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죄악, 탐식 - 죄의 근원이냐 미식의 문명화냐
플로랑 켈리에 지음, 박나리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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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대 죄악, 탐식>이라는 제목을 보고 맨 처음 떠오른 것은 영화 <세븐>이었다. 성서에 나온 일곱 가지 죄악에 따른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세븐>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매력을 발한다. 신자가 아닌 내가 성서에서 말한 7대 죄악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아마 이때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오만, 질투, 분노, 슬픔, 인색, 탐식, 성욕. 어떻게 보면 우리가 흔히 범하게 되는 것들. 과연 애초에 어떻게 죄악으로 규정된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 탐식을 죄악으로 보고 이를 금한 것일까 했던 궁금증은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풀렸다. 그레고리우스 1세는 "탐식이 어리석은 기쁨, 음란함, 순결의 상실, 지나친 수다 그리고 감각기능의 약화"를 가져온다고 보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취기로 인해 "음란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노래, 불경한 말, 지나친 수다, 몽롱한 정신, 어리석은 즐거움" 등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다른 죄까지 유발하기 때문에 탐식을 중대한 죄로 규정한 것이다. 애초에 가졌던 궁금증은 풀렸지만 탐식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는가라는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시, 풍자삽화, 판화, 소설, 광고 등으로 끊임없이 향유, 발전되어온 탐식의 문화. 기존에 알던 작품을 재해석한 것은 아니라 낯설기는 했지만, 그동안 몰랐던 미식문화에 대해 한 수 배울 수 있어서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탐식이 어떻게 문화로 발전되었는가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 속에서 끊임없이 탐식의 경계를 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상류층 가톨릭교도들은 금육(禁肉)기간에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생선을 배불리 즐겼고, 육식과 구분이 애매모호한 동물(거북이, 비버, 개구리, 검둥오리 등)을 먹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백포도주에 향료를 섞어 만든 구운 대하나 바다가재 수프 같이 금육기간에 특화된 요리도 발달했다고 한다. 허울 좋은 규범을 만들어놓고 이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벗어난 이들의 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지면서도 위선적인 일면을 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식욕이 곧 성욕이라는 과거의 인식은 어느 정도 사라졌을지 몰라도, 중세에서부터 이어져온 탐식/미식문화는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예의를 갖춰 음식을 먹는" 것을 중시하고, 여성과 아이들은 여전히 달콤한 음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중세와 다른 이유에서 탐식(혹은 비만)은 부도덕한 것으로 인식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탐식을 바라보는 잣대가 변해가는 과정, 그리고 그와 더불어 발달한 문화사를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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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2-01-2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도 영화 "세븐"에서 본 거구의 시체가 생각나요. 종종 CSI 에서도 그런 캐릭터들이 나오지요.
요새 흔한 맛집 프로그램이나 맛 기행 책들이 다 '탐식'을 조장하는 걸까요? ....근데, 야식 생각나요... ㅜ ㅜ

이매지 2012-01-27 23:23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탐식'은 단순히 식탐이라기보다는 예절을 지키지 않고 먹는 걸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티비의 맛집 프로그램은 그냥 음식이라는 소비물을 권장하는 것일지도. (저는 지금 야식을 먹고 있...)

재는재로 2012-01-2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집하니까 생각나는게 맛집의 허구를 꼬집는 다큐가 생각나네요 맛집에 돈봉투가 지나가고 요즘 사유리가 출현하는
맛프로 보고 있는데 이게 더 신선하네요 꾸밋것 같지않고 좋아요 사유리의 사차원 매력이 ,,

이매지 2012-01-30 00:4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유리가 하는 맛프로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진짜 웃기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