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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챔피언
로알드 달 지음, 정해영 외 옮김 / 강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난 번 단편집인 <맛>에 이은 로알드 달의 단편집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당신을 닮은 사람>과 혹 겹치는 단편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읽다보니 몇 편(두편인가) 겹치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읽어보는 작품들이 더 많아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사실 지난 번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고 약간 실망해버려서 그의 새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주저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기에, 약간의 고민끝에 집어든 책 속에 실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내게 "읽기를 잘했지?"라고 옆구리를 푹푹 찔러대니. 괜시리 로알드 달에게 미안해진다.
이번 책은 크게 7개의 챕터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챕터는 '클로드의 개'라는 제목이 붙은 챕터의 이야기들이었다. 다른 챕터는 하나의 이야기만 등장하는데, '클로드의 개'에서는 무려 5가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책 속에 일종의 시리즈물이라고 할까? 괴짜인 클로드와 그의 동료가 맨 손으로 꿩을 잡는 이야기에서부터 미래의 장인어른이 될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구더기 공장을 차리려고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니, 똑같은 모습의 개를 구해서는 경견(개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 등. 하나같이 황당한,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엔가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 후에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들도 신선하고 재미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로드의 개' 챕터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몇 번 접하다보니 로알드 달의 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신선함을 떨어졌지만, 그가 가진 독특한 유머나 상상력은 여전히 내게 약발이 먹히는 것 같다. 혹, 또 다시 로알드 달의 단편집이 나온다면 그 때도 다시 선택을 하게 될 듯 싶다. 미우나 고우나, 로알드 달은 굉장한 이야기꾼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