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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거닐다 -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 사람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관광지를 눈도장 찍듯 보고 왔다고 해서 우리가 그곳을 '안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 걷는 건 좋아하지만 딱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몇십 년째 살고 있는 서울도 때론 낯선데, 국외로 떠난다고 해도 풍경이 바뀌는 것 말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해외여행에 대해서도 다소 심드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한번 이렇게 외국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품게 됐다.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일상을 거닐 기회. 그런 기회를 여행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물론, 교토와 오사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니만큼 금각사 같은 관광지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한 감상이 주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때로는 지나가는 아무 버스나 잡아타보기도 하고, 때로는 낯선 커피숍에 들러 차 한잔 마시기도 하면서 가만히 거니는 나날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된다. 일상을 담은 사진과 감성적이지 않은 글. 이 두 가지 요소가 과하지 않게 어우러져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교토를 편안한 도시로 만든다.
교토나 오사카 여행에 앞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여행 정보 차원에서는 적절치 않을 지 모른다. 하지만 여행에 임하는 자세 또는 여행의 목적을 생각해보는 데 있어서는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정하고서야 여행은 의미를 갖는다고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며, 나도 이렇게 느긋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졌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서울에서도 가만히 조용히 함께 거닐어줄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