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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라는 작가는 그 활동영역이 꽤 넓은 편이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모 작가는 기껏 뽑힌 교수직을 고민끝에 포기하고 그저 전업작가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김영하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하고 (솔직히 <내 머릿속의 지우개>로 지난 대종상 각색상 받은거 보고 놀랬다.) , 그 와중에 소설 작품도 내고, 영화 에세이도 내고, 게다가 라디오에 출연도 하고, 끝내 이런 신변잡기적인 책까지 냈다. 부지런한건지 관심사가 그만큼 넓은건지, 아니면 그만큼 인복(혹은 일복)이 많은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표지부터 책 구성까지 미니홈피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Free Talk라고 하여 그 안에서 자신이 키우는 두 마리 고양이 방울이와 깐돌이 얘기에서부터 '길 위에서'라는 폴더명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나 자신의 생각들을 묶어서 보여주고, '문학 앞에서'라고 하여 자신의 책 혹은 좋은 문학 작품들, 자신이 만난 작가들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내용이 가벼운 책들은 싫어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이게 뭐야!"라고 할만큼 이 얘기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다. 사실 김영하가 고양이를 키우던 개를 키우던 이구아나를 키우던 내가 무슨 상관이냐?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겠다만 그런 것도 일종의 개인적인 취향이 아닐까? 술, 담배가 기호식품인 것처럼. 이 책도 김영하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작가란 대체 어떤 종류의 인간이고 뭘하고 사나. 라고 한번쯤 궁금해본 사람들이면 이 책은 하나의 보물 상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영하의 미니홈피에서는 사진첩만 봐서 그의 글들을 모니터를 통해서 읽어보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종이 위에 쓰여진 그의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대신 좀 아쉬운 점이라면 Free talk 에 비해서 사진첩이 너무 빈약하게 느껴졌다. 나야 김영하의 사진첩을 이미 봤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조그맣게 편집된 사진 여러장을 보는 것은 맛이 좀 떨어진 것 같다. 특히나 <검은 꽃>의 자료 수집 관계로 간 띠깔의 사진들은 그냥 모니터 가득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붙어있는 방명록을 통해서 그간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들을 해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은 가벼운 느낌도 들긴 하지만 김영하를 소설로 접했을 때와 에세이로 접했을 때의 느낌이 달라서 그 차이를 즐겨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