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내의 여자 친구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추리 소설의 표지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전자는 그냥 봐도 추리소설이구나 싶은 것들(여기에는 단색으로 된 표지나, 어둡고 차가운 계열의 색을 사용한 것 등등)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의 표지처럼 전혀 추리소설스럽지 않은, 그래서 읽기 전에는 추리소설인지도 모르고 읽게되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알았을 때는 '뭐 불륜에 관한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꽤 오래 도서관에서 내 눈에 밟혔는데도 안 읽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단편추천을 부탁드리자 만두님이 추천해주셔서 그제서야 추리소설임을 깨닫고 읽게 됐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딴 판인 이 책. 짤막한 단편이지만 반전이 존재하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다.
보살 같은 여자, 추락, 남자 잡아먹는 여자, 아내의 여자친구, 잘못된 사망 장소, 종막. 이렇게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에는 피튀기는 이야기는 없다. 죽는 사람은 목졸려 죽고, 불타서 죽고, 떨어져 죽는다. 즉, 이 책은 대놓고 잔인하게 굴지 않는다. 하지만, 책의 결말 부분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과 그에 따른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악에 대해서 느끼게 될 때는 잔인하게 난도질 당한 시체를 만날 때보다 더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우리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역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일인가보다. 사람도 책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