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다소는 지루할 수 있다. 일상의 쳇바퀴 속을 하염없이 돌고 도는 우체국 여직원 정혜의 일상을 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매일 등기 우편물의 무게를 재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것과 같은 기계적이기도 한 일을 반복하고, 집에서 혼자 홈쇼핑을 보고, 키우고 있는 식물에 물을 주고,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는 정혜의 이야기이다. 정혜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 그게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혜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고, 대사도 정말 몇 마디 안 된다. 하지만 대사가 없이도 영상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행동으로 그녀의 심경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매일 아침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 동료들과의 맥주 한 잔, 혼자서 먹는 밥, 잠들 때도 켜놓은 티비. 그것은 어쩌면 정혜 한 사람의 일상에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리라. 그리고 상처를 갖고, 이제는 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려고 하는 과정(그 방법이 극단적이던, 그렇지 않던간에.)을 느낄 수 있기에 정혜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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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영국영화의 미학이라고 하던데... 9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영화들은 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얘기들을 하려고 하거나 극단에 치우치는 줄거리가 불만스러웠었는데. 그런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혹은 멜로 영화의 틀을 처음으로 깬 영화는 "접속"이었다고들 하지요? 그러고 보면 지금의 여자, 정혜까지 먼길을 왔네요. 저는 외국에 살아서 이달에 한국가면 꼭 보려고 벼르고 있지요.

마늘빵 2005-07-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소 지루하지만 일상의 캣취하는 이런 영화가 좋아요.

이매지 2005-07-1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치님: 전 우연히 인터넷 영화 사이트 이용권이 생겨서 봤어요^-^ 영국영화는 거의 본 게 없어서 낯선 느낌. ^-^ 이달에 한국 오시는군요. 오시거든 한 번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아프락사스님: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김지수가 새삼 연기를 괜찮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살수검객 2005-07-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대종상에서 여자신인상 탈줄 알았는데,,그 결과가 좀 황당했죠..여자 정혜의 연기를 보면서 김지수의 역량을 다시금 느꼈는데 말이죠..

이매지 2005-07-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예요 - 저도 보면서 참 어이가 없어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