 김훈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은 내가 몇 번이고 곱씹었던 문장들.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 p277




 손은 이제 백수다. 이 백수가 되어버린 손에, 구석기의 그리움은 살아 있다. 백수가 되었을지언정, 손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개혁적이다. 손의 울음을 들어보자. 그 울음은 멀어서 아득한 희망을 환기시키는 울음이다. p. 282




아마도 그 참담함은 이 나라의 무수한 힘없는 아버지들의 참담함이었을 터이다. p.294




아무런 죄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없지만 그들은 사회구조의 제물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사회의 가난이란 단순한 물질적 결핍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가난이란 차별이며 모멸이다. p.200




 그러하되 그 새로운 4월은 봄이 오듯이 꽃이 피듯이 날이 흐려서 비가 오듯이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내가 모르지 않는다. 



 세월호를 쓴 글이 가슴을 후벼팠다. 글의 힘은 대단하다. 문장은 감정에 불을 지른다. 

세월호 아닌 다른 글들도 충분히 좋았다. 돈을 이야기한 글들도, 몸을 이야기한 글들도, 밥을 이야기한 글들도. 어느 하나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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