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대중을 노린 팩션

<창세기비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다빈치 코드> 이후 역사적 사실을 소설에 가미한 팩션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쩐지 자극적인 소재로 독자를 낚는 것 같았고, 스토리도 죄다 고만고만해서 팩션류에는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신간평가단 도서로 만나게 된 <창세기 비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팩션에 종교적 색채까지 묻어 있다니 어쩐지 난감하군'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겨갔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여느 팩션이 그렇듯 술술 넘어가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이라크와 바그다드에 특파원으로 파견되었던 로브는 잠시 머리나 식히고 오라는 편집장의 분부에 따라 터키에서 발견된 괴베클리 테페라는 곳으로 취재를 떠난다. 약 1만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엄청난 유적에 감탄하고, 그것을 일부러 매장했다는 사실에 놀라는 로브. 나름 기사가 되겠구나 하면서 취재를 하던 것도 잠시. 괴베클리 테베의 발굴을 지휘하고 있던 브라이트너 박사가 죽게 되고, 이에 로브는 뭔가가 더 있다는 생각에 현장의 고고학자로 있는 크리스틴과 함께 박사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한편, 영국에서는 끔찍한 방식의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 매번 시체에 다윗의 별을 새겨넣는 살인범. 이에 런던 경찰국의 마크 포레스터 박사는 인신공희를 표방한 이 사건을 조사하며 약간의 실마리를 통해 조금씩 범인의 윤곽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전혀 다른 공간에서 일어난 두 사건. 하지만 예상대로 두 사건은 하나로 맞물리기 시작한다.

  기자 출신으로 그야말로 돈을 벌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대중적인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어느 정도 잔인하면서도, 고고학적 유적지에 대한 비밀, 그리고 그 비밀을 지키려는 움직임, 동료애에서 발전된 사랑과 딸에 대한 강한 부성, 그리고 그것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 등등 이 책은 오락 영화가 갖춰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건의 개연성과 어떻게 보면 허무한 결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악랄하지만 똑똑한 클론커리라는 캐릭터가 결국 그의 가족에게 내려오는 폭력적인 유전자 때문에 그 지경이 됐다고 보여주지만, 그러면서도 결론에서는 유전자가 100프로 발현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도망칠 여지를 남겨놓는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아무리 싸이코패스에 자신감이 충만한 캐릭터라고 해도 클론커리의 행동은 좀 심하다 싶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그의 행동으로 독자들은 더 작품에 빠져들 여지가 있을 터이니 영리한 작가의 계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딱 대중이 팩션에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켜줄 소설. 개인적으로 평하자면 <다빈치 코드>보다는 이 책이 낫다는 느낌마저 든다. 문학성이니 예술성이니 다 버려두고 대중성만 본다면 말이다. 인간은 왜 악한 존재인가, 인간은 왜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는가, 인간은 왜 농경을 시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잘 풀어간 책. 너무 잔인한 구절이 많아 꼭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묘사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미이라>나 <다빈치 코드> 같은 작품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이 책도 분명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