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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외딴 호숫가 별장. 그곳에는 중학교 입시를 위해 합숙과외를 하고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가 머물고 있다. 입시에 대한 압박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어보이는 그들. 하지만, 그 별장을 방문한 한 여자가 살해당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사건을 은폐한다. 하지만, 그들의 모임에 처음 참석한 순스케는 뭔가 그들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한다. 자신의 아내가 저지른 살인에 순순히 공범이 되어 주는 다른 부모들. 그들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이며, 왜 공범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가.
이 책에서는 '누가 살인을 했는가?'라는 문제를 명백하게 드러내서 보여준다. 그 동기도 누가봐도 타당하다. 하지만, 누가봐도 옳지 않은 일에 다른 가족들은 선뜻 동참하려고 하고, 그에 뭔가 찜찜한 기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작 살인자의 남편인 순스케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찜찜한 것은 아이들의 행동이다. 명문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합숙 과외까지 받는 그들은 아이답지 않은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가족 간의 대화라고 해봐야 "요새 공부는 잘되니?" " 뭐 그냥 그래요." 이런 식의 삭막한 대화뿐이다.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바꾸어 버린 것인지, 그들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의외의 반전이 등장하고, 깔끔한 구성과 가족, 입시문제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듯 싶다. 대개의 추리소설에서는 마지막에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의 통쾌함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에서는 되려 호수의 작은 돌이 떨어졌을 때의 파장처럼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물론, 마지막의 행동을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만약, 내가 그 입장이었더라도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책에서는 일본의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과 폐단을 지적하고 있는데, 뭐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불타는 교육열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아이를 위해서 몇 가지씩이나 가르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부모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떻게 느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