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구판절판


독서를 '대단한 행위'라든가 '숭고한 작업'이라는 식으로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매일 일상생활에서 하는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독서란 어떤 옷을 골라 입는 것과 비슷합니다. 독서는 패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죠.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매일 갈아입는 옷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옷을 입고 벗고 하면서 성장해 왔지요. 책도 그처럼 매일 입고 벗고 하는 겁니다. 옷에는 바지가 있는가 하면 양복도 있고 학생복도 있기 마련이지요. 또 스웨터에는 물이 들어 있는 것도 있고 팔꿈치 부분이 닳은 것도 있습니다. 책도 그런 옷들처럼 매일 반복해서 입고 벗는 것으로, 독서는 전혀 특별한 행위가 아닙니다. -21~2쪽

의욕이 너무 강하면 책이 몸에 스며들지 않아요.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어서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르는 것처럼, 책도 먹어 보지 않으면 몰라요. 매일매일 서점에는 엄청난 양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도서관에도 엄청난 양의 책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식재료나 요리의 종류를 보고 단지 그 수에 놀라 먹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책을 접한다는 것은 사실은 상당히 육체적인 문제이지요. 물론 그와 동시에 정신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먹는다는 문제가 육체적이면서도 정신적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식욕이란 바로 그런 것이지요. 기분에 따라 '맛'도 달라지지만 양도 달라집니다. 독서에도 이른바 '식독食讀' 같은 것이 있습니다. -34쪽

아니, 원래 독서란 것에는 마조히즘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잘못 걸렸다'라든가 '헛스윙 삼진 아웃'을 당했다 해도 모두가 매우 소중한 경험입니다. 아는 척하는 읽는 것보다는 완봉패를 당하거나 모자를 벗어 패배를 인정하는 편이 돌고 돌아가면서 조금씩 독서력을 길러 나가는 길입니다. 대체로 프로야구에서 최고 타율을 자랑하는 타자라 해도 3할 5푼 정도에 불과합니다. 절대로 칠 수 없는 상대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독서도 비슷합니다. 엄청난 투수 앞에 서면 손도 발도 꼼짝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86쪽

독서의 참다운 묘미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미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것입니다. 책은 판도라 상자입니다. 독서란 그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지요. 그 상자 안에 숨어 있던 것이 내 앞으로 튀어 나오는 것입니다. 폴 발레리 식으로 말하자면 독서를 하면서 '천둥소리 한방을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지요. 그 뜻은 이쪽이 무지하기 때문에 비로소 독서가 재미있다는 것으로, 그것이 끝입니다. 무지에서 미지로, 그것이 독서의 참다운 묘미입니다. -99쪽

즉,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자꾸자꾸 읽어라, 자신의 독서 페이스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읽어 가면서 페이스를 바꿔가며 발견하라, 자신에 맞는 책을 찾기보다는 적당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어도 좋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독서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누군가가 쓴 문장을 읽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나 의식을 '제로'에 두고 책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독서란 누구나가 체험하고 읽는 것처럼 읽고 있는 도중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느끼거나 생각하게 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초조해 하기도 하고 고래를 끄덕이며 수긍하기도 합니다.
즉, 독서라는 행위는 책에 씌어 있는 것과 자신이 느끼는 것이 '섞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절대 분리할 수 없습니다. 사과를 보면서 사과의 빨간색만 느낄 수 없으며, 편지를 읽으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마음의 변화를 분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들은 분리가 불가능합니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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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4-0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에 책 한권 겨우 읽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다독은 먼 딴나라 얘기 같군요^^

이매지 2010-04-01 22:35   좋아요 0 | URL
글쎄요.
그래도 우리 알라디너는 다독가 아닐까요? :)

세실 2010-04-0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마조히즘 성향. 괜찮은 표현이네요.
독서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는 표현도 좋구요~~

이매지 2010-04-03 23:35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더라구요 :)
정말 어떤 책들은 괴로워하면서도 읽게 되서 마조히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