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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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긴다이치 코스케. 때문에 당연히 내년 여름은 되야 다시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춥디 추운 겨울에 그가 돌아왔다. 슬며시 웃음을 짓고 있는, 뱀과 어우려진 여자의 모습처럼 이 책은 기괴하면서도 오싹한 분위기를 전해줬다. 최고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2위(1위는 <옥문도>라고)를 차지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꽤 탄탄한 구성과 호기심을 끄는 소재가 어우러진 작품.

  삼류 추리소설가 야시로. 그런 야시로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늘 온갖 모욕을 안겨주는 친구 나오키. 적당히 이용관계에 의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나오키가 자신의 집에 와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나오키의 부탁으로 그의 집에 간 야시로는 그곳에서 꼽추화가 하치야, 그리고 그의 정혼자 야치요. 하치야와 마찬가지로 꼽추인 야치요의 오빠 모리에를 만난다. 빼어난 미모의 여인을 가운데 둔 두 꼽추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하지만 이 신경전은 목이 잘린 꼽추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깨진다. 허벅지의 총상으로 미뤄볼 때 야치요로 추정되는 시체. 하지만 또 다른 꼽추인 모리에의 흔적이 묘연해지고 뒤늦게 모리에의 유모가 등장해 모리에에게도 하치야와 같은 위치에 총상 흔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며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잇달아 일어나는 사건의 2막.

  기존에 긴다이치 코스케의 작품을 만나기 전에 영화나 드라마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개략적인 스토리를 알고 책을 읽어서 책과 영화(혹은 드라마)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된 <밤 산책>은 영상보다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됐다. 책을 다 읽고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긴다이치 코스케의 다른 시리즈에 비해 영상으로 많이 옮겨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한다(단 두 번 드라마화 됐다고).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2위라면서 영상으로도 많이 안 만들어졌다니 하며 전혀 의외라 생각하며 갸웃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이 작품의 참맛은 영상으로 보여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떤 유능한 감독(혹은 각본가)이라도 영상으로 이 작품의 느낌을 온전히 살리긴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텍스트를 벗어나는 순간 재미가 반감될 것이 뻔했다.

  머리 없는 시체, 몽유병, 꼽추, 성격 파탄의 등장인물 등 이 책은 시종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집안 내력인지 손자인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나 방어율은 썩 높은 편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사람이 죽어나는데, 적어도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긴다이치 코스케는 희생자 수를 줄이는 데 성공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 달리 <밤 산책>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소설 속에서 사건의 제삼자인 서술자처럼 어디까지 제삼자로 등장한다. 그 때문에 그가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어리숙해보이고 영 믿음이 가지 않아 은근슬쩍 사건 관계자들에게 무시를 당하던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어쩐지 유쾌, 통쾌한 느낌까지 들었다. (특히나 방심하고 있던 범인에게 한 방을 먹일 때는 더욱 더!) 

  다소 자극적인 소재라 호불호가 갈릴 듯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라 그저 반갑고 즐거웠다. <밤 산책> 특유의 기묘하면서도 끈끈한 분위기가 남아 꿈자리가 조금 사납긴 했지만, 그래도 표지도 내용도 만족스러웠던 작품. 긴다이치 코스케의 팬이라면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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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2-2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다이치 시리즈는 안나올듯 하면서도 꾸준히 나오는군요.이매지님 리뷰를 보니 이책도 구매해야할듯 싶네요^^

이매지 2009-12-29 00:15   좋아요 0 | URL
긴다이치는 꾸준히 나와서 좋아요 ㅎㅎㅎ
카스피님도 어여 읽으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아직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네요.

이매지 2009-12-29 10:48   좋아요 0 | URL
료칸에서 긴다이치를 읽는 것도 재미있을 듯 ㅎㅎㅎ
아아, 저도 료칸 원츄우우~~

보석 2009-12-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쯤 나올 거라고 방심했다가 겨울에 나와서 깜짝.^^
재미있긴 했는데 옮긴이의 말에 조금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책이 떠올라서...

이매지 2009-12-29 17:09   좋아요 0 | URL
다른 서점에 들어갔다가
리뷰 제목부터 스포일러에 화들짝했어요.
책을 미리 읽었으니 망정이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