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절판


음마 라모츠웨('음마'란 아프리카에서 여성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 남성에게는 '르라'라는 경칭을 씀:역주)는 아프리카 크갈레 산기슭에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사무소의 재산이라고는 하얀색 미니밴 한 대, 책상 두 개와 의자 두 개, 전화 한 대, 낡은 타자기 한 대 정도가 전부였다. 그 외에 찻주전자가 하나 있는데, 음마 라모츠웨가 레드부시 차를 끓이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머그잔 세 개. 하나는 그녀의 것, 하나는 비서의 것, 하나는 의뢰인을 위한 것이었다. 이것들 말고 탐정 사무소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이겠는가? 탐정 사무소란 사람의 직관력과 지능에 의해 돌아가는 법이었고, 음마 라모츠웨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물론 그런 능력을 적어 놓은 재산 목록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9~10쪽

그러나 개중에는 약은 사람들도 있어서 영국인이 "이렇게 하시오." 하면 "네, 알겠습니다, 나리, 분부대로 합죠." 하고는 뒤에서 다른 일을 하거나 일을 하는 시늉만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여러 해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훌륭한 정부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하지만 요즘 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는, 바로 가만 있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요즘 정부는 다음번엔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하느라 항상 바쁘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가축을 돌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9쪽

"남편이 의심스러워요.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요."
앨리스 부생이 말했다.
음마 라모츠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경험상, 남자들이란 하나같이 바람을 피우는 법이었다. 그렇지 않은 남자들은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이나 교장 선생님들밖에 없었다. -173쪽

음마 라모츠웨는 그와의 우정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곳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고, 그와 편안히 함께 지낼 수 없는 삶이란 확실히 부족한 삶이 될 것이다. 어째서 사랑 - 그리고 섹스-이 삶을 이다지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런 것을 놓고 걱정하지 않는다면 훨씬 더 살기 쉬워질 텐데. 이제 그녀의 삶 속에서 섹스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고 보니 삶이 참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생김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남자가 되어 내내 섹스를 생각하며 살면 얼마나 끔찍할까. 음마 라모츠웨는 잡지에서 보통 남자들은 하루에도 예순 번이나 섹스를 생각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녀는 그 숫자를 믿지 않았지만, 연구 조사한 결과라고 했다. 보통 남자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늘 머릿속에 그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도 머릿속으로는 그딴 생각이나 하다니!-183~4쪽

그러나 변비는 또 다른 문제였다. 온 세상이 그런 문제를 다 알게 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음마 라모츠웨는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엄청나게 불쌍히 여겼고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아마 변비 환자를 모으면 정당을 하나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아무 일도 못할 것이다. 입법을 통과시키려고 할지는 몰라도 실패하고 말 것이다. -240쪽

음마 라모츠웨는 옛 친구에게 미소를 지었다. 살면서 해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도 있었다. 매달 친구를 새로 사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성년이 되어서까지 계속되는 어린 시절의 우정을 대신할 만한 것은 결코 없었다. 그것은 우리를 서로에게 연결해 주는 강철 연결고리였다.
음마 라모츠웨는 마케치 선생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 오랜 친구들이 이따금 그러는 것처럼.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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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0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매지님. 이 책 다 읽으셨어요? 긴장되는 순간도, 흥분되는 순간도 없지만 어쩐지 읽고나면 참 따뜻해지지 않나요? 아프리카에 가면 음마 라모츠웨 옆에서 저녁노을 보며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싶어지는, 그렇게 할 수 있을것만 같은, 그런 책이에요.
:)

이매지 2009-09-10 00:10   좋아요 0 | URL
아아. 이제 읽기 시작했어요 :) 다락방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빨리 읽어야겠는걸요! 알게 모르게 4권까지 나왔더라구요 ㅎㅎㅎ

카스피 2009-09-1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아프리카가 배경이더군요.이미지님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절판됬지만 열린 책들에서 나온 카리냐기를 한번 읽어 보세요^^

이매지 2009-09-10 12:36   좋아요 0 | URL
흑. 이미지라니요 ㅠ_ㅠ
아프리카가 배경인 책들은 몇 권 읽어보긴 했는데, 카리냐기도 접수해둘께요~